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짓는 '썩소현감'…윤희석의 이중적 매력(인터뷰)

'구미호'이어 '정글피쉬 시즌2'서 '훈남' 선생으로
  • 등록 2010-09-25 오전 9:34:33

    수정 2010-09-26 오전 9:49:37

▲ 배우 윤희석(사진=권욱 수습기자)

[이데일리 SPN 양승준 기자] '썩소 현감'

배우 윤희석(35)의 이름보다 유명한 별명이다. 지난달 종방한 KBS 2TV '구미호-여우누이뎐'(이하 '구미호')에서 비열한 탐관오리 조현감 역을 자연스럽게 소화해 시청자들에게 받은 '훈장'이기도 하다. 연기 데뷔 12년 만에 시청자들에게 받은 첫 선물이다.

윤희석에게 '구미호'의 열매는 달았다. 방송 할 때는 싸이월드 미니홈피 방문자 수도 2~3000명 정도로 늘었고 알아보는 사람도 많아졌다. 서른 중반을 넘어서며 초등학생팬들이 생긴 것은 '문화 충격'이었다. 미니홈피 일촌 신청하는 팬들 중 상당수가 초등학생이라 적잖이 놀라기도 했다. 민속촌에서 촬영을 할 때면 현장 학습 나온 초등학생들의 사인 공세(?)에도 시달렸다.

"비중이 높지는 않았는데 조현감 얘기를 많이 해주세요. 특히 초등학생이 나를 알아봐주고 좋아해주는 건 나도 충격이었어요. '구미호'가 젊은층에 인기가 있어서인 것 같아요. 드라마 속에 '반지의 제왕' 같은 판타지도 있고 아역들의 비중도 커서 젊은 팬들이 생긴 것 같기도 하고요. 또 '썩소 현감'이라는 게 어떻게 보면 만화적인 캐릭터라 흥미를 보인게 아닌가 싶네요"

윤희석이 조현감으로 세상에 빛을 본 것은 '구미호' 연출을 맡은 이건준 PD의 덕도 컸다. 윤희석과 TV문학관 '봄봄봄'에서 호흡을 맞췄던 이 PD는 카메라 안에서 '윤희석의 악마성'을 봤다. 그래서 자신의 새 작품이었던 '구미호'의 대본을 윤희석에게 건넸다.

"이건준 PD가 뷰파인더로 나를 보면 '사이코 같은 느낌'도 난다는 말을 했어요. 그리고 악역을 해보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죠.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주로 억눌려 있는 캐릭터만 해서 개인적으로 욕심도 났어요. 악역의 경우 갈등의 폭이 커서 연기하는 재미도 있거든요"
▲ '썩소 현감' 윤희석

◇ "취미는 농사"…'차도남'? '뜨농남'(뜨거운 도시남자)!

장동건·이선균 등과 한예종 연극원 1기 출신인 윤희석. 지난 1998년 연극 '터미널'을 통해 연기자로 첫 발을 내디뎠지만 지난 12년은 무명이나 다름없었다. 지난 2006년 MBC 드라마 '90일, 사랑할 시간'으로 공연계에서 연예계로 활동 영역을 넓히고 나서는 배우라는 업에 대한 고민이 극에 달했다. 경제적인 생활고는 물론 과연 연예계가 나한테 맞는걸까라는 회의까지 겹쳤다.

"지금보다 혈기 왕성할 때는 '왜 나는 잘 안될까'라는 생각에서부터 '이 쪽(연예계)일이 잘 안맞는 것 같다'는 생각까지 스트레스를 참 많이 받았어요. 상처도 많이 받았고요. 이 쪽이 사실 유혹이 많은 곳이잖아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내가 빨리 그리고 쉽게 뭔가 이룰 수 있는 스타일은 아니구나'라는 것을 깨닫게 됐죠. 문제의 원인을 남한테 찾지 않고 나를 돌아보게 됐고 포기하는 법도 배웠죠. 조금씩 여유를 찾아가면서 조급하지 않게 때를 기다렸던 것 같아요"

이런 위기 극복은 윤희석의 차분하고 여유로운 성정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고 했던가. 윤희석은 학교 동창인 오만석·이선균과 '우유부단'이란 모임을 통해 정을 쌓고 있다. 어리바리하고 우유부단하기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해 모임의 이름을 '우유부단'이라고 지었단다.

취미도 성정만큼 여유로웠다. 아직까지 부모님을 도와 인천 변두리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는 윤희석. 인터뷰 당일도 그는 "아침에 풀메다 왔다"며 능청을 떨었다. 세련된 외모 등 '차도남'(차가운 도시남자)이미지와는 180도 다른 모습이다. 윤희석은 자신에게 '촌놈 기질'이 있다고 했다.

"작품 활동 안할때는 부모님 도와 농사를 지어요. 부모님이 예전에 벼농사를 하셨은데 이제는 깨·콩·감자 등 밭농사를 하는데 손이 모자라 많이 거들어드리려고 하죠"
▲ 배우 윤희석

◇ 트렌스젠더에서 뮤지션까지…팔색조 연기 변신

이제 막 자신의 이름을 알려가는 중고신인이지만 윤희석은 연기에 있어서는 '마당발'이다. 연극을 비롯해 뮤지컬·드라마·영화 등 안해본 작업이 없었다. 배우로서 새로움을 입는 작업이라면 캐릭터의 파격성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지난 2009년에는 뮤지컬 '헤드윅'에서 남장여자 헤드윅 역을 맡아 연기의 스펙트럼도 넓혔다. 트렌스젠더 역에 몰입하기 위해 네일숍에 다니며 손톱도 붙여봤다. "헤드윅은 배우들의 로망"이라며 많은 나이에도 욕심을 부렸다는 게 윤희석의 말이다.

이런 그는 올 가을 새로운 변신을 준비하고 있다. 오는 25일 첫 방송될 KBS 1TV 청춘드라마 '정글피쉬 시즌2'에서는 '훈남' 정선생 역을 맡았다. 매력적인 외모에 좋은 학벌로 여학생들에게 인기인 선생님이지만 극 중 여학생 죽음의 비밀을 쥐고 있는 미스테리한 인물이기도 하다.

또 오는 10월에는 스크린으로 관객들을 찾아간다. 윤희석은 '홍대 요정' 요조와 함께 연기 호흡을 맞춘 '조금만 더 가까이'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윤희석이 맡은 역은 길거리 뮤지션 주영 역. 연주 실력이 뛰어나진 않지만 교회에서 드럼도 친 적 있어 기타 등 악기가 그리 낯설지만은 않았다.

윤희석은 낯선 길을 떠나 또 다른 출발을 준비했다. 그의 싸이월드 미니홈피에는 파란 바다가 평화로우면서도 쓸쓸했던 여행 사진이 몇 장 올라와있었다.

"일주일간 계획도 목적도 없이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비우면 비울수록 더 많은 걸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깨달음들을 이 욕심의 도시에서 얼마나 유지하고 실천할 수 있을까요?"

여유로운 그의 감정선이 오롯이 묻어났다. '썩소 현감'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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