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1000억"…마약 스타에 우는 제작 업계, 대안 없나

'마약 논란' 유아인·이선균, 출연작 제작비만 1000억
"배우 사생활 검증 중요해졌지만 확인에 한계 있어"
"손해배상 위해선 계약서 잘 써야…위약벌·진술보증 활용 필요"
"배우 스스로 책임감 갖고 관리해야"
  • 등록 2023-11-29 오전 5:00:41

    수정 2023-11-29 오전 6:27:34

[이데일리 스타in 김가영 기자] ‘1000억 원’.

최근 마약 혐의로 물의를 빚은 배우 유아인이 출연한 드라마 ‘종말의 바보’(300억 원), 영화 ‘승부’(100억 원), ‘하이파이브’(200억 원)와 이선균 출연의 영화 ‘탈출:프로젝트 사일런스’(180억 원), ‘행복의 나라’(90억 원)의 제작비에 부가적인 지출 등을 더한 숫자다. 국내 최대 콘텐츠 기업으로 꼽히는 CJ ENM의 지난해 영업이익(1374억 원)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한때 ‘대작’으로 업계의 기대를 모았던 이 작품들은 주연 배우 리스크로 언제 공개될지 모르는 곤경에 빠졌다. 공개하더라도 작품의 의도와 재미가 그대로 전달되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미 작품의 소재나 완성도 보다는 주연 배우의 스캔들에 관심이 쏠렸기 때문이다.

사진=이데일리DB
사진=뉴스1
◇“AI 배우 나왔으면” 시름 깊어지는 제작사


과거의 품행부터 음주, 마약까지 배우 리스크는 연예계의 오래된 숙제로 꼽혀왔다. 미리 방지할 수도 없을뿐더러, 대비해 계약조건을 마련한다고 해도 무형의 수익까지 산정해 보상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콘텐츠 업계 관계자들은 금전적인 손해보다 수백 명의 스태프가 수년에 걸쳐 땀 흘리며 만든 작품의 가치가 훼손되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이름값 높은 주연 배우의 출연료는 상상을 초월한다. 회당 출연료가 억대를 넘어 많게는 10억원대도 훌쩍 넘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인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이선균은 올초 방송된 SBS ‘법쩐’에서 회당 2억 원의 출연료를 받았으며, 남궁민은 지난해 방송된 SBS ‘천원짜리 변호사’에서 회당 1억 6000만 원을 받았다.

이들 출연료는 단순히 연기에 대한 대가가 아니다. 해당 캐릭터를 잘 소화하고 작품 완성도를 높여주는 연기자 본연의 역할을 넘어 배우의 이미지와 이름값도 포함이다. 시청자의 관심 유발과 프로그램 편성, 해외 판촉 등 이들의 영향력이 나날이 커지고 있어서다. 배우가 연기 외에도 사적인 부분에서 더 책임감을 가지고 프로답게 관리해야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배우 리스크는 작품의 성패를 가를 정도로 중요성이 커졌지만 이들의 관리는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현재 작품을 준비 중인 한 제작사 대표는 “캐스팅하는 데 있어서 캐릭터와 싱크로율이 맞는지, 연기를 잘하는지 고려하는 것보다 사생활에 문제가 없는지 점검하는 것이 더 중요한 요소가 됐다”며 “오죽하면 캐스팅할 때 도핑 테스트까지 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제작사 대표는 학폭(학교폭력), 음주, 미투를 넘어 마약까지 번진 배우 리스크에 대해 “차라리 AI 배우가 나왔으면 좋겠다는 얘기까지 했다”며 “AI 배우는 적어도 이런 리스크는 없지 않나”라고 하소연했다.

“계약서 조항 중요…위약벌·진술 보증 필요”

배우 검증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출연 계약서에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킬 때 배상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지만, 그동안 피해 금액만큼 배상이 이뤄지지 않았던게 현실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계약서 문구 토씨 하나로 손해배상의 책임에서도 벗어나기도 한다. 최근 판결이 난 배우 서예지 광고 계약 건도 마찬가지다. 광고주는 광고가 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서예지의 학교 폭력 및 전 연인 가스라이팅 의혹 논란으로 브랜드 이미지가 훼손됐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광고주가 서예지와 소속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계약 해지에 따른 반환 책임만 인정했다. 법원은 “의혹이 사실이더라도 이는 계약기간 전의 일”이라고 판단했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배우 리스크 관리를 위해선 무엇보다 계약서 조항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계약서 조항에 피해 보상 규정을 더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디어·엔터테인먼트 분야 법률 전문가인 이용해 법무법인 yh&co 대표 변호사는 “출연 배우의 리스크는 다양하다. 대표적으로 사회적 물의로 작품 제작이 중단되거나 제작이 중단되는 경우, 완성된 작품의 흥행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경우, 방영이 연기되는 경우 등이 있다”며 “여러 상황을 염두에 두고 미리 계약서 조항에 넣는다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계약 내용에 따라서는 무형의 피해에 대한 손해를 청구할 수도 있다. 이 변호사는 “드라마는 손해액을 산정하기도, 손해를 입증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에 계약 위반의 여지가 있는 것들을 위약벌 조항으로 반영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드라마 평판에 영향을 줄 만한 것들을 열거하고 과거에도 해당 사항이 없고 계약 기간에도 하지 않겠다는 진술 보증을 하면 조항을 어겼을 때 배상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연예인 스스로의 경각심 중요

가장 중요한 것은 배우의 책임감과 인식의 변화라는 것이 업계의 목소리다. 한 제작 관계자는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배우들도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복귀하다 보니까, 배우들 사이에서도 안일하게 생각하는 측면이 있다”며 “문제를 일으킨 연예인의 손해배상을 강화해 스스로가 경각심을 갖고 관리하게끔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예인의 리스크를 관리하는 엔터테인먼트사 관계자도 “연예인 리스크’라고 하는 것이 사생활인 부분이 포함되는 만큼 관리의 경계가 모호하고 간혹 회사에 거짓말하는 경우 확인할 방법도 없다”며 “신뢰로 일을 하는 관계인 만큼 연예인 스스로가 더 책임감을 가져야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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