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격 황제’ 진종오 제2의 인생 정조준, “다시 태어나도 사격하고 싶다”

올림픽 사격 역사상 최초로 단일 종목 3연패
한국인 하계 올림픽 최다 금메달(4개)·최다 메달(6개) 타이기록 보유
인생 최고의 한발은 런던 올림픽, "쏜 순간 정중앙 직감"
  • 등록 2024-03-05 오전 12:00:00

    수정 2024-03-05 오전 12:00:00

한국 사격을 대표하는 진종오가 4일 오후 서울 성동구 브리온컴퍼니에서 열린 은퇴식에서 꽃다발과 케이크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성수=이데일리 스타in 허윤수 기자] ‘사격 황제’ 진종오(45)가 사대를 떠난다. 이제 과녁 대신 제2의 인생을 겨냥한다.

진종오는 4일 오후 2시 성동구 성수동의 브리온컴퍼니에서 진행된 은퇴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사격 선수 진종오를 지켜봐 주셔서 감사하다”라며 선수로서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세계 무대를 휩쓴 진종오는 특히 올림픽 무대에서 강한 면모를 드러냈다. 2004 아테네 올림픽 권총 50m 은메달을 시작으로 사격 황제의 탄생을 알렸다. 2008 베이징 올림픽 권총 50m에서 첫 금빛 총성을 울린 뒤 2012 런던 대회에선 권총 50m와 공기 권총 10m를 모두 휩쓸었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선 권총 50m 금메달을 따내며 3연속 금메달 사냥에 성공했다. 특히 권총 50m에서 올림픽 사격 역사상 최초의 단일 종목 3연패의 기록을 썼다.

진종오는 자신의 마지막 올림픽이 된 2020 도쿄 대회 이후로 은퇴를 결심했다. 당시 진종오는 주 종목이었던 권총 50m가 폐지되면서 권총 10m와 공기 권총 혼성 경기에 나섰으나 메달을 획득하진 못했다.

한국 사격을 대표하는 진종오가 4일 오후 서울 성동구 브리온컴퍼니에서 열린 은퇴식에서 가족과 지인들의 영상메시지를 본 뒤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그는 “도쿄 올림픽이 끝난 뒤 후배를 위해서 물러나야겠다고 생각했다”라며 “사격 선수에게 치명적인 노안이나 수전증은 없었으나 집중력도 오르지 않았고 그만해야 할 때라고 느꼈다”라고 은퇴를 결심한 순간을 떠올렸다.

2024 파리 올림픽 출전 의지를 밝히기도 했었던 그는 “도쿄 대회를 준비하며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하는 건 스스로 부담을 주는 것 같았다”라며 사실 마음을 내려놓은 상태였다고 덧붙였다.

진종오는 올림픽에서 금메달 4개와 은메달 2개를 따냈다. 양궁 김수녕(53)과 함께 한국인 하계 올림픽 최다 금메달(4개)과 최다 메달 기록(6개)을 보유했다.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메달로 2012 런던 올림픽을 꼽았다.

“당시 세계 랭킹 1위에 세계신기록까지 보유했었다”라고 회상한 진종오는 “즐기면서 자신 있게 대회를 치렀다”라고 이유를 밝혔다. 이후 도쿄 올림픽 때는 무슨 정신으로 대회를 치렀는지 모를 정도로 부담을 느꼈다고 상반된 느낌을 전했다.

인생 최고의 한발 역시 2012 런던 올림픽이었다. 그는 “10m 경기 때 마지막 발을 10.8점을 쐈다”라며 “쏜 순간 정중앙이라고 느꼈다”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9월 경찰청장기 전국사격대회에 나섰던 진종오는 “더는 대회에 나서지 못하겠다는 생각에 첫발부터 마지막 발까지 소중하게 쐈다”라며 “마지막 발도 10점을 쏘고 나온 걸로 기억한다”라고 밝혔다.

한국 사격을 대표하는 진종오가 4일 오후 서울 성동구 브리온컴퍼니에서 열린 은퇴식에서 선수생활을 하며 작성한 메모장을 소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다시 태어나도 사격을 하고 싶다”라고 말한 진종오는 “지금까지도 총을 너무 좋아하고 아직도 사격장을 가면 설렌다”라고 남다른 애정을 밝혔다. 그는 이제 사격을 뒤로 하고 제2의 인생에 나선다. 체육학 석사 학위와 박사 과정을 수료한 그는 대한체육회와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이사로 일하며 행정가로 변신했다. 2024 강원동계청소년올림픽에서는 ‘빙속 여제’ 이상화(35)와 대회 공동 조직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진종오는 “수많은 경험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전달할지 고민하면서 대학원을 다녔다”라면서 “대한사격연맹과 체육회가 승낙해 준다면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후배들을 만나 정신·기술적인 부분을 공유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향후 가장 많은 쟁점이 되는 부분이 미래 세대가 체력적으로 약해지는 것”이라며 “현실적으로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 없으므로 그런 부분을 개척하는 게 선배들의 역할인 거 같다”라고 설명했다.

한국 사격을 대표하는 진종오가 4일 오후 서울 성동구 브리온컴퍼니에서 열린 은퇴식에서 꽃다발과 케이크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진종오는 지난달 국민의힘 4·10 총선 인재로 입당하며 정치에도 도전장을 냈다. 그는 관련 물음에 “오늘은 선수 진종오로의 모습만 말씀드리고 싶다”라며 “내일부터는 얼마든지 답해드리겠다”라고 말했다.

진종오는 “사격이 기록경기이다 보니 모두가 경쟁자였다”라며 “지극히 개인주의일 수밖에 없었고 후배들이 비결을 물었을 때 상투적으로 답했던 게 미련이 남는다”라고 후회를 밝혔다. 그는 “현역 땐 나도 경기해야 했는데 이젠 내려놨기에 언제 어디서든 알려줄 수 있는 선배가 되고 싶다”라고 다짐했다.

끝으로 진종오는 “28년 정도 내가 좋아하는 사격을 하며 사랑을 받았다”라며 “받았던 사랑을 모든 분에게 드릴 수 있는 진종오로 새롭게 태어나겠다. 내 삶에서 정말 행복한 순간이었다”라고 또 다른 모습의 진종오로 돌아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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