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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 강매 중고차시장 혼탁한데…대기업 개방 2년째 지지부진

[진격의 플랫폼, 혁신과 공정사이] ⑦중고차 시장
동반위 중고차 매매업 중소기업 적합업종 '부적합'
중고차업계 생계형 적합업 신청 후 2년 넘게 결론 못내
與중재나섰지만 대기업-중고차 입장 차만 재확인
소비자 불신쌓인 중고차시장…10명중 7명 '혼탁·낙후'
전문가들 "정...
  • 등록 2021-09-28 오전 12:00:01

    수정 2021-09-28 오전 12:00:01

[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충복 제천에 사는 기초수급자 60대 남성은 지난 5월 무등록 중고자동차 판매업자에게 속아서 차량을 강매 당했다. 이들은 250만원 가량의 1톤 화물 차량을 이 남성에게 700만원에 팔았다. 원래 가격의 3배 금액이다. 이들은 이 과정에서 남성을 차에 태워 끌고 다니는 등 협박도 서슴지 않았다. 해당 남성은 향후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경제적 압박감에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허위 매물 사기와 강매 등 중고차와 관련해 소비자 피해는 여전히 발생하고 있지만, 완성차업체 등 대기업에 대한 중고차시장 개방을 둘러싼 논란은 2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시장에 진출하려는 대기업과 진출을 막으려는 중고차업계가 팽팽히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들은 시장에 진출할 경우 투명성 제고와 함께 시장 확대 등의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중고차업체들은 막대한 자금력과 높은 인지도 등을 갖춘 대기업들이 시장에 진출하면 자신들이 퇴출될 수 있다며 생존권을 앞세워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중고차 매매업 규제는 대기업들의 중고차 플랫폼(매개 중개·알선) 진출도 사실상 막고 있는 셈이다. 대기업 특히 완성차업체에게 플랫폼 사업은 중고차 매매업과 병행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여당이 양측을 중재하기 위해 나섰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해 결국 공은 정부로 넘어간 상태다. 전문가들은 최종 결정이 지연될수록 중고차시장의 혼란만 가중되고 양측간 갈등만 쌓일 수 있는 만큼 소비자들의 후생과 권익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조속히 결론을 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울 동대문구 장한평 중고차 시장. (사진=연합뉴스)
정부, 2013년 대기업 중고차시장 진출 규제

중고차 개방 논란의 발단은 2013년 정부가 중고차시장 진출을 규제하면서 시작됐다. 중고차업체들은 2013년부터 6년간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을 통해 사업권을 보호받았다. 대기업들은 지난 2017년 SK그룹이 ‘SK엔카’를 매각하면서 중고차시장에서 아예 자취를 감췄다.

이후 2019년 2월 중소기업 적합 기한이 만료되자 중고차업체들은 바로 중소기업벤처부에 중고차매매업을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해달라고 요청했다. 대기업들은 법적으로 이때부터 시장에 진출을 해도 됐지만 정부가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에 대한 결론을 낼때까지 진출을 자제해 왔다.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적합성을 먼저 살피는 동반성장위원회는 6개월의 실태 조사를 끝내고 같은 해 11월 중고차 판매업은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부적합하다는 의견서를 중기부로 제출했다.

중기부는 동반위 의견에 따라 지난해 5월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여부를 결론 내야 했지만 상생이 우선이라는 판단에 결정을 미뤄왔다. 정부가 결정을 미루자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중기부와 완성차업계, 중고차업계 등이 참여한 중고자동차매매산업발전협의회(중고차발전협의회)를 발족해 중재에 나섰다. 하지만 발전 협의에서도 결론을 내지 못했다. 양측의 입장차가 첨예하기 때문이다. 먼저 중고차업계는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을 촉구하고 있다. 만약 대기업들의 시장 진출을 허용한다고 해도 중고차발전협의회를 통해 도출한 상생안인 시장점유율 10%에서만 매입과 판매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중고차업계는 또 대기업 시장 진출에 따른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이에 해당하는 신차 판매권도 요구하고 있다.

반면 대기업들은 중고차 판매는 점유율을 제한하더라도 매입은 시장점유율과 상관없이 이뤄져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중고차를 팔고 신차를 사는 소비자를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대기업은 중고차업계의 신차 판매권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양측이 팽팽히 맞서면서 중고차 시장 개방 여부는 중기부의 결정에 달려있는 상태다. 중기부는 다시 한번 양측을 중재해본 뒤 최종 결론을 내린다는 방침이다.

중고차 관련 불만 상담건수 연 1만건

전문가들은 정부가 2년 넘게 양측의 입장을 충분히 들어온 만큼 소비자들의 권익을 고려해 조속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소비자 여론은 중고차시장 개방에 호의적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의 중고차시장 소비자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의 76.4%가 국내 중고차시장이 불투명하며 혼탁하고 낙후됐다고 지적했다. 국민 4명 중 3명은 중고차업체 위주의 현 시장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중고차 시장이 혼탁하고 낙후됐다고 평가한 이유로는 △허위·미끼 매물(54.4%) △가격산정 불신(47.3%) △주행거리 조작·사고이력 조작·비정품 사용 등에 따른 피해(41.3%) 등이 꼽혔다. 국회 정무위원회 유동수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집계를 시작한 2014년부터 작년까지 총 55만4564건, 2899억7300만원의 중고거래 사기가 발생했다. 이는 매일 217건씩 1억1349만원 피해가 발생한 셈이다. 대기업이 중고차 시장에 진출할 경우 혼탁한 시장이 정화될 것이라고 소비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국내에서 거래되는 중고차 대수는 한 해 약 250만대로 시장 규모로는 25조∼30조원대로 추산된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현행 중고차시장에 대해 소비자의 불만이 큰 것이 사실”이라며 “을지로위가 중재를 실패한 상황에서 중기부는 이제 소비자 중심의 결론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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