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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 새 역사 쓴 '10대 소녀' 라두카누...글로벌 스타 탄생

  • 등록 2021-09-13 오전 12:10:00

    수정 2021-09-13 오전 12:10:00

US오픈 테니스 여자 단식에서 우승을 차지한 에마 라두카누가 우승 트로피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AP PHOTO
US오픈 여자 단식 우승자 에마 라두카누. 사진=AP PHOTO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마리야 샤라포바, 세레나 윌리엄스 이후 뚜렷한 슈퍼스타가 없었던 여자 테니스에 새로운 샛별이 탄생했다. 주인공은 영국의 ‘2002년생 10대 소녀’ 에마 라두카누(19)다.

라두카누는 12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의 빌리진 킹 내셔널 테니스 센터에서 열린 US오픈 테니스 대회 여자 단식 결승에서 2002년생 동갑내기인 페르난데스(19·캐나다)를 1시간 51분 만에 세트스코어 2-0(6-4 6-3)으로 누르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라두카누는 이번 우승으로 수많은 기록을 다시 썼다. 우선 1999년 대회 세리나 윌리엄스(17세 11개월) 이후 가장 어린 나이에 US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한 선수가 됐다. 아울러 2004년 윔블던 결승에 올랐던 샤라포바(17세) 이후 최연소 메이저 대회 여자 단식 우승자가 됐다.

아울러 메이저 대회 남녀 단식을 통틀어 처음으로 예선 통과자가 우승까지 차지하는 새 역사도 수립했다. 특히 예선 3경기와 본선 7경기에서 한 세트도 내주지 않고 ‘무실세트 우승’을 달성했다는 점에서 라두카누의 우승은 더욱 놀랍기만 하다.

그밖에도 라두카누는 1977년 윔블던에서 우승한 버지니아 웨이드(76·은퇴) 이후 44년 만에 처음으로 메이저 대회 여자 단식에서 우승한 영국 선수가 됐다.

라두카누는 이번 대회 전까지만 해도 무명에 가까운 선수였다. 주니어 시절 두각을 나타내지도 못했고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출전 경력도 거의 없다. 올해 처음 WTA 투어에 뛰어들었지만 참가한 3차례 대회 가운데 1회전 탈락이 2번이나 된다.

라두카누는 이번 우승으로 상금 250만달러(약 29억2600만원)라는 거액을 챙겼다. 그전까지 라두카누가 WTA 투어를 통해 벌어들인 상금은 30만3376달러(약 3억5500만원)에 불과했다. 이번 우승 한 번으로 그동안 번 상금의 8배에 달하는 돈방석에 앉게 됐다.

라두카누가 처음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올해 윔블던이었다. 처음 메이저대회 본선에 올라 16강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그때는 그냥 우연인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다음 메이저대회인 US오픈에서 단숨에 정상에 오르면서 ‘우연이 아닌 실력’임을 확실히 입증했다.

세계 테니스계는 라두카누의 등장에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여자 테니스는 확실한 강자가 없는 ‘춘추전국시대’가 이어왔다. ‘테니스 여제’ 세레나 윌리엄스(22위·미국)가 2017년 호주오픈에서 마지막 메이저 단식 우승을 한 뒤 17차례 메이저 대회에서 12명이 우승을 나눠 가졌다.

그나마 오사카 나오미(3위·일본)가 2018년 이후 4차례 우승(US오픈 2위, 호주오픈 2위)을 차지하며 앞으로 치고 나갔지만 그 역시 경기력 기복이 심했다. 오사카는 이번 대회에서 3회전에 탈락했다. 결승에서 라두카누에게 패했던 페르난데스가 오사카의 발목을 잡았다.

라두카누의 서브 최고 시속은 177km 정도다. 세레나 윌리엄스 등 여자 테니스에서 강서브를 구사하는 선수들의 구속이 시속 190km 이상임을 감안하면 서브가 강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라두카누는 대신 지칠 줄 모르는 체력과 날카롭고 정교한 기술 테니스로 상대를 압도한다. 특히 전문가들은 라두카누의 두둑한 배짱과 놀라운 집중력을 주목하고 있다. 어린 나이임에도 코트 위에서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 모습이다.

라두카누는 루마니아 출신 아버지와 중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이다. 태어난 곳은 캐나다 토론토지만 2살 때 영국으로 이주해 영국 국적을 취득했다. 그가 롤모델로 삼는 선수는 루마니아 출신의 시모나 할레프와 중국의 리나다.

라두카누는 어머니에게 배운 동양식 사고방식이 자신에게 큰 영향을 미쳤고 강한 정신력을 키우는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영국 신문 ‘더 텔레그래프’와 인터뷰에서 “중국인은 자부심이 강하지만 자신이 잘났다고 남들에게 내세우지 않고 자기 자신을 믿는 데 집중한다”면서 “그런 어머니 밑에서 자란 나는 중국의 문화를 존중한다”고 말했다.

세계 최고의 테니스 대회인 윔블던을 개최하면서도 정작 남자 테니스 앤디 머레이 이후 이렇다할 테니스 스타가 없는 영국은 라두카누의 등장에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약 3개월 전만 해도 3000명 정도에 불과했던 라두카누의 SNS 팔로어 숫자는 US오픈 우승 이후 단숨에 100만명을 훌쩍 넘겼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도 라두카누에게 직접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이번 우승은 당신의 엄청난 노력과 헌신이 이뤄낸 결과물로 젊은 나이에 이뤄낸 엄청난 성과”라며 “당신과 상대 선수였던 페르난데스의 놀라운 결과는 다음 세대 테니스 선수들에게 좋은 영감을 줄 것”이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영국 찰스 왕세자도 “정말 엄청난 업적을 이뤄냈다”며 “우리는 모두 당신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라두카누를 칭찬했다. 윌리엄 왕세손과 케이트 미들턴 왕세손빈 역시 라두카누의 우승에 축하 인사를 전했다. 왕세손 부부는 라두카누의 상대였던 페르난데스에게도 “올해 US오픈에서 보여준 엄청난 성과가 보기 좋았다”고 격려했다.

현지언론들은 라두카누가 앞으로 영국을 넘어 세계적인 슈퍼스타로 발돋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영국의 매니지먼트 전문 기업 인터탤런트의 조너선 샬리트 대표는 영국 신문 ‘더 선’과 인터뷰에서 “라두카누가 이런 추세를 유지하면 앞으로 1억 파운드(약 1617억원) 이상의 수입을 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영국 국적인 동시에 동유럽, 아시아 등 다문화적인 배경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 그의 상업적 가치를 높이는 요소라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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