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판 싸이' 이박사, 레알 뽕짝커 가라사대(인터뷰)

  • 등록 2012-09-20 오전 7:04:29

    수정 2012-09-20 오전 7:04:29

이박사(사진=룬컴 제공)
[이데일리 스타in 조우영 기자] 가수 싸이(35)가 월드스타로 떠오르고 있다. 12년 전 연예인답지 않은(?) 외모와 몸매로 ‘나 완전히 새 됐어’라고 노래하던 그는 ‘엽기 가수’로 불렸다. 하지만 그 시절, 싸이보다 먼저 ‘엽기 가수’로 명성을 떨친 이가 있었으니 그는 바로 이박사(58)다.

이박사가 돌아왔다. ‘스페이스 환타지’·‘영맨’·‘몽키 매직’ 등 아직도 젊은이들의 귀를 붙드는 독특한 곡을 히트시켰던 그는 가요계 이단아다. 그는 2001년 ‘학교매점 출출해’ 이후 갑작스레 가요계에서 사라졌다. 사실상 11년 만의 컴백이다.

“2002년도에 왼쪽 다리뼈가 으스러지는 사고가 있었어. 우린 ‘가오’(‘폼’을 속되게 이르는 말)가 있잖아. 외국 갔다고 둘러대고 한 3년 쉬었지. 지금도 비가 오면 다리가 아프고 불편해. 이후 2006년 ‘싼티멘탈’이 든 앨범 한 장을 냈는데 사기당했지 뭐야.”

이박사는 당시 인기가 시들해지고 생활이 어려워지면서 부인과 다툼이 잦아졌다. 결국 그는 그해 또다시 아픔을 겪었다. “18년 산 아내랑 헤어지고 만난 두 번째 아내인데 11년 살다 또 이혼한 거야. 밖에 나오기 싫었다”는 게 그의 말이다.

“72평 아파트가 57평에서 33평으로 줄더니 아내와 이혼 뒤 지금은 서울 장위동에 있는 한 연립주택서 살아.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40만원이야. 하루하루가 어려워. 아들 놈이랑 둘이 사는 데 그놈이 조금 아파. 우울증과 공황장애가 심하거든.”

이박사는 집에만 있는 아들을 세상 밖으로 끌어내기 위해 마음을 다잡았다. 담배도 끊었다. 한 방송국 PD가 담배 냄새를 싫어한다는 말 한마디에 아차 싶었다. 지난해 조용히 신곡 ‘야야야3’가 담긴 앨범을 내고 칠순 잔치와 행사 시장을 전전했다. “‘야야야’는 중년을 타깃으로 한 정통 트로트 곡인데 사람들이 계속 ‘몽키 매직’을 찾는 거야.”

그는 초심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곱슬머리는 초록색으로 물들였다. 알록달록한 조끼에 흰색 상·하의를 맞춰 입었다. 그렇게 나온 최근 새 앨범이 ‘레알 뽕짝커’다. 우리말로 바르게 풀이하면 ‘진짜 트로트 가수’쯤 되겠다.

“내가 트로트 가수라고 하기에는 좀 이상하잖아? 난 로커이자 ‘뽕짝’ 전문이니까 ‘뽕짝커’라고 했지.”

타이틀곡은 ‘아수라발발타’다. 동양적 신비주의를 콘셉트로 트로트 멜로디에 독특한 베이스 사운드와 리듬감 있는 아날로그 신스 사운드가 적절히 섞였다. 일명 ‘테크노 뽕짝’이다.

이박사는 ‘아수라발발타’에 대해 “마약 같은 노래”라고 눙쳤다. 중독성이 강하다는 설명이다. 요즘 아이돌 그룹이 흔히 얘기하는 중독성과는 다르다. “내 음악은 남이 따라할 수 없는 장르야. 민요 특유의 휘감는 멋과 허스키한 록, ‘뽕필’이 다 들어 있거든. 하하.”

이박사와 밴드 윈디씨티(사진=룬컴 제공)
그는 한때 공연계의 신화 같은 존재였다. 백댄서 10명을 포함해 30여 명의 공연 스태프 생계를 책임졌다. “한창 ‘떴을’ 때 다치지만 않았으면 내가 아마 100억 이상 벌었을 걸? 주말이면 행사비 2000만원짜리가 하루에 2~3건씩 있었으니까.”

이박사는 이제 돈을 바라지 않는다. “예술을 알면 돈이 멀어지고, 돈을 알면 예술이 멀어진다”는 게 그가 시련을 겪으면서 얻은 깨달음이다. 그는 “돈과 예술, 이 둘을 다 가지려고 하다보면 둘 다 잃는다”며 “그것이 이박사 스타일이다. 내가 싫은 음악은 금은보화를 다 줘도 못 한다”고 말했다.

“요즘 아이돌 그룹은 진짜 실력파가 많아. 그런데 아쉬운 건 포장이 너무 돼 있어. 음악을 좋아서 하는 게 아니라 기획사에서 하라는 대로 하는 것 같아. 돈이야 밥 세끼 챙겨 먹고 편히 잘 수 있는 정도면 돼. 다 자기에게 주어진 밥그릇이 있더라고.”

이박사와 싸이는 공통점이 많다. 누가 뭐라 해도 자신만의 음악관이 뚜렷하다. 트렌드를 쫓기보다는 자신의 음악 색깔을 꾸준히 고집하면서 대중의 호응을 이끌어낸다. 요즘 싸이의 세계적인 유명세가 그에게는 남다르게 느껴질 만하다. 그는 얼마 전 자신의 트위터에 싸이를 칭찬하며 “내 전성기 때도 유튜브가 있었으면…”이라는 글을 올려 부러움과 아쉬움을 동시에 표하기도 했다.

“싸이는 가식이 없어. 완벽하지 않아 편안하지. 순발력도 대단하고. 한 때 유행으로 그칠 사람이 아냐. 싸이가 유학파 출신의 신세대 실력파라면 나는 토속적이지. 포장되지 않은 ‘날 것’이랄까. 된장찌개 같은 소울이라고 이해해 줘.”

이박사는 관광버스 가이드 출신이다. 이 때문에 그에 대한 편견도 적잖다. 왜소한 체구와 얼핏 가벼워 보이는 그의 음악은 소위 ‘싼티 난다’는 속박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이박사는 기타·드럼·키보드·하모니카 등 못 다루는 악기가 없다. 작곡은 물론 프로듀싱도 직접 도맡는다. 그는 1995년 일본에서 먼저 주목받았다. 한국 데뷔 전 일본 기획사 소니뮤직 재팬에 스카우트돼 발표한 곡만 160곡이다. 현재는 유니버설에서 그의 앨범 유통을 맡고 있다. 유니버설그룹을 통틀어 트로트 가수는 오직 그뿐이다.

“내 음악적 상상력 하나만큼은 천재적이라고 생각하지만 노래 한 번 하겠다고 마음먹으면 수천수만 번 연습해. 그래야 노래를 갖고 놀지. 갖고 놀지 않으면 재미가 없어. 그게 이박사야. 나는 나지만 굳이 싸이와 같은 점을 찾자면 그도 그러지 않을까?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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