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혁 인터뷰 ①] "류현진 韓선수 안된다는 편견 깼다"

  • 등록 2013-10-26 오전 10:00:00

    수정 2013-10-28 오전 10:09:54

[이데일리 e뉴스 정재호 기자] 손혁(40) MBC 스포츠플러스 야구 해설위원은 6살 때부터 야구를 시작해 지금껏 야구만 생각해온 뼛속까지 야구인이다.

6살 되던 해 1월1일 아버지가 손혁을 툭 깨우시더니 10리(4km)나 되는 길을 무작정 달리라고 시켰다. 손혁은 멋도 모르고 그렇게 4km씩 10년을 뛰었다. 34년 야구인생의 첫 시작이었다. 야구광이던 아버지는 첫째 아들은 무조건 야구를 시켜야겠다고 한 게 바로 손혁이었다.

손혁 부모님은 야구하는 아들 뒷바라지에 누구보다 열성이었다. “저희 부모님을 만나서 야구를 했으면 제일 못했어도 나만큼 했을 것이다”고 스스로 말하고 다닐 정도다.

손혁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손혁 제공
초·중·고와 대학교를 거치고 프로까지 야구만 생각하며 쉼 없이 달려왔다. 두 번의 어깨수술(2000년 회전근, 2007년 신경계)과 울기도 많이 울었던 3번의 은퇴(2000년. 2004년, 2007년) 끝에 지금은 화목한 가정을 이루고 야구 해설자의 길을 성공적으로 걷고 있다.

돌이켜보면 지금은 아버지가 야구를 시켜주신 것에 너무나 감사한다.

손혁은 그런 사람이다. 승부사적 기질도 타고 났다. 수술대에 오르는 순간까지도 머릿속엔 온통 “내가 다시 돌아왔을 때 내 자리가 여전히 남아있을까”라는 생각밖에 없었다.

대학교 졸업하고 나서 잠깐 공부를 해보는 게 어떻겠냐는 고민은 있었지만 선수생활을 접은 지금도 2시간씩 운전하다 보면 다시 마운드에 서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 들 만큼 미련이 남는다.

속된 말로 야구에 미친(?) 삶을 살고 있다. 취미인 바둑과 골프(부인이 골프선수 한희원)도 다 야구와 관련이 있고 만화책도 야구만화만 본다.

손혁 해설위원을 여의도에서 만났다. 약 1시간에 걸친 인터뷰 내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면서 참 열정이 넘치고 솔직하며 유쾌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손혁 해설위원과 많은 얘기를 나눴다. 해설위원으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비롯해 한국프로야구와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류현진, 추신수, 임창용에 진출이 예상되는 윤석민까지 다양한 말들이 오갔다.

손혁 해설위원과 가진 인터뷰를 이틀(26일, 27일 오전 10시)에 걸쳐 전한다.

-2012년부터 해설 2년째다. 올 한해 해설하면서 개인적으로 달라진 점이나 발전한 점이 있다면?

-손혁(이하 손): 선수들하고 더 친해졌다. 7-8년 떠나있다 야구장 오니까 재미있고 선수들과 다시 친해지고 그런 게 제일 많이 달라진 것 같다. 사람들이 많이 알아보는 거랑 그러면서 말과 행동을 더 조심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발전된 점은 말하는 게 늘었고 말을 조심하게 되는 것, 타자 쪽을 더 많이 연구해야 될 필요성을 느낀 것이다.

-MBC 스포츠플러스가 9년 연속 시청률 1위라고 한다. 요즘 팬들 사이에서 프로야구 해설위원 랭킹 상위권에 오르내리며 기여하고 있는데 비결이 있다면?

-손: 아니다(웃음). 굳이 꼽자면 아는 쪽 얘기를 많이 하려고 한다. 투수 출신이다 보니 타자보다는 투수 쪽을 많이 안다. 또 하나는 선수시절 마운드 위에 있었던 때의 느낌을 많이 얘기하려고 노력한다. 예를 들어 팬들은 왜 저 상황에서 스트라이크를 못 던지느냐고 하는데 안 들어갈 때는 안 들어가는 거다. 그런 느낌이라든지 타자 쪽을 배워야겠다고 느끼는 부분은 이승엽이나 이병규 같이 좋은 타자들이나 김무관 타격코치 등과 만나서 많이 물어보고 조언을 듣는다. 이전까지는 선수들만 이해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그걸 다시 풀어서 일반 분들이 쉽게 이해하도록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투수 쪽 해설은 볼 배합을 많이 신경 쓰는 편이다.

손혁 해설위원이 미국야구 관계자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손혁 제공
-메이저리그는 언제부터 좋아했나?

-손: 메이저리그는 1992-1994년 때 가장 좋아했다. 당시 그렉 매덕스, 존 스몰츠, 톰 글래빈, 대니 네이글, 케빈 밀우드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한 팀에서 같이 뛴 적이 있다. 그 투수들 보려고 새벽에 일어나서 AFKN(주한미군방송)을 통해 경기를 참 재미있게 시청했다. 그랬다가 오히려 미국을 가니까 1990년대보다 덜 보게 됐다. 김병현, 서재응, 김선우 등 딱 좋아하는 선수 경기만 보게 됐다. 그러다 요즘 류현진이 가고 추신수랑 열심히 보게 된다. 그래도 메이저리그는 아직 공부를 엄청 해야 된다. 나는 아직 평가할 수 있는 입장이 안 된다. 메이저리그 중계는 가끔 하는데 나는 정보보다는 주로 경기적인 부분에 대해서 해설을 한다.

-류현진 얘기로 가보자. 시즌 전에 류현진에게 공인구 적응문제가 최우선과제라고 예상했다. 올해 류현진이 대성공을 거뒀는데 언제부터 극복했다고 보는가?

-손: 지금도 한 번씩 공이 빠진다. 투수가 100개를 다 집중하고 던질 수는 없다. 하다 보면 이 정도 던지면 스트라이크 가겠구나 하고 던질 때가 있는데 그럴 때 한 번씩 빠지는 게 느껴진다. 그런데 그 빈도수가 확연하게 줄어들었다. 처음에는 여기서 공을 놓으면 스트라이크라고 했는데 막상 볼이 되니까 본인도 많이 당황했었다. 그걸 빨리 극복한 건 순전히 현진이 본인 능력인 것 같다. 1년을 던진다고 해서 무조건 적응되는 게 아니다. 그걸 빠른 시간 안에 적응시키는 게 중요한데 현진이 같은 경우는 그런 부분에서 워낙 타고난 것이 있다.

또 하나는 본인이 적응하는 게 관건이라고는 하지만 정작 신경을 별로 안 쓴다는 거다. 맞으면 공이 미끄러워서가 아니라 본인이 못 던져서라는 개념이다. 이런 마음가짐이 훨씬 더 좋다고 본다. 빠져서 못 던지는 건 내 핑계고 내가 못 던져서 맞은 거라고 생각하는 자체가 참 좋은 것 같다. 조만간 본인에게 물어봐야 알겠지만 공인구 적응은 이제는 90% 정도 해결된 것 같다.

-올 시즌 가장 기억에 남는 류현진 경기가 있다면?

-손: 역시 완봉승을 했던 LA 에인절스전(5월29일 9이닝 2피안타 7탈삼진)이다. 큰 경기의 중압감을 뚫고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를 잠재웠던 내셔널리그(NL) 챔피언십시리즈(CS) 3차전(10월15일 7이닝 3피안타 무실점)도 인상에 남는다. 안 좋은 공이 별로 눈에 띄지 않았던 경기였다. 우리나라(한국프로야구 출신) 선수는 안 된다는 얘기가 솔직히 초반에는 조금 있었다. 류현진은 그 편견을 깨고 엄청난 일을 해냈다. 나도 류현진이 10승은 할 줄 알았는데 14승 이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다. 더불어 완봉승을 짧은 시간에 달성해서 나 역시 가장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다.

LA 다저스의 류현진(26)이 마운드에서 공을 뿌리고 있다. 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류현진의 내년 전망은 어떻게 보나?

-손: 내년 좋아질 점은 시차적응이다. 2년차가 되니까 루틴(규칙적인 일상)이 생기면서 확실히 좋아질 것 같다. 반대로 현진이의 구질이 이제는 어느 정도 읽혔을 것 같다. 예를 들어 2볼이나 불리한 카운트에서 던지는 체인지업을 타자들이 노리지 않을까 싶다. 어쨌든 내년도 올해랑 비슷하지 않을까. 12승정도에 더 잘하면 14승? 그런데 사실 12승, 14승에는 큰 의미가 없는 것 같다. 평균자책점(ERA)이 지금처럼 3점대 초반, 2점대 후반이라면 그것 역시 성공이라고 봐야 된다. 20승, 30승을 하면 물론 좋겠지만 7-8승을 하더라도 ERA가 본인이 원하는 2점대 후반이나 3점대 초반 내지는 3.50 안으로만 들어와도 성공한 시즌일 것이다. 그런데 올해 워낙 잘 던져놔서 솔직히 부담은 조금 될 것 같다.

-더 발전될 가능성은 어떻게 보나?

-손: 물론 더 발전될 가능성도 있다. 타자들이 체인지업을 알더라도 류현진 역시 어떻게 던지면 안 맞는다는 걸 확실히 깨달았을 테니까. 객관적으로 봤을 때 타자들이 적응할 텐데 그걸 얼마만큼 이겨내느냐에 따라서 더 좋아질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는 14승을 했는데 내년 한해 승수가 진짜 승수가 아닌 가 내다본다. 내년도 14승을 한다면 류현진은 앞으로 15승 이상 하는 투수로 거듭날 것이다. 공에 집중하는 빈도를 염두에 둘 때 그 어느 해보다 많이 던진 시즌이라고 봐야 돼 체력적인 부분이 관건이다. 조금 떨어지는 느낌이 있었던 체력을 얼마나 회복하느냐가 중요하다.

-류현진 때문에 LA 다저스 팬들이 엄청 늘었고 관심이 뜨겁다. 다저스가 월드시리즈 진출에 실패한 가장 큰 원인을 꼽는다면?

-손: 부상선수들이다. 맷 켐프가 빠졌고 핸리 라미레스는 몸 상태가 많이 안 좋았다. 칼 크로포드도 정상이 아니라는 얘기가 들렸다. 어차피 단기전은 전력으로 붙는다. 결국 투수전이라고 볼 때 클레이튼 커쇼나 잭 그레인키, 류현진 등 투수들은 제 몫을 해줬다고 본다. 타자들이 얼마나 해주느냐 싸움이었는데 그 많은 부상선수들을 가지고 그 정도 했다는 것도 잘했다고 격려해주고 싶다. 내년 다저스는 올해와 비슷할 것 같다. 주전들이 부상만 없다면 올해만큼 잘할 것이다.

[27일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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