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1등’ 당첨금도 나눈 형, 왜 친동생을 살해했나 [그해 오늘]

  • 등록 2024-03-11 오전 12:00:10

    수정 2024-03-11 오전 12:00:10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이데일리 권혜미 기자] 2020년 3월 11일. 일명 ‘로또 1등 형제의 비극’이라 불리는 해당 사건의 결심 공판에서, 검찰이 친동생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50대 남성에게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사건은 지난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로또 1등에 당첨돼 세금을 제외하고 약 12억 원을 수령한 50대 남성 A씨는 가장 먼저 가족들에게 당첨금을 나눠줬다. 누나와 남동생에게 각각 1억5000만원씩 줬으며, 작은아버지에게도 수천만 원을 건넸다. A씨가 가족에게 나눠준 돈만 총 5억원에 달했다.

동생은 A씨가 준 돈을 보태 집을 장만했다. A씨 또한 남은 7억원 가운데 일부를 투자해 전북 정읍에서 정육식당을 열고 사업을 시작했다. 그만큼 A씨는 가족에 베푸는 걸 망설이지 않았고, 형제 간 우애도 돈독했다.

하지만 행복은 잠시 뿐이었다. 나누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던 A씨의 성격이 탈이 됐던 것. 로또에 당첨된 후 A씨는 주변 지인들에게 “돈을 빌려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점점 자신의 통장잔고까지 바닥났던 A씨였지만, A씨는 동생 집을 담보로 대출 4600만원을 받으면서까지 지인들에 돈을 빌려줬다.

여기에 정육 식당의 경영난까지 덮친 A씨. 하지만 A씨로부터 4600만원을 빌린 친구는 잠적했고, 결국 A씨는 대출 이자인 월 25만원조차 밀릴 정도로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게 됐다. 은행의 독촉이 A씨에 이어 동생에게까지 이어지면서 두 사람의 갈등은 깊어졌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2019년 11월 11일, 결국 동생은 A씨에게 전화해 “형이 이자를 갚으라”라고 말하며 “양아치” 등의 욕설을 했다. 이에 격분한 A씨는 흉기를 챙기고 만취 상태로 차를 몰아 동생이 있는 전주의 한 전통시장으로 찾아갔다. 그리고 다툼 끝에 동생을 흉기로 찌르고 말았다.

사건이 발생한 가게 근처에는 동생의 아내와 초등학교 1학년인 딸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동생이 A씨가 휘두른 흉기로 인해 쓰러진 후 아내가 달려와 지혈을 시도했지만, 병원으로 옮겨진 동생은 결국 과다출혈로 숨지고 말았다.

이후 이듬해 3월 11일 살인 혐의를 받는 A씨의 결심공판이 전주지법 제1형사부(부장판사 강동원) 심리로 열렸다. 당시 해당 사건은 가해자가 과거 로또 1등 당첨자였다는 사실이 알려져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검찰은 “비극적인 사건을 접하면서 검사로서 가슴이 아팠다”면서도 “하지만 피고인은 잔인하게 친동생을 살해했다. 엄벌이 필요하다”고 A씨에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다만 재판부는 같은해 9월 열린 항소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 징역 9년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살인은 어떠한 방법으로도 돌이킬 수 없는 중범죄”라면서도 “피고인이 사건 당시 술을 마시고 피해자를 찾아와 우발적으로 범행을 한 것으로 보이고 피해자 가족이 법원에 선처를 탄원하는 처벌불원서를 제출해 이를 참작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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