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 계약?…요즘은 연습생이 왕이야"

대형기획사에 인재 쏠려
애써 키웠더니 몰래 이적
중소사 "역차별 시대" 하소연
  • 등록 2012-09-07 오전 8:14:45

    수정 2012-09-07 오전 8:14:45

[이데일리 스타in 조우영 기자] 요즘 연예계에서 ‘노예 계약’이란 말은 어느 정도 통용될까. 연습생 성폭행 사건 등 극히 일부의 부도덕한 연예기획사가 사회적 문제로 불거졌다지만 대부분 선량한 기획사들은 오히려 ‘역차별 시대’라고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가요기획사 A대표는 “예전과 달리 지금 연습생은 귀하신 몸”이라고 말했다. 몇몇 대형기획사와 각 방송사 오디션 프로그램에만 인재가 몰리면서 중소기획사는 ‘될성부른 떡잎 모시기’에 전전긍긍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 2009년 공시된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대중문화예술인 표준전속계약서’ 2종(배우·가수 부문)이 큰 몫을 했다. A대표의 푸념과 달리 그간 기획사와 소속 연예인 간의 ‘노예 계약’ 문제가 한국 연예산업의 뿌리 깊은 병폐로 지적됐음을 떠올리면 바람직한 현상이다.

연예인 전속계약은 기획사가 일방적으로 정한 계약서에 의해 맺어지는 게 일반적이었기 때문이다. 스타급이 아닌 신인의 경우 기획사가 ‘갑’인 상황이 대부분인 탓에 불평등한 내용도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연예기획사 측은 여전히 불만이 적잖다. 소속 연예인에 대한 투자 비용 회수를 고려하면 공정위가 제시한 계약기간 최대 7년이라는 기준은 턱없이 짧다는 주장이다. A대표는 “기획사들이 회사 수입의 상당 부분을 신인 트레이닝에 쏟아붓고 있다. 투자는 많이 했는데 이를 회수할 시간이 부족하다면 신인 발굴보다 대형 스타 확보 경쟁에 뛰어들게 될 수밖에 없고, 이는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이 발달해 정보가 쉽게 공유되면서 일부 연예인 지망생은 심지어 표준계약서에 맹점을 악용하는 사례도 있다. 공정위가 제시한 표준계약서에 따르면 신인 가수 트레이닝 비용은 기획사 측이 보장받을 수 없다. 나중에 수익이 발생하더라도 정산이 안 된다는 얘기다. 투자 목적의 비용인 만큼 이는 상식적으로 당연해 보인다.

문제는 기획사와 연습생 계약을 체결한 어느 연예인 지망생이 다른 기획사로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적을 옮기는 경우다. 기존 기획사 처지에서는 그에게 쏟아부은 트레이닝 비용을 소위 ‘앉아서 날리는’ 셈이다. 돈 몇 푼이 다가 아니다. 아이돌 그룹으로 팀을 구성해 합을 맞췄는데 연습생의 이탈로 모든 계획이 차질을 빚거나 물거품이 될 수 있다. 대형기획사야 자원이 풍부하니 별걱정이 없지만, 중소기획사는 여지가 없다. 중소기획사는 고스란히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최근 한 연습생의 중도 포기로 팀 전체가 위기에 처해 실의에 빠진 B기획사 대표는 “허리가 아프다고 해 별다른 조건부(몇 년간 다른 기획사로 옮기지 않겠다는) 합의도 없이 계약을 해지해줬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가 C기획사에 들어가 데뷔 준비 중이더라”며 “심한 배신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B기획사 대표는 이어 “제작자는 무조건 ‘나쁜 사람·절대 권력자’, 가수는 ‘약자’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며 “대부분 기획사는 공정위 권고에 따라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는다.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부모가 회사를 믿지 못해 생기는 갈등도 많다. 한 가수의 매니저는 “얼마 전 한 부모가 찾아와 ‘우리 아들은 최고인 데 어디 듣지도 보지도 못한 기획사에 들어와서 빛을 못 보고 있다’는 식으로 욕설을 퍼붓고는 연습생을 데리고 나갔다”고 씁쓸해했다.

그는 “대형기획사였다면 빨리 데뷔시키지 못해도 믿고 맡겼을 텐데 작은 기획사여서 괜히 사기꾼 취급당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게 부모의 마음이라고 이해하지만 이런 일이 반복되면 아예 프로젝트 자체가 없어지거나 존폐 위기에 놓인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그는 “과연 우리나라에 손꼽을 만한 대형기획사가 몇 곳이나 되는가. 결국엔 가요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한탄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강력한 한 방!!!
  • 뉴진스 수상소감 중 '울먹'
  • 이영애, 남편과...
  • 김희애 각선미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