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불모지? 女봐라…2018 아시안게임 빛내는 여걸들

  • 등록 2018-08-28 오전 6:00:00

    수정 2018-08-28 오전 7:36:34

정혜림이 26일 오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AG) 육상 여자 100m 허들 결승에서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환희에 찬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스타in 임정우 기자] 한국 여자 대표팀 선수들이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쓸어담고 있다.

한국이 27일(한국시간)까지 따낸 28개의 금메달 중 12개를 여자 선수들이 만들어냈다. 여자 양궁은 6개 대회 연속 금메달이라는 대기록을 세웠고 그에 앞서 기초 종목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날아왔다. 여자 체조, 여자 육상, 여자 수영에서 금메달이 나왔다. 4년 전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이 전무했던 종목에서 이뤄낸 결과물이라 더욱 의미 있다.

세 종목에서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오른 주인공은 연이어 여서정(16), 김서영(24), 정혜림(31)이다. 여서정은 여자 기계체조 도마, 정혜림은 여자 허들 100m, 김서영은 여자 개인혼영 200m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이번 아시안게임 전까지만 하더라도 큰 관심을 받지 못했지만, 유일무이한 금메달을 획득하며 한국 여성의 힘을 아시아 전역에 알리는 데 성공했다.

기초 종목 중 가장 먼저 금빛 스타트를 끊은 선수는 여서정이다. 여서정은 23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국제 엑스포에서 열린 여자 기계체조 도마 결선에서 1, 2차 평균 14.387점 받으며 금메달을 손에 넣었다. 2002년생인 여서정은 열여섯 나이답지 않은 침착함으로 완벽한 경기를 펼쳤다. 1차 시기에 난도 5.80의 540도 비틀기를 성공적으로 선보인 여서정은 2차 시기에서도 난도 5.40의 기술도 실수 없이 해냈고 1위를 확정지었다.

한국 여자체조 도마 사상 최초의 금메달이자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 이후 무려 32년 만에 나온 금메달이라 감격은 더했다. 여기에 아버지의 그늘을 이겨내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는 데도 의미가 있다. 많은 스타 선수들의 자녀는 부담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주저앉기도 한다. 하지만 여서정은 피나는 노력으로 부담감을 지웠고 아시아 최강자로 우뚝 섰다. 여서정은 금메달을 따낸 후 “아빠 너무 고마워요”라고 감사했고, 여홍철은 금메달을 딸 여서정의 목에 걸어주며 감격했다.

24일에는 김서영이 8년 만에 수영 금메달을 안겼다. 김서영은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 아쿠아틱센터에서 열린 여자 개인혼영 200m에서 2분08초34로 터치패드를 가장 먼저 찍었다. 올해 세계랭킹 1위인 일본의 오하시 유이(2분08초88)를 0.54초 차이로 따돌리고 차지한 우승이다.

김서영은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때 중국의 예스원(2분08초94)이 세운 대회 기록을 0.6초 앞당겼고 지난 4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자신이 작성했던 한국 기록(2분08초61)까지 0.27초 경신하며 그 의미를 더했다. 그동안 한국 수영의 대들보로 활약했던 박태환의 빈자리를 김서영이 완벽하게 채우며 침체에 빠진 한국 수영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정혜림은 26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 스타디움에서 열린 여자 100m 허들 결선에서 13초20으로 결승선을 가장 먼저 통과했다. 정혜림은 예선전에서 전체 1위(13초17)를 기록한 데 이어 결선에서도 경쟁자들을 모두 따돌리는 완벽한 경기력을 선보였다.

한국 육상에 8년 만에 금메달을 선물한 정혜림은 평생 숙제로 꼽았던 아시안게임 메달을 세 번째 도전 만에 풀어냈다. 2010년 광저우 예선 탈락, 2014년 인천 대회 4위의 아쉬움을 털어낼 만한 빛나는 성과다. 4년 뒤 35세가 되는 정혜림은 사실상 마지막 아시안게임에서 1위를 차지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지난 아시안게임에서) 말도 안 되는 실수를 해 너무 속상해서 끝나고 울었다”며 “한동안 아시안게임 얘기도 안 꺼냈었다”는 아픔을 단박에 씻어냈다.

아시안게임 여성파워의 중심에 태극마크를 품에 안은 한국 여자 선수가 있다. 대한민국 건국 이후 한국 스포츠는 여성이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1960년대 세계선수권 준우승과 4강을 일군 여자농구가 그 시작이었다. 1970년대 사라예보의 기적을 일궈낸 탁구, 1980년대부터 세계 최고의 자리를 놓치지 않는 양궁, 1990년대와 2000년대 ‘우생순’ 신화의 핸드볼, 2000년대 이후 세계 정상을 지키고 있는 골프, 그리고 ‘피겨여제’ 김연아까지. 한국 스포츠의 활약에는 늘 여성이 자리하고 있었다.

한국은 여성들이 스포츠를 영위하기에 좋은 환경이 결코 아니다. 모든 스포츠 기반이나 투자는 남성 중심으로 이뤄져있다. 사회체육 투자도 남성 위주로 뿌리내린 반면 여성들은 늘 곁가지였다. 일선 학교에선 여학생들의 체육활동이 갈수록 축소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런 어려움 속에서도 여성선수들이 보여준 분전은 눈물겹다. 심지어 사상 첫 종합스포츠대회에서 남북 단일팀 금메달을 이룬 주인공도 여성들이 팀을 이룬 카누 용선 종목이었다.

이번 아시안게임은 한국 스포츠에서 여성의 힘을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동시에 여성 선수들의 분전을 통해 한국 스포츠가 미래가 밝고, 또 다른 신화를 기대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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