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일 힘든 내색 없어"…영화계가 지켜본 55년 강수연의 삶

김동호 이사장 "명석하고 창의적…어려운 일 상의도"
한지일 "선배들까지 좋은 연기로 이끈 최고의 후배"
  • 등록 2022-05-09 오전 12:00:10

    수정 2022-05-09 오전 12:00:10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가정에서도 일에서도 어려운 일을 늘 도맡아 하면서 힘든 내색 한 번 않던 배우였다.”

배우 강수연의 생애 55년 중 33년을 부녀처럼 가까이 지낸 김동호 강릉국제영화제 이사장(부산국제영화제 초대 집행위원장)은 고인을 이렇게 추억했다.

우 강수연이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된 지 사흘 만인 7일 세상을 떠났다. 향년 55세. ‘1세대 월드스타’였던 전설적 여배우의 갑작스러운 비보에 대한민국이 슬픔에 빠졌다. 김동호 이사장과 선배들이 기억한 강수연의 55년 생애는 어땠을까.

김 이사장은 고인을 카리스마 있으면서 한국 영화계를 누구보다 사랑했던 배우로 기억했다. 그는 “1987년 베니스영화제에서 국내 최초 3대 국제영화제(베니스, 베를린, 칸)에서 수상한 배우였고, 1989년엔 모스크바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1세대 월드스타였다”며 “2015년부터 2017년까지 부산국제영화제 공동 집행위원장과 단독 집행위원장을 지내면서 조직을 이끄는 강한 리더십을 보여줬다”고 회고했다.

김 이사장은 1989년 모스크바 영화제를 계기로 고인과 인연을 맺었다. 당시 ‘아제 아제 바라아제’(감독 임권택, 1989)가 경쟁 부문에 진출하면서 김 이사장과 이태원 태흥영화사 사장, 임권택 감독, 강수연, 취재진 등 총 9명이 대표단을 꾸려 러시아로 떠났다. 김 이사장은 “기자회견과 시상식, 크렘린궁의 리셉션에서 카메라, 질문 세례를 받던 주인공은 강수연이었다”며 “다음날 소련 신문 1면을 장식한 배우”라고 회상했다.

이후 김 이사장이 초대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을 맡던 첫해부터 퇴임할 때까지 강수연은 15년간 개막식과 폐막식의 단골 사회자, 심사위원으로 의리를 과시했다. 김 이사장은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다가도 카메라만 들이대면 곧바로 ‘배우’가 되는 타고난 재능이 있다”며 “명석하고 창의적이어서 이따금씩 어려운 일을 강수연에게 상의하곤 했다”고 떠올렸다.

고인의 장례위원회 장례위원장을 맡은 김 이사장은 타계하기 전 고인이 사경을 헤맬 때도 가족들과 함께 그의 곁을 지켰다. 원로배우 한지일은 이데일리에 “김 이사장님도 연로하셔서 건강이 좋지 않으신데 수연이가 사경을 헤맬 때 옆을 지키고 계셨다고 한다”며 “수연이의 손목을 만지며 ‘차다, 차다’ 말씀하시며 크게 슬퍼하셨다”고 전했다.

가정에선 병환 중에 있는 부모님과 거동이 불편했던 큰 오빠를 지극히 모시는 효성이 지극한 가장이었다고 한다. 김 이사장은 “가정에서도 일에서도 어려운 일을 도맡으며 힘든 모습 한 번 보여준 적 없던 배우”라며 “1980, 90년대 한국영화를 지키기 위해 스크린쿼터 수호천사단을 맡은 것도 그였다”고 말했다.

“선배들까지 좋은 연기로 이끌어준 소중한 후배다. 당대 최고의 배우란 말에 부족함이 없다.”

‘아제 아제 바라아제’로 고인과 호흡을 맞췄던 한지일은 고인을 이렇게 추억했다.

한지일은 이데일리에 “‘아제 아제 바라아제’ 당시 강수연은 아역이었지만, 임권택 감독님을 비롯한 모든 선배 감독, 배우들은 그를 ‘그 작은 체구에서 영화에 그대로 달라붙어 흡인력있는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는 처음’이라며 극찬하곤 했다”고 고인을 회상했다.

그는 “내가 선배였지만 강수연이 오히려 ‘선배님, 선배님’ 부르며 날 좋은 연기로 이끌어줬다”며 “특유의 싹싹한 성격으로 어느 자리에서건 분위기를 활기차게 만들어준 토끼같은 후배였다”고 말했다.

한편 고인의 장례식은 영화인 장으로 치러진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지하 2층 17호다. 조문은 8일부터 10일 오후 10시까지 가능하다. 발인은 5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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