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리뷰]‘홀리 모터스' , 기괴한 9가지 인생

  • 등록 2013-03-24 오전 9:01:46

    수정 2013-03-24 오전 9:01:46

영화 ‘홀리 모터스’ 포스터.
[이데일리 스타in 안준형 기자] 기괴하다. 프랑스 영화계의 거장으로 불리는 레오스 카락스 감독의 장편 ‘홀리 모터스(Holy Motors)’의 첫 인상이다. 하지만 기괴하고 기묘한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덧 “나는 누구인가”라는 근원적 질문과 마주치게 된다.

‘홀리 모터스’는 고급 리무진의 이름이다. 영화는 한 남자가 ‘홀리 모터스’를 타고 다니며, 갖가지 인물을 ‘연기’하는 것을 그려낸다. ‘연기’를 한다고 표현했지만, 이 남자가 왜 다른 인물로 변한는지, 배우인지 배우가 아닌지조차 모호하다.

주인공 오스카(드니 라방 분)는 비서(에디뜨 스콥 분)가 모는 ‘홀리 모티스’를 타고, 새벽부터 자정까지 파리 시내를 돌아다닌다. 리무진은 연기를 준비하는 분장실이다. 그는 서류 파일에 적힌 ‘스케줄’ 대로 차 안에서 가발과 가면을 쓰고, 수염과 손톱을 붙인다. 리무진이 멈추고 차문이 열리면 오스카가 아닌 노인, 암살자, 광인, 아버지 등이 내린다. 또다른 오스카의 모습이다.

관객은 9개의 ‘스케줄’을 연기하는 오스카를 좇아야 한다. 각 인물이 어떤 상황과 마주칠지 예상할 수 없다. 하수구에서 올라온 광인은 돈과 꽃을 씹어 먹고, 모션캡쳐 배우는 외계 생명체와의 섹스를 연기한다.

‘홀리 모터스’는 ‘나쁜 피’, ‘퐁네프의 연인들’, ‘폴라 X’ 등을 만든 레오스 카락스 감독이 13년만에 내놓은 장편. 걸작과 문제작을 오가는 작품을 선보인 대가의 작품 다운 파격적인 설정이다.

퍼즐같은 9개의 에피소드를 드니 라방이 홀로 그려낸다. 드니 라방은 ‘나쁜 피’, ‘퐁네프의 연인들’에 출연하면서 일약 스타덤에 올랐고, ‘레오스 카락스의 페르소나’로 불리는 배우다. 이번 영화에서도 도저히 한 명이 펼치는 연기라고 믿을 수 없을 만큼 넖은 진폭의 연기와 깊은 내면의 이야기를 끌어냈다.

국내에 앞서 논란이 된 성기 노출 분량은 ‘뿌옇게’ 처리됐다. 영화 관람에는 큰 방해는 없다. 시사회 직전 수입사 오드(AUD)의 김시내 대표는 “캐릭터의 야성과 동물성을 가장 잘 나타내는 장면이 뿌옇게 처리됐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원작 그대로 관람할 수 없는 아쉬움은 남지만, 뿌옇게 처리된 ‘그 곳’이 영화를 퇴색시켰다는 느낌은 많지 않다. 국내 실정에 맞춘 영상물등급심의위원회의 결정을 존중할 일이다.

정의 내리기 어려운 영화다. 인과관계를 설명하기도 어렵다. 관객은 누가 진짜 오스카인지 알수도 없다. 오스카의 옛 여인 진(에바 그레이스)이 “우리가 누구였나, 우린 대체 누구였나”라고 부른 노래와도 맞닿아 있다. 레오스 카락스 감독은 기괴하지만 신비한 인물들을 통해 거짓같지만 진실된 어떤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고 추측할 뿐이다.

영화 속 한 남자가 오스카에게 “왜 이 일을 계속 하냐”고 묻는다. 오스카는 이렇게 말한다. “처음 시작은 연기의 아름다움이었지.” 레오스 카락 감독은 ‘우린 대체 누구였나’며 질문을 던지고 있다.

4월 4일 개봉. 상영 시간 1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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