[베이스볼 블로그] 안치용의 '더 캐치' 그 뒷 이야기들

  • 등록 2011-05-10 오전 6:00:00

    수정 2011-05-10 오전 6:00:00

[이데일리 SPN 정철우 기자] 6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SK와 KIA의 경기는 ‘안치용’이라는 키워드로 오래도록 기억에 남게 됐다.

SK가 1-2로 추격을 허용한 7회초 1사 1,2루. SK 좌익수 안치용의 KIA 이범호의 홈런성 타구를 펜스 앞에서 훌쩍 뛰어올라 잡아냈다. 최고의 포구 수비를 뜻하는 ‘더 캐치’라는 표현에 가장 적합한 호수비였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안치용을 공을 잡자 마자 2루쪽으로 공을 던졌고 2루수 정근우가 재빨리 릴레이에 나서며 1루주자 김선빈까지 잡아냈다. 2011시즌은 물론 역대 가장 멋진 수비장면 베스트로 꼽힐 수 있는 장면이었다.

SK는 그렇게 승리를 지켜냈다. 안치용의 ‘더 캐치’의 앞과 뒤 이야기를 살펴보면, SK가 그리 강하지 못한 전력으로도 매일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엿볼 수 있다.

▲안치용의 깊숙한 수비

1점차로 추격당한 경기 후반(7회 이후), 주자가 득점권에 있으면 외야수들은 전진수비를 하는 것이 상식적이다. 2루 주자의 득점을 막기위한 방편. 그러나 안치용은 정상보다 조금 더 뒤에 위치해 있었다. 안치용은 왜 전진 수비를 하지 않았던 것일까.

우선 타자가 이범호라는 점이 결정적이었다. 마운드에 서 있던 투수 정우람은 묵직한 직구와 체인지업이 장기인 투수다. 우타자 바깥쪽 공략이 용이한 유형.

하지만 이범호는 이 바깥쪽 승부를 잡아당겨 좌측 멀리 보낼 수 있는 능력을 지닌 타자다. 그의 스윙 궤적은 가운데서 약간 바깥쪽으로 흐르는 공에 특화돼 있다. 체인지업 계통의 속도를 줄인 공이라면 그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때문에 SK 벤치는 안치용을 앞으로 당기지 않았다.

혹 짧은 타구가 나오게 되더라도 동점은 주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었다. 2루 주자가 발 빠른 김원섭인 만큼 2루 주자를 홈에서 잡는 것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1루 주자 김선빈의 홈 질주를 막아낸다면 후반 공략으로 다시 앞서나갈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계산은 제대로 들어맞았다.

그리고 또 한가지. 안치용은 공을 잡은 것은 물론 빠른 송구로 1루 주자를 잡아낼 수 있도록 한 수비 역시 박수를 받을만 했다.

기본적이라면 유격수 쪽으로 공이 향해야 했다. 하지만 빠른 송구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일단 2루쪽으로 공을 던졌다.

이 공을 정근우가 잘 쫓아갔던 것이다. 그저 공만 보고 뛰지 않았다는 점이 포인트. 주자 상황을 보고 뛰어가 공을 잡은 뒤 주저없이 1루고 던졌다. 결과는 아웃.

만에 하나 정근우의 송구가 정확하지 않더라도 상황은 같았을 것이다. KIA 주자들이 루의 공과를 했기 때문이다.

▲왜 김원섭에게 정대현이었을까.

SK가 2-1로 앞선 9회초 2사 후. 타석엔 좌타자 김원섭이 들어섰다. 당시 마운드엔 여전히 정우람이 서 있었다. 그러자 김성근 SK 감독은 언더핸드스로 정대현을 투입했다.

언더핸드 투수가 좌타자에게 약하다는 건 상식. 게다가 최근 정대현은 페이스가 썩 좋은 편이 아니다. 투수와 타자의 좌-우 대결을 기본으로 하는 김 감독은 왜 그 상황에서 정대현과 김원섭의 승부를 택했을까.

정답은 ‘기억’에 있다. 정우람은 충분히 마무리를 할 수 있는 투수지만 아픈 기억 하나가 가져올 수 있는 만약의 사태를 막기 위한 결정이었다.

정우람은 2-0으로 앞선 7회 1사 2루서 김원섭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줬다. 동점 주자를 너무 쉽게 내준 것. 김성근 감독은 이 순간을 그냥 넘기지 않았다. 기억을 더듬어 ‘왜?’를 찾아냈다.

그의 머릿속엔 2년 전 군산 구장이 떠올랐다. 8월9일 군산 KIA-SK전. 정우람은 김원섭에게 끝내기 만루 홈런을 맞았다. KIA가 SK를 따돌리고 페넌트레이스 우승을 꿈꿀 수 있게 된 의미 있는 한방이었다. 반면 SK 입장에선 좀처럼 잊을 수 없는 아픔이었다. 한 시즌의 80%를 앞서나가다 역전을 허용했었기 때문이다.

1점차 승부에서 뼛속 깊이 아픔이 남아 있는 타자를 상대해야 한다는 건 버거운 일이다. 김 감독이 정대현을 투입한 이유다.

정대현이 김원섭을 상대로 좋은 공을 던진 것도 한 이유가 됐다. 정대현은 김원섭을 상대로 지난 2년간 단 1개의 안타도 허용하지 않았다. 5타수 무안타.

물론 정대현도 김원섭에게 언제든 안타를 맞을 수 있다. 그러나 장타를 좀처럼 허용하지 않는 정대현인만큼 어느정도의 주자는 막아낼 수 있다는 계산도 섰다.

김 감독은 “정대현이 김원섭을 내보내더라도 다음 두 타자가 우타자(김선빈 이범호)인 만큼 실점 없이 경기를 끝내줄 거라 믿었다”고 설명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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