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잠실구장에서는 역사에 길이 기억될 만한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주인공은 두산 외야수 정수빈이었다.
1-1 동점이던 연장 11회초 1사 2루. 다음 타자 오정복의 타구는 우중간으로 쭉쭉 뻗었고 안타성 타구로 보였다. 하지만 정수빈이 빠른 발을 이용해 잘 쫓아갔고, 이 타구는 정수빈의 글러브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정수빈은 아웃카운트를 착각했는지 2루 주자를 돌아 볼 생각도 하지 않고 펜스쪽으로 서서히 달려갔다.
이미 태그 업 준비를 하고 있던 배영섭은 3루로 달리기 시작했고, 중계플레이가 되지 않은 틈을 타 홈까지 파고들었다. 결과는 세이프. 결국은 이 점수가 결승점이 돼 두산은 1-2로 패하고 말았다. 희대의 본 헤드 플레이였다.
때는 1997년 8월23일, 이 역시 삼성이 연관돼 있었다. 대구에서 열린 삼성-쌍방울전. 9회초 1-4로 뒤지고 있던 쌍방울의 마지막 공격이었다.
2사 1, 2루에서 타석에는 대타 장재중. 볼카운트 2-1에서 장재중은 삼성 김태한의 원바운드된 공을 헛스윙하고 말았다. 장재중은 터벅터벅 덕아웃으로 들어오고 있었고, 삼성 포수 김영진도 경기가 끝났다고 판단해 공을 관중석으로 던져버렸다. 주심도 경기 종료를 선언했다.
그러나 그 때, 당시 쌍방울 감독이었던 김성근 감독이 그라운드로 뛰쳐나왔다. 그러더니 덕아웃으로 향하던 장재중을 막아선 뒤 주심을 붙잡고 스트라이크 아웃 낫아웃 상황이라고 어필에 나서기 시작했다.
2사 후 2스트라이크 이후에 원바운드된 공을 타자가 헛스윙했을 경우, '스트라이크 낫아웃'이라는 규칙이 적용된다. 타자는 인플레이 상태에서 1루로 뛰어야하고 포수는 공을 1루에 송구하든지 타자를 태그해야한다.
당시에는 '스트라이크 아웃 낫 아웃 상황에서 주자가 된 타자가 덕 아웃이나 덕 아웃의 계단까지 들어가기 이전이라면 정상적인 주자로 간주한다'라는 내용의 규칙이 있었다. 이 때문에 장재중의 플레이는 정당화됐다.
하지만 지금은 '타자가 주자의 의무를 포기하고 홈 플레이트 주위의 흙으로 뒤덮인 원을 벗어나 벤치 또는 자신의 수비위치로 가려는 행위를 했다고 심판이 판단하면 아웃을 선언할 수 있다'로 바뀌었다.
▶ 관련기사 ◀ ☞오승환, 16G 연속 세이브 신기록.."불펜 투수들 덕분" ☞정수빈 본 헤드 플레이로 1점 헌납, 타점은? ☞삼성, 두산 실책 틈타 연장11회 역전승 ☞'역투+집중력' KIA 모처럼 맘 편한 1승 ☞(VOD) 프로야구 하이라이트 (27일 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