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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인]계급장 떼고 무한경쟁..공정한 화살은 빗나가지 않는다

[韓 양궁신화 이은 Z세대 안산· 김제덕]
'동등한 환경서 최고 뽑는다' 원칙
금메달리스트도 밑바닥부터 경쟁
올림픽 1년 연기되자 원점 재선발
  • 등록 2021-07-26 오전 12:00:10

    수정 2021-07-26 오후 12:08:42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양궁대표팀 막내 안산(20·광주여대)-김제덕(17·경북일고)은 올림픽이라는 큰 대회에서도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중압감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당찬 ‘Z세대’의 특징을 그대로 보여줬다.

양궁 국가대표 김제덕과 안산이 지난 24일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혼성 결승전 네덜란드와의 경기에서 금메달을 획득하자 환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안산은 냉정한 승부사였고 김제덕은 뜨거운 파이터였다. 김제덕은 활을 쏘기 전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파이팅’을 외치면서 투지를 불태웠다. 반면 안산은 간간이 미소를 지을 뿐 포커페이스를 유지했다. 3살 동생 김제덕을 다독이는 ‘누나’다운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도쿄올림픽 개막 전까지 안산과 김제덕은 쟁쟁한 선배들에 가려져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나이도 가장 어리고 국제대회 경력도 일천했다. 올림픽 금메달보다 어렵다는 국가대표 선발전도 둘 다 3위로 턱걸이했다.

하지만 이들은 도쿄올림픽에서 당당히 주역으로 우뚝 섰다. 24일 열린 혼성 단체전에서 흔들림 없는 실력을 뽐내며 금메달을 차지했다.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올라 서로에게 금메달을 걸어주는 ‘찰떡케미’를 뽐냈다.

안산은 25일 여자 단체전에서도 강채영(25·현대모비스), 장민희(22·인천대)와 함께 금메달을 획득했다. 도쿄올림픽 대회 첫 2관왕이 됐다. 한국 양궁은 여자 단체에서 1988년 서울 대회부터 9회 연속 금메달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흔들림없는 멘탈이 강점인 안산은 중학교 3학년 때 문체부장관기에서 전 종목 우승(6관왕)을 달성하면서 한국 양궁의 새로운 기둥으로 떠올랐다. 2017년 광주체고 진학 후 기량이 급성장했다.

특히 2019년 열린 도쿄올림픽 테스트이벤트에서 따낸 개인전 금메달은 올림픽에서의 돌풍을 예고한 것이었다. 올림픽 경기장에서 거둔 우승으로 한껏 높아진 자신감은 올림픽 2관왕이라는 성과의 밑거름이 됐다.

‘무서운 막내들’이 도쿄올림픽에서 주역으로 우뚝 설 수 있었던 원동력은 한국 양궁의 ‘무한경쟁’과 ‘원칙주의’다. 한국 양궁은 2019년 네덜란드 스헤르토헨보스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에서 32년 만에 노골드에 그쳤다. 충격을 받은 대한양궁협회는 2020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국가대표 선발 방식을 전면 개편했다. 기존 국가대표 선수들도 계급장을 떼고 밑바닥부터 경쟁을 벌였다. 17살 김제덕은 그 같은 무한경쟁에서 탄생한 ‘흙속의 진주’였다.

김제덕은 도쿄올림픽 전까지 성인 국가대표에 뽑힌 적이 없었다. 다른 종목이었다면 ‘경험부족’을 문제 삼아 대표 교체 얘기가 나왔을지 모른다. 하지만 철저한 원칙주의가 뿌리내린 양궁은 그러지 않았다. 어떠한 논란 없이 김제덕을 올림픽 대표로 인정했다.

원칙주의는 도쿄올림픽 국가대표 선발 과정에서도 확실하게 적용됐다. 국가대표 선발전이 한창 진행 중일 때 도쿄올림픽 1년 연기 발표가 나왔다. 대한양궁협회는 도쿄올림픽에 나갈 국가대표를 원점에서 다시 선발하기로 했다. ‘모든 선수가 동등한 상황에서 경쟁해 최고 기량을 가진 이를 선발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그 결과 리우 올림픽 2관왕에 올랐던 여자 대표팀 에이스 장혜진이 탈락하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반면 남자 대표팀에는 17살 고교생 김제덕이 뽑히는 이변이 일어났다. 김제덕은 이번 한국 선수단 전체를 통틀어 최연소 국가대표다. 이 같은 결과에 양궁계 누구도 이의나 불만을 제기하지 않았다.

도쿄올림픽 개막 이후에도 한국 양궁의 원칙주의는 그대로 적용됐다. 김제덕과 안산은 랭킹 라운드에서 남녀 1위를 차지해 혼성 단체전 대표로 뽑혔다. 쾌조의 컨디션을 자랑한 두 선수는 기세를 이어 한국 선수단의 첫 금메달을 일궈냈다.

만약 코칭스태프 평가나 나이, 경력, 명성, 성격 등 주관적인 기준이 적용됐다면 두 선수는 혼성 단체전에 출전하기 어려웠다. 국제대회 경험이 선배들보다 훨씬 적은데다 선발전 순위도 가장 낮았기 때문이다.

대표팀은 랭킹 라운드에서 혼성 단체전 대표로 대회 당일 최고의 기량을 가진 선수를 선발한다는 원칙을 고수했다. 김제덕과 안산은 그 같은 원칙주의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실력으로 입증했다. 원칙과 경쟁이 일궈낸 성공은 새로운 시대를 열어야 할 한국 스포츠 전체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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