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준철의 스포츠시선] 50년 향하는 프로야구, ‘명예’를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 등록 2024-04-13 오전 8:46:39

    수정 2024-04-13 오전 8:46:39

미국 야구 명예의 전당. 사진=AFPBBNews
일본 야구 명예의 전당(野球殿堂), 사진=일본 야구 명예의 전당 홈페이지
[안준철 스포츠 칼럼니스트] ‘명예의 전당’이라는 고유명사는 대중들에게 익숙하다.

일반적인 의미는 스포츠나 예술 분야에서 탁월한 성과나 업적, 명성을 남긴 인물이나 단체를 대상으로 기념하는 공간을 가리킨다. 흔히 박물관 형태로 나타난다.

스포츠는 여러 종목별로 명예의 전당을 운영하고 있는데, 야구가 대표적이다. 명예의 전당이라고 했을 때, 미국 야구 명예의 전당(National Baseball Hall of Fame and Museum)을 쉽게 떠올릴 수 있다. 1936년 미국 뉴욕주 쿠퍼스타운에 건립돼 그 역사만 해도 90년이 다 되어간다. 19세기 중반부터 시작된 근대 야구의 역사를 알 수 있는 필름과 신문 스크랩, 당시의 야구 기념품, 사진 등 야구 관련 소장품들과 명예의 전당에 오른 선수, 지도자들의 동판이 전시돼 있다.

일본 야구도 1959년부터 명예의 전당(野球殿堂)을 운영하며 일본 야구를 빛낸 여러 인물을 기억하고 있다. 1988년 도쿄돔 내로 이전했다. 일본야구전당 박물관과 함께 운영한다. 미국 야구 명예의 전당과 같은 형태로 헌액자들의 얼굴이 새겨진 금속 부조가 전시돼 있다.

하지만 1982년 출범한 한국 프로야구는 아직 명예의 전당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이는 42년 동안 숱한 레전드들을 배출했고, 이들이 만들어낸 서사가 만들어졌지만, 이들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다는 얘기와 같다.

물론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부산 기장군에 박물관 형태의 야구의 전당을 건립하기로 했다. 하지만 건립을 논의한 지 10년이 지나서야 첫 삽을 뜨는 모양새이다. 박물관 건립과 운영의 주체, 소유권 등에 대해서 한국야구위원회(KBO), 부산광역시, 기장군 간 이견이 있었다. 그렇게 차일피일 시간만 흐르다가 기장군이 소유와 운영의 주체가 되면서 급물살을 탔다. 2026년 개관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프로야구 출범 50년, 한국야구 120여 년 만에 야구박물관, 명예의 전당이 생기게 되는 셈이다. 너무 늦은 감이 있지만, 해외 사례를 참고해 그동안 쌓인 한국야구의 역사, 한국야구의 기록, 한국야구를 빛낸 인물들의 명예를 잘 기억하게 할 일이 중요하다.

먼저, 명예의 전당에 헌액될 대상자 선정 기준을 확립해야 할 것이다. 선수 개개인의 경기 기록을 통해 기준을 도출하는 게 일반적이다. 다만, 미국의 경우처럼 선수들의 기록을 세부적으로 분류하여 점수화 작업을 할 필요가 있다. 이는 객관적인 지표라는 점에서 공정하고 투명한 대상자 선정을 효율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음으로, 이러한 방대한 기록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아카이브 센터 기능을 확대해야 한다. 프로야구 원년부터 쌓인 기록을 데이터베이스화해 별도 사이트를 구축하고, 명예의 전당 헌액 대상자 선정은 물론, 지도자, 선수, 일반인, 교육기관에서 다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이는 별도의 사이트를 구축할 필요가 있는데, 더욱 풍성한 스포츠 콘텐츠로서 기능할 것이다.

50년을 향하는 세월 속에서 프로야구는 한국의 문화 자산으로 성장해왔다. 50년을 넘어 100년을 향하는 프로야구가 앞으로 고민해야 할 지점은 문화적 유산으로서의 가치이다. 그리고 그 시작은 명예의 전당이 돼야 한다. ‘명예’는 무형의 개념이지만, 이를 지키기 위해서는 프로야구를 빛낸 인물, 사건, 단체를 기념해야 한다. 그래야 그 명예가 더 빛을 발할 수 있다.

SH2C 연구소장(커뮤니케이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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