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죽인 적 있다” 술자리 한마디에 끝난 19년 도피 [그해 오늘]

  • 등록 2023-12-09 오전 12:00:10

    수정 2023-12-09 오전 12:00:10

[이데일리 김혜선 기자] 2016년 12월 9일. 안양의 한 호프집 여주인을 잔혹하게 살해하고 도피한 중국 동포 A씨에 징역 13년이 선고됐다. A씨는 19년간 자신의 죄를 숨겨오다가 술자리에서 무심코 ‘사람을 죽인 적 있다’고 말해 죗값을 치르게 됐다.

2016년 7월 체포될 당시 A씨. (사진=연합뉴스)
A씨는 지난 1991년 12월 친척 방문을 위해 한국에 들어왔다가 그대로 눌러앉아 불법체류를 시작했다. 그렇게 한국에서 지내던 A씨는 병원에서 우연히 만난 피해자 B씨(당시 41세·여)와 친해지게 됐다. 그런데 B씨를 알게 된 지 반년이 채 안 되었던 1997년 4월 11일 새벽, A씨는 B씨의 호프집에서 행패를 부리다가 흉기로 그를 살해했다.

당시 A씨는 호프집 문을 닫고 열어주지 않는 B씨에 욕설을 하며 벽돌을 들고 와 ‘문을 열지 않으면 깨부수겠다’고 소란을 피웠고, B씨가 문을 열고 항의하자 피해자를 흉기로 19회에 걸쳐 찔러 잔혹하게 살해했다.

살인을 저지른 A씨는 범행 바로 다음날 곧바로 중국으로 도피했다. 밀입국을 자진신고해 강제 출국 당하는 형식이었다. 그런데 A씨는 2004년 위조 신분증을 만들어 다시 한국으로 밀입국했다. 이후 그는 2011년 법무부가 한시적으로 불법체류 재외동포를 합법 체류할 수 있도록 ‘재외동포 고충 민원’을 들어주자 이를 이용해 가명으로 외국인등록까지 마치고 20년 가까이 자신의 범행을 숨긴 채 살아왔다.

A씨의 범행이 드러난 것은 그가 술자리에서 “과거에 사람을 죽인 적 있다”는 말을 했다가 이를 들은 제보자가 경찰에 신고하면서다. A씨는 2016년 7월 체포돼 재판을 받게 됐고,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은 1심에서 “피해자를 살해한 후 곧바로 중국으로 도주함으로써 이 사건 발생 후 약 19년간 피고인에 대한 형사처벌이 이뤄지지 못하고 피해자 유족은 피고인으로부터 어떠한 사과나 보상을 받지 못하는 고통을 겪었다”며 징역 13년을 선고했다.

A씨는 자신에 선고된 13년 형이 “너무 무겁다”며 항소했지만 2017년 4월 열린 항소심에서도 재판부는 A씨 주장을 기각하고 원심과 같은 형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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