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혁 인터뷰 ②] "윤석민도 류현진처럼 강점 있어"

  • 등록 2013-10-27 오전 10:00:00

    수정 2013-10-28 오전 10:10:11

[이데일리 e뉴스 정재호 기자] 손혁(40) MBC 스포츠플러스 야구 해설위원은 6살 때부터 야구를 시작해 지금껏 야구만 생각해온 뼛속까지 야구인이다.

손혁 해설위원을 여의도에서 만났다. 약 1시간에 걸친 인터뷰에서 해설위원으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비롯해 한국프로야구와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류현진, 추신수, 임창용에 진출이 예상되는 윤석민까지 다양한 말들을 들을 수 있었다.

손혁 해설위원과 가진 인터뷰를 26일 ‘1편’에 이어 전한다.

손혁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이 미국 현지에서 임창용과 만나 인터뷰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손혁 제공
-추신수 얘기도 해보자. 1억달러 받는다는 얘기가 계속 나온다. 어떻게 생각하나?

-손혁(이하 손): 나는 선수출신이라서 선수가 무조건 많이 받으면 좋다는 생각이 있다. 더군다나 우리나라 선수니까 많이 받았으면 좋겠다. 추신수가 많이 받는다는 얘기는 그만큼 대우를 받는다는 뜻이고 신수가 그만큼 받음으로써 우리나라 야구도 확실히 인정해주는 부분이기 때문에 많이 받을수록 좋다는 입장이다.

-자유계약선수(FA) 추신수가 어느 팀으로 갔으면 좋을 것 같나?

-손: 류현진 때는 부담이 큰 뉴욕 양키스나 보스턴 레드삭스를 반대했다. 3,4선발투수를 맡을 수 있는 편한 팀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추신수는 다르다. 미국에서 성공한 케이스로 어느 팀으로 가든 지금처럼 잘할 수 있다고 본다. 어느 팀이 적합하다기보다 자신의 가치를 알아주고 본인이 원하는 팀으로 가면 좋겠다.

-임창용은 시즌 중간에 현지에서 직접 보고 왔다. 그때 느낀 점과 내년 전망은?

-손: 재활할 때 보고 왔다. 올해는 한번 정도 메이저리그에 올라가는 걸 목표로 삼았다. 그걸 이뤘기 때문에 올해 성적은 중요하지 않다. 정말 중요한 건 안 아픈 상태로 공을 마음껏 던지는 것이다. 막판에 155km까지 나왔고 현재는 몸을 잘 만들어서 한국에 들어와 쉬고 있는 걸로 안다. 겨울이 지나면 바로 들어가서 준비한다고 한다. 임창용은 자기 공만 던질 수 있다면 안 맞는다는 생각을 하고 갔다. 내년 초반에 얼마나 몸이 됐냐가 중요하다. 그러면 셋업맨까지는 가능하고 마무리투수도 바라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 유명 피칭클리닉에서 코치 수업을 받고 2008년 한화 마무리투수 및 전지훈련 인스트럭터로 있을 때 가장 이상적인 투구폼을 가진 투수로 류현진과 윤석민을 꼽았는데 류현진은 성공했고 윤석민도 미국 진출을 노리고 있다.

-손: 윤석민은 메이저리그로 갈 것 같다. 갈 것 같은데 어떤 대우를 받고 가는지 어떤 생각을 가지고 가는지가 관건이다. 예를 들어 돈을 원하는지 야구를 원하는지 선발을 원하는지 중간을 원하는지 돈이 조금 작아도 도전해 보겠다든지 등의 문제를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다.

-윤석민의 성공 가능성을 어떻게 보고 있나?

-손: 윤석민은 2008년 때와 지금의 투구폼이 비슷하다. 현진이랑 석민이가 통할 수 있다고 느끼는 한 가지가 2볼 이후에 변화구를 던져서 스트라이크를 잡는 능력이 있다는 거다. 투수는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스트라이크를 던질 줄 알아야 된다. 2볼에서 스트라이크를 잡는다는 건 우리나라의 에이스만이 할 수 있는 능력이다. 현진이가 올해 성공한 이유도 딱 하나다. 미국 기준에서 공이 빠른 편이 아니지만 손에 꼽히는 체인지업을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언제든 던져 스트라이크를 잡을 수 있는 능력이 있어서였다. 그래서 초구에 볼이 되도 편하게 던질 수 있었다. 석민이도 슬라이더를 가지고 그렇게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그리고 습득력이 빠르다는 것도 또 하나의 장점이다.

많은 사람들이 체력적인 부분을 얘기하는데 그것도 가서 직접 겪어봐야 알 문제다. 공만 놓고 봤을 때는 개인적으로 성공할 수 있다고 본다. 팬들이 얘기하는 멘탈 부분은 초반에 어떻게 던지느냐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 초반에 던져서 맞지 않고 내 공이 통하는 구나라는 자신감이 생기면 그대로 쭉 갈 수 있다. 반대로 초반에 맞고 자신감을 잃고 주위의 시선 같은 걸 받게 되면 조금 불편해질 수는 있겠다.

손혁 해설위원이 넥센 히어로즈의 4번타자 박병호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손혁 제공
-한국프로야구도 얘기해보자. 2012년 첫 풀타임 4번 타자가 되는 박병호를 키 플레이어로 예상했는데 적중했다. 남다른 점을 미리 보았나?

-손: 박병호는 LG 트윈스에 있을 때부터 기대치가 엄청 많았다. 그러나 치다가 빠지다가 치다가 빠지다가 하다 보니까 제 기량을 발휘 못했다. 넥센 히어로즈로 가서는 감독이 무조건 4번이라고 믿어줬다. 그래서 기본 실력이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성공할 거라고 봤다. 결국은 자신감이다. 투수도 마찬가지지만 감독의 믿음이 엄청난 차이를 불러올 수 있다. 1년은 반짝 할 수 있어 박병호도 올해까지는 봐야 된다고 했는데 계속 잘해줘서 이제는 진정한 타자로 거듭났다. 박병호는 힘도 있고 그 힘을 쓸 줄 알고 바깥쪽을 힘 있게 밀어치는 게 아무래도 우리나라 선수들에게는 만만치 않은데 그걸 해낸다. 성격이 낙천적이고 쾌활한 것도 슬럼프를 피하는 힘이 된다. 이제는 투수들이 인정하는 박병호가 되면서 오히려 치기 더 쉬워졌다.

-요즘 포스트시즌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유희관은 어떤가?

-손: 투수의 경우 볼 배합을 많이 신경 쓰는 편이다. 요즘 유희관 선수를 보면 그 공으로도 안 맞는 거에 대해서 많이 궁금해 한다. 유희관은 안 맞게 공을 던진다. 일단 투수는 자신감이 첫 번째다. 자기 공을 못 믿으면 끝인데 유희관 선수를 보면 그런 자신감이 많이 보이고 타자가 노리는 걸 반대로 던지며 헤쳐 나간다. 그런 걸 보면서 저런 방법도 있구나 라며 나도 배운다.

-플레이오프에서 160km에 육박하는 괴력을 뿜어내던 라다메스 리즈(LG 트윈스 용병투수)는 이제 메이저리그 가서도 2,3선발은 할 것 같다. 한국에 와서 많이 늘었다고 봐야 되나?

-손: 스피드는 넘버원이다. 스피드를 떠나서 투수가 자신감을 가지면 자기 공을 믿고 던질 수 있다. 가운데를 던져도 안 맞는다는 자신감이다. 리즈는 한국에서 공을 많이 던지면서 제구력이 좋아졌다. 물론 차명석 투수코치 등에게 도움을 받은 부분도 크다. 자신감과 한국에서 배운 것들이 어우러져 잘 마무리됐다고 봐야 하지 않겠나.

-손혁 위원을 포함해 박찬호, 임선동, 조성민, 손경수, 정민철, 염종석, 박재홍, 홍원기 등 92학번 동기들 대단했다. 공주고 시절에는 손혁이 박찬호보다 우위였다는 평가가 많던데 그때를 회상하면 어떤 느낌이 드나?

-손: 공주고 시절 박찬호보다 우위였다는 말은 빼줬으면 좋겠다. 내가 적극 빼달라고 요청했다는 말을 꼭 써달라(웃음). 나는 그저 나쁘지 않았다는 정도다. 개인적으로는 이 세대에 같이 태어난 게 영광이다. 그때 진짜 어려웠던 게 뭐냐면 각 팀마다 다 에이스가 있었다. 이 명단에는 빠졌지만 최원호, 차명주, 곽재성, 전병호, 안병원 등 지방을 대표하는 에이스가 한 명씩은 있어서 어려운 경기를 했었다.

-프로선수(2000년 LG-2002년 기아-2004년 두산-2003년 결혼-2004년 은퇴-2007년 미국 마이너리그 볼티모어 복귀, 은퇴-2012년 해설위원)로 활약하던 때를 되돌아본다면?

-손: 대학교 졸업하고 나서 잠깐 공부를 해보는 게 어떻겠냐는 고민은 있었다. 내가 야구하면서 후회하는 부분이 딱 두 가지가 있다. 2000년 트레이드 됐을 때와 1998년 한국시리즈다. 2000년 당시 그때 은퇴를 안했더라면 아마 지금도 마운드에 서서 내가 그렇게 좋아하는 야구 안에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때 해태(기아 타이거즈 전신) 팬들에게도 죄송스럽고 내가 이렇게 야구를 좋아할 줄 알았으면 안 그랬을 텐데 하는 후회가 밀려온다.

1998년 한국시리즈에서는 3차전을 던지고 3일 쉬고 다시 등판했던 날 그때 내가 내공을 못 믿고 던진 적이 한번 있다. 그러고 내려왔는데 당시 김동수 포수가 왜 공이 좋았는데 믿고 안 던졌냐는 얘기를 했다. 만약 그때 그러지 않았으면 7차전까지 가서 우승을 노릴 수 있었고 나에게도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었을 것 같다는 후회가 든다.

손혁 해설위원이 프로필 사진 촬영에 임하고 있다. 사진=손혁 제공
-어깨부상과 미국 마이너리그 생활, 은퇴의 순간은?

-손: 1996년 LG 트윈스 입단 때부터 사실은 어깨가 아팠다. 운동을 안 하면 못 던질 정도였다. 그때부터 재활에 대한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수술을 권하는 편이다. 수술대에 오르는 심정은 내가 다시 돌아왔을 때 내 자리가 여전히 남아있을까라는 생각이 제일 컸다. 이제야 고백하는 거지만 미국에서 바보 같은 짓을 했다. 훈련양이 작다고 느껴 혼자서 훈련을 하다가 팔굽혀펴기를 하고 일어날 때 큰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무릎을 대고 일어나야 되는데 시멘트 바닥의 차가운 느낌이 싫어서 그냥 팔로 일어나다 오른쪽 어깨(쇄골) 쪽이 앞으로 밀리는 부상을 당했다. 의사가 그쪽을 째보자는 찰나 때마침 와이프에게 전화가 와서 아들이라는 얘기를 듣고 야구를 완전히 접기로 했다. 미국 가서 재활공부랑 야구 공부를 하고 왔는데 오히려 내가 그걸 안 지키다 사고가 난 것이다. 지금에 와서는 긍정적으로 보는 게 그런 경험들을 야구 배우는 아이들에게 더 정확하게 가르쳐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소한 것부터 신경 써야 오랫동안 공을 던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야구 이외의 취미가 있다면?

-손: 바둑을 둔다. 바둑을 두는 사람들이 모여서 야구시합을 한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이분들과 꼭 한번 어울리고 싶다. 거기 가서 야구를 가르쳐 주고 싶다. 이세돌을 좋아한다. 이세돌은 바둑의 왕이라고 생각한다. 예전에 누가 저보고 공을 잡으면 던지고 잡으면 던진다며 급한 성미를 지적해줬다. 바둑을 두면 둘러보는 습성이 생겨 바둑을 두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충고해줘 배우게 됐다. 인터넷으로 4급 정도 두는데 마구잡이로 배워서 더 이상 늘질 않는다.

만화책 보는 것도 좋아한다. 특히 정리가 안 될 때 만화책을 읽는다. 야구만화는 다 본다. 야구나 마라톤 만화를 좋아하고 ‘바람의 빛’을 보면서 아직도 연습량이 부족하다고 느꼈다. 만화처럼 공에 못을 박아서 던져보기도 했다. ‘바람의 빛’이나 ‘창공’은 몇 번씩 본다. 골프 역시 친다. 90타를 치는데 늘지가 않는다. 와이프(골프선수 한희원)랑도 가끔 얘기하는데 골프든 야구든 프로라는 글자가 들어가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해설위원의 오프시즌 생활은?

-손: 나는 주로 가족들과 보낸다. 와이프가 뉴욕에 있으니까 뉴욕 가서 아이랑 같이 시간 보내고 그럴 생각이다. 못 만났던 친구 만나서 맥주도 한잔 하고 인터뷰도 하고 쉬고 그런다. 부족한 주루나 수비 공부 더하고 타자들하고 얘기도 더 많이 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고 노력하는 기간이기도 하다. 시즌이 끝나면 매년 방문하는 미국 톰 하우스의 야구 클리닉에 가서 여기 오는 배리 지토 등 선수들과 만나서 새로운 걸 듣고 잘 정리해서 팬들과 야구 배우는 어린 선수들에게 잘 전달하고 싶다. 사람들이 들었을 때 조금 틀려도 귀에 잘 들어오고 편안한 해설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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