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와아이들 20주년..이제는 말할 수 있다!

양현석 인터뷰 "아이들로 불리는 것 싫었다"
서태지 `서크루지`·이주노 `통큰이`
"사생팬?..의식 있고 쿨한 팬들 고마워"
YG와 서태지 둘 중 하나 고르라면…
  • 등록 2012-03-23 오전 6:50:19

    수정 2012-03-23 오전 8:24:46

▲ 서태지와 아이들(사진제공=서태지컴퍼니)
[이데일리 조우영 기자] 3월23일은 국내 대중음악사에 특별한 날이다. `문화 대통령`이라 불리며 한국 사회의 많은 것을 바꿔놓은 서태지와 아이들의 데뷔일이기 때문이다. 1992년 1집 `난 알아요`를 내놓은 이들은 1996년 `굿바이`가 수록된 5집 앨범을 끝으로 팀 은퇴를 선언했다. 돌이켜보면 횟수로 5년이라는 짧은 시간이었다. 그럼에도 20년이 지난 지금, 이들에 대한 상찬은 끝이 없다. 그만큼 서태지와 아이들은 문화 혁명가이자 한 세대의 초상이요 시대의 아이콘이었다. 하지만 그들도 뛰어난 아티스트이기 이전에 사람이다. 서태지와 아이들이기에 궁금한, 물어보기 미안해서 하지 못한 이야기들을 양현석에게 들어봤다. 소소하고 다소 유치할지도 모르는 물음에 그가 답했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고.

▲ 서태지(사진제공=서태지컴퍼니)
 - 양현석에게 서태지와 아이들은 ▲ 대중가요의 전환점이자 내 인생의 전환점이다. 서태지는 춤에만 미쳐 살던 나를 음악과 결합해줬다. 사람은 환경에 따라 변하지만 그 본성은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은퇴할 당시 `서태지와 아이들답게 살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 말을 여전히 내 심장 속에 담고 있다.

- `아이들`로 불리는 게 싫지 않았나 ▲ 솔직히 당시에는 매우 싫었다. 영어로 `태지 보이즈`(taiji Boys)였는데 직역하다 보니 서태지와 아이들이 됐다. 그러나 이름은 중요한 게 아닌 것 같다. 분명 서태지가 중심이 돼 음악을 만들었고 우리가 후반부에 뭉쳤으니 틀린 말도 아니다. 큰 의미는 없다.

- 양현석은 서태지와 아이들의 곡 `이 밤이 깊어가지만`과 `널 지우려를 해`를 작사했다. 아티스트로서 저평가된 경향이 있다 ▲ 마침 서태지의 곡에 가사가 없어 내가 써 보면 안 되겠느냐고 했다. 그리고 하룻밤 만에 가사를 썼다. 그런 경험이 없었는데 나 자신에 놀랐던 시기다. 아티스트로서 조명받지 못한 데 대해 아쉽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그렇게 생각하기에는 서태지의 음악성이 엄청 뛰어났다.

- `춤꾼`으로만 비치는 게 아쉬울 법도 한데 ▲ 가수로서의 욕심보다 춤에 더 관심이 많았다. 다만 내가 어릴 적 춤출 때만 해도 사회에서 색안경을 끼고 보던 시기다. 춤을 추면 `날라리`라는 이미지가 강해 주변 눈치를 봐야 했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게 즐거웠을 뿐 아티스트로서 대우받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각자 맡은 분야에서 최선을 다해 즐겼다.

- 서태지는 록, 양현석은 힙합, 이주노는 브레이크 댄스로 대표된다. 멤버간의 음악적 견해차는 없었나 ▲ 물론 굉장히 컸다. 성향이 다른 사람들이 모였음에도 오히려 부딪치는 건 없었다. 내가 아티스트인 척 노력했다던가 이주노 씨가 그랬다면 싸웠을 텐데 그런 게 없었다. 서로 도움이 됐다. 서태지와 아이들로 활동하는 동안 태지와 갈등이 없었던 것은 각자 역할이 명확했기 때문이다. 서태지가 음악을 담당했다면, 나는 일종의 기획자나 프로듀서의 역할을 했다.

- 지금도 팬들 사이에선 `이주노와 양현석은 원래 안 친했다`는 말이 있다 ▲ 이주노 씨와 내가 친하지 않았다기보다 서태지와 내가 더 친했다는 설명이 적절할 것 같다. 이주노 씨는 서태지를 만나기 전 춤추던 시절에 이미 알던 사이다. 너무 잘 알기에 상대적으로 설렘이 적었을 뿐이다. 서태지와 이주노 씨와의 대화는 드물었다. 이주노 씨는 서태지와 나이 차가 많다 보니 직접적인 의사소통보다 나를 통해 하는 경우가 많았다. 내가 중간 역할을 많이 했다.

- 제작자의 눈으로 바라본 서태지와 아이들의 단점은 ▲ 고치고 싶은 게 없다. 각자 분야에서 최고가 모인 팀이었다. 20년 전, 아무것도 모르고 했던 결과물들을 지금 보면 `어떻게 이렇게 할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참 열정적으로 살았구나 싶다.

- 인간 정현철(서태지)과 이상우(이주노)의 일상은 어땠나 ▲ 서태지는 지갑을 안 갖고 다니는 걸로 유명했다. 우리끼리 밥을 먹으면 노상 돈을 내는 건 나나 이주노 씨였다. 그 모습이 귀여웠다. 그래서 `서크루즈`라는 별명도 붙었다. 서태지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낭비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헛된 곳에 돈을 쓰는 않는다. 물가에 개념이 없을 정도로 순수하다. 이주노 씨는 그에 비하면 계산적이지 않고 통이 컸다.

- 서태지와 이주노가 부럽거나 그들에게 본받고 싶은 점은 ▲ 서태지의 음악성과 창조력은 정말 부럽다. 그에게 정서적으로 영향을 많이 받았고 배웠다. 그래서 지금도 싱어송라이터를 좋아한다. 이주노 씨는 술을 많이 좋아했음에도 스케줄에 단 한 번도 늦게 온 적이 없다. 동생들에게 미안한 짓을 하지 않았다. 아무리 술을 먹어도 항상 제일 먼저 나와 우리를 기다렸다. 멤버 모두 책임감이 강했다.

- 한국 대중음악사의 한 획을 그은 것에 비해 활동 기간이 짧았다. 은퇴 결정은 왜, 누가 한 것인가 ▲ 불화나 싸움에 의해 헤어졌다면 해체지만 우리는 그런 게 아닌 은퇴였다. 서태지가 가장 먼저 얘기한 것으로 기억한다. 이주노 씨나 나도 반론하지 않았다. 그가 겪는 창작의 고통을 잘 알고 있었기에 이해했다. 우리도 각자의 길을 준비해야 할 시점임을 알았다.

- 제2의 서태지로 꼽을 만한 혹은 버금가는 뮤지션이 있다면 ▲ 서태지와 아이들만큼 파급력이 큰 그룹이 나오기는 어렵다고 본다. 음악적 역량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시대적 환경이 다르다. 당시에는 인터넷도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고 방송사도 3개밖에 없었다. 지금은 가수들도 정말 많아졌다.

- 서태지와 아이들 같은 그룹을 만들 생각은 없나 ▲ 지금은 유튜브를 통해 K팝이 세계로 뻗어 나가고 큰 시장에서 활동하기 좋은 시절이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제작자들도 다 만들고 싶을 거다. 그런데 쉬운 일이 아니다. 서태지와 아이들은 시대가 원한 그룹이다. 요즘 시대가 원하는 그룹은 어떤 것일까 늘 고민한다.

- 제2의 서태지와 아이들이 나오기 위해선 어떤 요건이 갖춰줘야 하나 ▲ 대부분 아이돌 그룹은 기획사에서 양산해 낸 이미지가 강하다. 소위 말해 차별성이 없다. 어느 그룹이 인기를 끌면 비슷한 그룹이 우루루 만들어지고 있다. 전체적으로 하향평준화되고 있다. 본인의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 빅뱅도 지금은 YG가 서포트를 해줘 빛을 내고 있지만 언젠가는 스스로 서야 한다. 자기 옷을 스스로 입을 줄 아는 경쟁력을 갖춘 가수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 서태지와 아이들 중 양현석이 제일 잘 나간다는 말이 많다 ▲ 기분 나쁘지는 않다. 하하. 하지만 그저 겉으로 보이는 하나의 현상일 뿐이다. 그래서 서태지와 아이들 자격으로 인터뷰하기가 싫었다. 내가 현업에 있다 보니 언론의 인터뷰 요청이 많은 건 사실이지만 나 혼자 나서는 게 미안하다. 이주노 씨도 같은 마음일 거다. 될 수 있으면 인터뷰를 거절했음에도 몇몇 시간을 낸 건 그래도 궁금해하시는 팬분들을 위해서다. 모 매체가 약속도 잡지 않고 찾아와 몇 시간을 기다려 할 수 없이 인터뷰했다. 그랬더니 다음날 또 다른 매체가 찾아와 경쟁이 붙었다. 혼자 잘난 척하는 것처럼 보이는 게 싫다.

-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일명 `사생팬`은 없었나 ▲ 있긴 있었지만 당시 팬들은 요즘 아이들처럼 정보력이 뛰어나지 않았다.(웃음) 집과 사무실 앞에서 기다리는 게 전부였다. 도를 넘어선 적이 없다. 팬들도 가수따라간다고 서태지와 아이들 팬들은 의식이 있어 좋았다. 쿨한 팬들이 많다.

- 누가 제일 잘 생겼다고 생각하나 ▲ 비주얼 담당은 서태지다. 남자한테 이런 얘기는 우습지만 서태지는 곱게 생겼기 때문에 인기가 많았다. 나는 장난 말로 `귀여움` 담당이었다. 이주노는 카리스마를 맡았다.

- 곧 두 아이의 아빠가 된다. 자녀가 서태지와 아이들 같은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고 한다면 ▲ 나는 그 친구(자녀)가 뭘 하고 싶은지만 분명히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원한다면 최선을 다해서 도울 것이다. 본인이 원하지 않는 걸 시키지는 않을 것이다. 부모가 돼서 하는 얘기가 아니라 어렸을 때부터 한 생각이다.

- 20년 전으로 돌아가 YG와 서태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 그건 진짜 대답 못하겠다. 그때도 행복했고 지금도 행복하다. 아버지가 좋으냐 어머니가 좋으냐는 질문과 같다.

- 20주년 기념 음반 거액 제의도 받았다던데 ▲ 잘못 전달된 거다. 20주년이 아니고 지난 20년 동안 수많은 제의를 받았다는 뜻이다. 요즘에는 그런 제의가 없다. 하하. 안될 것 같은가보다.

- 팬들에게 한마디 ▲ 서태지와 아이들 시절을 떠올리면 가장 기억나는 게 팬들이다. 여러 가지 곤경에 처한 적이 많았는데 우리의 생각과 이상을 같이 한 팬들이 있어 극복할 수 있었다. 집 앞에 찾아오던 중학생 친구들이 지금은 나이가 들어 30, 40대가 됐다. 그들의 눈에 비친 나도 나이가 들었지만 모두 마음은 한결같을 것이라 믿는다. 다른 멤버들도 마찬가지 일 거다. 항상 고맙다.  
▲ 양현석(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 관련기사 ◀ ☞서태지 측 "탈루 의혹은 악의적 보도…법적 대응할 것" ☞우리 서태지가 달라졌어요..`간디작살` 근황 공개 ☞서태지, 오는 3월께 컴백?..`관심 집중` ☞양현석, 노래 시범 화제 "서태지와 아이들 이후 처음?" ☞서태지 "아빠된 양현석·이주노 축하, 행복하길" ☞`다사다난` 서태지, 안부인사 "이런 팬들 또 없다" ☞서태지 `연예인 빌딩부자` 1위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모델처럼' 기념사진 촬영
  • 3억짜리 SUV
  • 치명적 매력
  • 안유진, 청바지 뒤태 완벽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