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줄 세우는 '골프클럽 응급실' 투어밴을 아시나요

  • 등록 2019-04-19 오전 6:00:00

    수정 2019-10-15 오전 10:17:03

타이틀리스트 투어밴. (사진=이데일리 골프in 조원범 기자)
[포천=이데일리 스타in 임정우 기자] “투어밴에 가면 공이 잘 맞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

한국남자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개막전 DB손해보험 프로미 오픈 개막을 하루 앞둔 17일 경기도 포천시 대유 몽베르 컨트리클럽 오전 6시 30분. 연습 라운드에 앞서 이형준(27)과 김인호(27), 안도은(28), 이재경(20) 등이 타이틀리스트 투어밴을 찾았다.

프로 선수들이 투어밴을 찾는 가장 큰 이유는 클럽이다. 대회 개막에 앞서 클럽의 무게나 페이스각, 라이각, 그립, 웨지의 바운스 등을 손보기 위해서 투어밴을 찾는다. 이형준은 “투어밴에 가보지 않은 골프 선수는 없을 것”이라며 “클럽에 대한 다양한 문제를 해결해주는 곳이 투어밴이다”고 말했다.

타이틀리스트 투어밴의 무게는 14톤, 총장 거리 12.7m, 실내 공간 11평에 이른다. 투어밴의 거대한 크기답게 제조 가격과 운영비도 엄청나다. 타이틀리스트에서 매 대회당 사용하는 금액은 약 8000만원에서 1억원. 하지만 타이틀리스트는 선수들의 지원을 전혀 아까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타이틀리스트는 드라이버에서 아이언, 보키 웨지, 스카티 카메론 퍼터로 구분해 선수들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김현준 홍보팀장은 “150여 명의 타이틀리스트 선수들을 지원하기 위해서 움직이는 피팅센터를 만들었다”며 “선수들의 기량 향상을 돕는 것을 넘어 선수들과 우호적인 관계 형성을 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했다”고 말했다.

내부로 들어가면 상담실과 작업실로 나뉘어 있다. 입구 앞에 있는 상담실에는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 있다. 선수들이 장비에 대해 상담을 하고 휴식을 취하는 장소인 상담실을 지나 안쪽으로 들어가면 피터들이 채를 만드는 작업 공간이 있다. 작업실에는 선수들의 다양한 요구를 들어줄 수 있는 장비가 준비돼 있다. 각종 기계가 설치된 선반의 아랫부분을 열면 각종용품으로 가득하다. 샤프트는 종류별로 약 100여 자루, 드라이버와 아이언은 헤드 별로 약 200개, 웨지 50개, 골프공 300더즌, 모자, 장갑 등이 보관돼 있다.

구현진 매니저가 타이틀리스트 투어밴에서 웨지의 로프트각을 조절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골프in 조원범 기자)
17일 오전에도 타이틀리스트 투어밴에는 볼과 장갑을 지급받거나 샤프트, 그립 등을 교체하기 위한 선수들로 북적였다. 이날 가장 바쁜 매니저는 선수들의 웨지를 담당하는 구현진 매니저다. 구현진 매니저는 자신을 찾아온 선수들의 요청 사항을 들어주느라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간을 보냈다.

선수들이 구현진 매니저를 가장 많이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올해 처음 열리는 대회에 앞서 웨지의 변화를 주기 위해서다. 구현진 매니저는 “2019 시즌 개막전 DB손해보험 프로미 오픈이 열리는 몽베르 컨트리클럽이 한국 잔디인 만큼 선수들의 웨지 바운스 조정 요청이 많았다”며 “이번 대회를 앞두고 20명 이상 새로운 웨지를 가져간 것 같다”며 말했다.

구현진 매니저는 선수들의 갑작스러운 요청에도 ‘뚝딱뚝딱’ 새로운 웨지를 만들어냈다. 짧으면 5분에서 길어야 20분을 넘지 않았다. 구현진 매니저가 당황하지 않고 각 선수에게 맞는 웨지를 만들어낼 수 있는 이유는 데이터를 구축해놓은 덕분이다.

구현진 매니저는 “선수들이 지금까지 사용한 클럽에 대한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만큼 새로운 웨지를 제작하는데 오래 걸리지 않는다”며 “보통 10분 정도면 한 개의 클럽이 완성된다”고 설명했다.

공형진 매니저가 연습 그린에서 선수들과 퍼터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골프in 조원범 기자)
연습 그린에는 퍼터를 담당하는 공형진 매니저가 선수들과 많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공형진 매니저 주변에는 최소 3명 이상의 선수가 자리했고 구현진 매니저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다.

공형진 매니저 주변에 선수들이 모인 이유는 퍼터에 대한 조언을 받기 위해서다. 공형진 매니저는 선수들 사이에서도 퍼터 전문가로 유명하다. KPGA 코리안투어에서 6년째 활약하고 있는 유송규(25)는 “공형진 매니저와 퍼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 2~3시간은 금방 지나간다”며 “퍼터 스트로크부터 그립, 길이 등 변화를 줄 때는 항상 공형진 매니저와 먼저 상의한다”고 말했다.

유송규만 그런 생각이 있는 건 아니었다. 한민규(35) 역시 공형진 매니저와 그린 위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눈 뒤 퍼터 그립 교체를 결정했다. 한민규는 “내가 바꾸고 싶다고 해서 무조건 변화를 주지는 않는다”며 “공형진 매니저가 퍼터 전문가인 만큼 충분한 이야기를 하고 좀 더 좋은 방향으로 변화를 주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공형진 매니저는 선수들이 조언을 구하기 전에 스트로크, 그립, 공의 구름 등에 대해서 먼저 말하지 않는다. 공형진 매니저는 “선수들의 각자 추구하는 스타일이 있는 만큼 먼저 조언이나 변화를 시도해보라고 하지 않는다”며 “선수들과 충분한 이야기를 하고 많은 생각을 한 뒤에 결정하는 자세를 택하고 있다”고 했다.

이날 오전 11시 10분에는 2018년 NS홈쇼핑 군산CC 전북오픈 우승자 고석완(24)이 급하게 투어밴으로 뛰어들어왔다. 고석완은 전반 9홀을 마친 뒤 드라이버가 마음에 들지 않자 변화를 주기 위해서 투어밴을 찾았다.

이번엔 드라이버와 아이언 담당자인 김창균 매니저가 해결사로 등장했다. 고석완의 요청 사항을 들은 김창균 매니저는 거침없이 움직였고 10여 분 만에 새 드라이버를 완성했다. 새 드라이버를 받은 고석완은 “투어밴에 오면 왠지 공이 똑바로 갈 것 같은 믿음이 있다”며 “매 대회 도움을 주는 투어밴 매니저분들에게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흔한 광경은 아니지만 투어밴에서 이런 장면은 자주 펼쳐진다. 특히 대회를 앞두고 선수들이 갑작스럽게 투어밴을 찾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다. 한민철 팀 매니저는 “선수들이 항상 편하게 올 수 있는 투어밴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며 “선수들의 입맛에 맞는 클럽을 만드는 게 우리의 일인 만큼 선수들의 만족도를 더 높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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