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누가 월가를 쏘았나?

  • 등록 2002-04-29 오전 7:15:33

    수정 2002-04-29 오전 7:15:33

[뉴욕=edaily 이의철특파원] 최근 월가에선 뉴욕 검찰총장 엘리엇 스파이저가 단연 화제다.뉴욕타임즈를 비롯한 월스트리트저널 등 주요 일간지에도 "스파이저"라는 이름이 빠지는 날이 없을 정도로 그는 단연 "이슈 메이커"다.월가는 스파이저의 "일거수 일투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과거 인터넷 버블 시대에 유명 인터넷 애널리스트의 한마디 한마디에 열광했던 월가는 이제 "월가의 관행을 바꾸겠다"는 40대의 야심만만한 검사에 단단히 발목이 잡혀있다. 당초 뉴욕 검찰이 메릴린치증권에 투자리포트 작성 방식을 바꾸라는 법원의 명령을 전달할 때만 해도 월가의 분위기는 "저러다 말겠지"였다.당사자인 메릴린치조차도 "뉴욕검찰은 뭘 모른다"며 "그같은 리포트 작성은 월가의 관행"이라고 여유있게 대응했다.심지어 스파이저가 증거로 제시한 애널리스트들의 이메일에 대해서도 "전체적인 맥락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고 "무지의 소치(?)"로 돌렸다.그러나 지난 2주동안의 사건의 진행은 월가의 기대와는 정반대로 움직였다. 우선 뉴저지주와 캘리포니아주 등 여타 주들이 뉴욕주 검찰과 보조를 맞추기로 했다.뉴욕 검찰은 메릴린치 뿐만 아니라 모든 증권사로 조사를 확대하기로 했고 미국 법무부는 뉴욕 검찰과 별개로 독자적인 조사를 시작했다.마침내 월가의 "경찰"로 불리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마저도 증권사들에 대한 공식적인 조사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월가에 쏟아진 법원 검찰 SEC 등의 일련의 파상공세는 마침내 지난 주 메릴린치 회장 데이빗 코만스키가 직접 나서 주주와 고객들에게 "이메일 작성은 잘못된 것"이라고 사과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그러나 엘리엇 스파이저는 "갈데까지 가기로" 작정한 것 같다.스파이저는 메릴린치의 사과에 대해 "충분치 못하다"고 일축해버렸다. 엘리엇 스파이저는 81년 프린스턴을 졸업하고 84년 하바드 로스쿨을 졸업한 후 변호사로서 업무를 시작했다.86년부터 92년까지 맨하탄에서 검사를 지냈으며 이후에 스카당 앞스 등의 로펌에서도 일했다. 스파이저가 주목할만한 행보를 시작한 것은 94년부터다.민주당의 뉴욕검찰총장 후보로 당내 경선에 참여했으나 참패했다.4년후 다시 도전한 스파이저는 민주당 당내 경선에서 압승한 데 이어 공화당 후보를 최종적으로 물리쳐 마침내 99년 1월 뉴욕주의 63대 검찰총장으로 취임했다. 그가 관련된 소송중엔 중서부의 아틀랜틱 발전소가 뉴욕시 안개와 산성비의 원인이 된다는 건,뉴욕 검찰의 불심검문에 대한 보고서 등이 있지만 그다지 세간의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 월가를 상대로 한 스파이저의 "전면전"은 사실 오래전부터 준비된 것이다.그 자신 "동기생들이 월가의 펀드매니저나 주식중개업자로 많이 있어 월가의 관행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고 말한다. 지난 2000년 인터넷 버블시기 (애널리스트가 "매수"추천만 하면 주가가 폭등하던 시절)에 스파이저는 "증권사의 리서치업무와 투자은행업무간의 이해가 상충할 수 있는 조건이 분명히 있는 데 아무도 이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것이 지극히 이상했다"고 회고하고 있다.스파이저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증권사와 애널리스트 기관투자가들은 모두 이같은 왜곡을 알고 있는 데 소액투자자들만 여기서 소외돼 있었다"고 밝혔다. 스파이저가 메릴린치의 투자자 오도행위의 증거로 제시한 이메일은 우연한 기회에 메릴린치 고위간부를 조사하던중에 힌트를 얻은 것이라고 한다.이후 뉴욕 검찰은 3만여통(모두 출력하니까 30박스분량에 달했다고 한다)의 이메일을 5명의 조사관이 달라붙어 일일히 조사한 끝에 마침내 증거를 찾아냈다.애널리스트들이 자신이 추천한 인터넷 종목에 대해서 개인적인 이메일에선 "쓰레기" "쳐다보고 싶지 않은 종목"이라고 말한 것이다.이는 엄연한 "사기행위"라는게 스파이저의 견해다. 더구나 스파이저는 메릴린치와 여타 증권사에 대해 "마틴법"(Martin law)을 적용할 계획이다.마틴법은 여타 증권관련법과는 달리 증권사의 "고의성"을 증명할 필요가 없다.단지 고객들이나 이해관계자들이 증권사의 행위로 손해를 봤다거나 고통을 겪었다는 점만 증명하면 된다.스파이저 입장에선 최첨단 무기를 갖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스파이저의 향후 행보가 어떻게 될지는 그 자신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모른다.월가에 반격의 기회를 주지 않기위해서라도 그는 말을 아낄 것이다.증권사의 이같은 행위와 관련된 공개적인 청문회(헨리 블로짓과 같은 당사자를 직접 출석시킨)를 계획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스파이저의 월가를 상대로 한 "기나긴 싸움"은 그러나 이제 막 시작이다.월가도 전열을 재정비해 "본게임"을 준비하고 있다.메릴린치가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을 법률고문으로 영입한 것도 이의 일환이다. 줄리아니가 80년대 월가의 정화에 앞장서 검사로서의 명성을 얻고 이를 바탕으로 뉴욕시장에 당선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줄리아니의 임무는 스파이저와의 협상을 "잘 마무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줄리아니가 한참 후배격인 스파이저와 맞대결을 한다는 것도 그렇거니와,특히 뉴욕시장으로서의 자신을 있게 했던 "월가 정화자"로서의 명성과는 정반대로 이제는 월가의 이해를 위해 총대를 맸다는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다.미국판 "전관예우"의 관행을 스파이저가 용인할지는 미지수지만. 월가는 이런면에서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굵직한 정치적 사건을 수사한 후에 그것을 바탕으로 책을 내고,나아가 국회의원에 당선돼 자신이 단죄했던 정치인을 위해 "복무하는" 검사분들이 어디 한둘인가? 월가를 한바탕 혼내준 스파이저가 가까운 장래에 또 뉴욕시장으로 출마한다고 나설 수도 있겠지만 현재까지는 검사 스파이저의 직업의식에 점수를 주고 싶다.스파이저는 "뉴욕 검찰의 임무는 개혁의 촉매제가 되는 것"이라며 "내가 하려고 하는 것은 어떤 문제를 이슈화해서 여러가지 증거들로 그것의 틀을 잡고 최종적으로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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