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통토크]김용훈 시설물유지관리협회장 "21세기는 사전관리의 시대"

21세기는 시설물 '사전관리'에 투자하는 시대
회원사 17년 새 338% 증가…실적도 650% 껑충
선진국 대비 투자 비중 여전히 낮아 "30%까지 늘려야"
자격증·교육 프로그램 확대에 노력할 것
  • 등록 2016-08-22 오전 5:30:00

    수정 2016-08-22 오전 5:30:00

△ 김용훈 대한시설물유지관리협회장은 “큰 사고를 겪고 난 뒤에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과 진배없다”며 “시설물의 결함을 사전에 보수·보강해줘야 과거와 같은 대형 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이데일리 한대욱 기자]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안일한 대처가 대형 참사를 불러왔다.”

지난 1994년 10월 21일 오전 7시 48분. 서울 성동구 옥수동과 강남구 압구정동을 잇는 성수대교 10·11번 교각 사이(48m)가 무너지는 대형 사고가 발생했다. 다리 위를 달리던 승합차 1대와 승용차 4대가 한강으로 추락했다. 붕괴 부분에 걸쳐 있던 시내버스도 차체가 뒤집어지며 한강으로 떨어졌다. 차량에 타고 있던 49명의 승객과 운전자가 추락해 32명이 목숨을 잃었다. 서울 한복판에 있는 다리가 한순간에 무너져 내리자 대한민국은 큰 충격에 빠졌다.

용접시공 결함 등이 사고 원인으로 지목됐다. 무엇보다 급증하는 차량으로 커진 균열을 사전에 예방하지 못한 미숙한 유지·관리가 도마 위에 올랐다. 정부는 안전에 대한 국민의 우려가 커지자 전국 모든 건물에 안전 평가를 시행했다. 결과는 심각했다. 전체 건물의 2%만이 안전하며 건물 10곳 중 8곳은 수리가 필요하다는 결과를 받았다. 점검 과정에서 심각한 문제가 발견된 당산철교의 경우 전면 재시공을 위해 철거되던 중 저절로 다리가 무너져 내렸다. 사람을 가득 태운 지하철이 한강에 빠지는 참사가 발생했을 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모두가 할 말을 잃었다.

시설물(건설 공사를 통해 지어진 구조물과 부대시설) 사전 관리의 중요성이 강조된 시점도 이때부터다. 기존에 지어진 시설물을 어떻게 유지·관리할 것인가라는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시설물 유지·관리 전담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시설물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됐고 건축물 노후화 진단과 보수·보강을 전담하는 건설업종인 ‘시설물유지관리업’이 첫 도입됐다. 이를 전문으로 하는 기업들이 모여 만든 조직이 바로 ‘대한시설물유지관리협회’(이하 시설물협회)다.

“사람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크고 작은 병을 겪게 됩니다. 수시로 건강 상태를 점검하고 조기에 치료해야 큰 병을 막을 수 있죠. 시설물도 다르지 않습니다. 큰 사고를 겪고 난 뒤에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과 진배없습니다. 시설물의 결함을 사전에 보수·보강해줘야 과거와 같은 대형 사고를 막을 수 있습니다.” 지난 18일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시설물협회에서 만난 김용훈(사진·58) 회장은 시설물 안전 관리의 중요성을 두고 이 같이 말했다.

시설물 유지·관리 투자 비중 여전히 낮아… “30% 까지 늘려야”

김 회장은 지난해 11월 시설물협회 제3대 회장으로 새 임기를 시작했다. 제2대 회장에 이어 연임에 성공한 것이다. 안전사고 예방에 대한 인식 개선과 조직 활성화에 공을 들인 김 회장의 노력에 회원사들의 지지가 더해진 결과다. 김 회장은 “처음 협회장을 맡았을 때만 해도 시설물 유지·관리업이 빌딩 관리업체인 줄 아는 사람들이 많았다”며 “홍보와 인식 개선에 노력한 결과 시설물 유지·관리업에 대한 이해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공급에만 열을 올리던 국내 건설시장에 ‘안전’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시설물 유지·관리시장은 매년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다. 시설물 유지·관리업종이 처음 도입된 1999년 1224개였던 회원사는 올해 5월 말 현재 5368개로 17년 새 338% 증가했다. 같은 기간 기성실적은 5448억원에서 4조 905억원으로 무려 650%나 뛰었다. 국내 건설시장이 부침을 거듭한 사이 시설물 유지·관리업종은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온 셈이다. 최첨단 초고층 복합건축물은 물론 인천·광안대교 등 특수교량과 터널 등이 급증하면서 시설물에 대한 유지·보수 시장 규모도 확대됐다는 게 협회 측 설명이다.

매년 눈부신 성장을 거듭한 시설물 유지·관리업이지만 선진국과 비교하면 여전히 부족한 수준이다. 예컨대 이탈리아의 시설물 유지·관리 투자 비중은 매출액 대비 57.2%에 달한다. 이어 영국(38.0%)·독일(26.0%)·일본(21.7%) 등 선진국 대부분이 시설물 유지·관리 투자 비중을 늘리고 있지만 국내는 여전히 8% 수준에 머물러 있다.

실제로 미국은 1980년대 시설물 고령화 진입에 따른 투자 비중 확대를 미루다가 안전사고에 대한 사회적 불안감이 커지자 5년간 2조 2000달러(2235조원)라는 막대한 비용을 들이기도 했다. 김 회장은 “시설물 유지·관리업종이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국내 시설물의 유지·관리 투자 비중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라며 “투자 비중을 선진국 수준인 30%까지 늘린다면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합리적인 시설물 관리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직 개편 첫 걸음… 자격증 신설·교육 확대 노력할 것

김 회장은 올 들어 6개 광역시도회 사무국을 16개 시도회로 확대 개편했다. 회원사가 해마다 증가하는 상황에서 1개 사무국이 2~3개 지역의 업무를 처리하다 보니 꼼꼼한 일 처리가 어려운데다 능동적인 대처도 쉽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아울러 지역별 토목·건축·안전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시설물 안전점검 기동반’을 가동해 2010개에 달하는 재난 위험시설에 대한 순찰과 점검을 강화하고 있다.

김 회장은 “사회 안전과 업계 발전을 위해 추진한 16개 시도회 확대와 안전 점검 기동반은 이제 막 씨를 뿌린 단계”라며 “남은 임기 중에 튼튼하게 뿌리를 내리고 무럭무럭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한 유지·관리 공사를 전담할 수 있는 자격제도 신설이 시급하다”며 “정부에 건의해 조속히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김용훈 회장은…

전남 광주 출신으로 광주 숭일고와 성균관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전남대학교에서 산업대학원 석사 학위를 받았다. 육군 공병장교를 거쳐 지난 1995년 건축시공기술사를 취득했다. 이어 한국기술개발건축사사무소 대표 등을 거쳐 시설유지관리 업체인 토형이엔시(E&C) 대표와 대한시설물유지관리협회 광주전남북시도회장을 역임했다. 2012년 11월 협회 2대 회장으로 취임한 그는 지난 11월해 연임해 성공해 제3대 회장으로 협회를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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