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N 명예기자석]최희섭만 믿지 마세요

  • 등록 2007-05-23 오전 9:16:25

    수정 2007-05-23 오전 9:16:25

[이데일리 SPN 이상현 명예기자] 그가 돌아왔다

마지막까지 국내 복귀를 숨기는 등 우여곡절 끝에 최희섭(KIA)이 돌아왔다. 한국 타자 최초로 풀타임 메이저리거이자, 한국인이 투수뿐 아니라 야수로도 메이저리그에서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그였기에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언론은 며칠 전부터 최희섭이 언제 첫 출장을 하는지 관심을 보였다. 약속한 토요일(19일), 팬들은 올시즌 처음으로 잠실을 가득 채우며 그를 맞았다.

재밌으면 비가와도 괜찮아

19일 5시 즈음에 경기를 앞둔 두산 관계자는 애가 탔을 것이다. 하늘이 흐려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날은 매달 마지막 토요일 홈경기(5월 26일은 LG 홈경기임.)에 진행하는 베어스데이로 입장권을 50% 할인하고 선수들의 사인회와 개그맨 양배추를 초대하는 등 다양한 팬서비스를 준비했다. 그리고 최희섭이 국내에서 데뷔전을 치르는 날이 아닌가. 자칫 대박 기회를 놓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스타’ 최희섭의 위력은 대단했다. 1회부터 비가 조금씩 오기 시작해 빗방울이 점점 굵어지는 데도 팬들은 준비해 온 우산을 펼 망정 자리를 뜨지는 않았다. 누구도 비 때문에 떠나는 사람은 없었다. 비는 3회가 지나면서 그쳤다.

KIA 응원석은 말 그대로 입추의 여지가 없었던 탓에 많은 KIA 팬들이 군데군데 자리가 비어있는 1루 쪽 두산 응원석으로 이동했다. 2회초 선두타자로 최희섭이 타석에 등장할 때는 여기가 누구의 홈인지 착각이 들 정도로 3루 쪽 환호성이 컸다.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최희섭에게 1루를 양보하고 오랜만에 좌익수를 맡은 장성호는 홈런을 친 다음 회의 수비에서 볼보이에게 받은 볼을 대여섯 차례 관중들에게 던져주며 자축했고, 최희섭도 파울 플라이를 처리한 후 두산 팬에게 공을 던져주기도 했다. 윤석민의 호투와 장성호, 김종국의 홈런을 앞세워 경기도 KIA가 압승했다.

최희섭만 믿지 마세요

‘최희섭 효과’와 ‘전력 평준화’로 더욱 뜨거워진 열기로 2007 프로야구는 400만 관중이라는 목표를 향해 순항하고 있다. 심지어 8개 구단 마케팅 관계자들의 공통된 소원이 ‘최희섭의 선전’이라고 할 정도이다.

거꾸로 생각해 보면, 이는 각 구단의 마케팅이 얼마나 부실한지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과연 각 구단에는 최희섭 만한 스타가 없는가. 최희섭이 한국야구에 얼마나 잘 적응할지 모르지만, 그보다 좋은 활약을 할 재목들이 많다.

각 팀에는 이미 최희섭 이상의 활약을 하고 있는 주축 선수들이 있다. 왜 그 선수들에게 최희섭에게 바라는 것을 기대 하지 않고, 그에 걸맞는 마케팅 역량을 투입하지 않는가.

‘전력 평준화’ 역시 어느 팀이 전력보강에 성공하고 어느 팀은 실패하면서 나타난 일시적인 현상일 뿐, 각 구단의 노력에 따른 결과가 아니다. KBO의 목표대로 올해 400만 관중을 넘어설지 모른다. 하지만 KBO가 팬들이 야구장을 찾기 위해 노력한 것이 무언지는 명확하지 않다.

최희섭의 국내 복귀로 ‘구름 관중’이 모인 잠실구장을 보면서, 유쾌함과 씁쓸함이 동시에 느껴졌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깜짝 놀란 눈…뭘 봤길래?
  • "내가 몸짱"
  • 내가 구해줄게
  • 한국 3대 도둑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