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팬·야알못 다 사로잡은 '스토브리그' 백승수의 리더십

구단 뒷 이야기 다뤄…생소한 소재로 흥미도 높여
남궁민=성민규?…현실 충족시킨 인물, 에피소드
SK와이번스 "실무자·배우 직접 매칭…짜릿한 현실감"
  • 등록 2020-02-05 오전 6:00:00

    수정 2020-02-05 오전 6:00:00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해 왔던 것들을 하면서 안 했던 것들을 할 겁니다.” “팀에 조금이라도 해가 된다고 생각하는 일이면 전 잘라내겠습니다.”

(사진=스토브리그 메인 포스터)
드라마 ‘스토브리그’의 주인공 백승수 단장(남궁민 분)의 어록들이다. SBS 금토드라마 ‘스토브리그’가 시청률 고공비행을 하고 있다. ‘어록’으로 불릴 만큼 백승수 단장의 대사는 시청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 내고 있다. 남궁민이 완성해 낸 백승수라는 캐릭터가 이 드라마의 흥행 중심이라는 증거다.

‘스토브리그’는 야구에 문외한인 백승수란 인물이 만년 꼴찌 야구팀 ‘드림즈’의 신임 단장이 되면서 우승을 목표로 구단을 혁신해나가는 과정을 담는다. 극중 백승수는 파벌 대신 성적을, 의리 대신 합리를 외치는 리더다. 세이버매트릭스(통계학적 야구 분석 방법론)를 도입해 객관적으로 ‘드림즈’의 약점을 짚어내고 그에 맞는 대안을 망설임 없이 밀어붙인다. 그의 냉철한 리더십과 전략은 최근 ‘야알못’(야구를 알지 못하는) 시청자는 물론 야구팬과 현직 야구인들까지 사로잡았다. 백승수의 전략은 과감하지만 실제 모델과 사례들을 떠올릴 정도로 충분히 현실감이 있기 때문이다. 김헌식 평론가는 “치밀한 고증과 사전 조사를 거친 취재를 바탕으로 사실관계를 극적 요소와 잘 엮어낸 드라마”라며 “스포츠 경기보다는 이들을 관리하는 조직과 구성원들의 관점으로 접근한 신선함이 돋보인다. 어느 조직이나 가진 시스템 문제를 날카롭게 지적해 야구팬들은 물론 야구에 생소한 시청자까지 공감을 불러일으킨 게 인기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사진=‘스토브리그’ 스틸컷)
◇경기 대신 구단 뒷이야기…진부한 듯 신선한 소재

지난달 13일 첫 방송을 한 이 드라마의 제목 ‘스토브리그’(Stove League)는 프로야구의 한 시즌이 끝난 겨울 다음 시즌이 시작하기 전까지 기간을 일컫는 야구 용어다. 이 기간 각 구단에서는 전력 강화 및 다음 시즌 준비를 위해 계약 갱신 및 선수 트레이드가 이뤄진다. 난로(stove) 앞에 모여 이야기를 나눈다는 의미에서 유래됐다.

‘스토브리그’는 시작 당시 큰 기대를 받지 못했다. 오랜 기간 방송계에는 ‘스포츠 드라마는 망한다’는 속설이 공식처럼 여겨져 왔기 때문이다. 첫회 시청률도 닐슨코리아 전국가구 기준 5.5%에 불과했다. 하지만 2회부터 서서히 오르던 시청률은 한 달 여 만에 최고 17%(10회)로 3배 이상 치솟았다.

‘스토브리그’의 일차적 인기 요인으로 ‘야구 경기’ 대신 대중이 일상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운 ‘구단 뒷이야기’를 다룬다는 점이 꼽힌다. 한 프로야구단 관계자는 “이 드라마가 인기를 끈 뒤 ‘실제 구단에서 저러냐’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는다”며 “선수 연봉협상, 트레이드 등 사안은 골수팬이 아닌 이상 큰 관심을 두지 않는 분야라 대중에게는 생소하다 보니 신선함을 느끼는 시청자가 많은 것 같다”고 전했다.

지난달 28일 부산 부산진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프로야구 롯데자이언츠 안치홍선수 입단식에서 성민규 단장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성민규=남궁민?…취재력 돋보인 높은 싱크로율

실제 야구사(史)를 접목한 듯 실감 나는 에피소드와 등장인물, 현직 야구인들도 인정할 정도로 높은 현실 구단 풍경과의 ‘싱크로율’이 화제성에 추진력을 더했다는 평가다. 방송 시기가 실제 구단들의 ‘스토브리그’ 기간과 맞아떨어진 데다 최근 국내 프로구단 롯데 자이언츠에 최연소 단장으로 영입된 성민규(38) 신임 단장의 행보는 극중 백승수 단장의 행보와 놀랄 만큼 닮아 몰입감을 높였다. 30대의 젊은 나이를 비롯해 KIA 안치홍 선수를 한국 프로야구(KBO)에서 전례 없던 메이저리그식 옵트아웃 계약으로 영입한 그의 결단 등이 팀의 우승을 위해서라면 간판급 선수 교체를 감행해서라도 개혁하는 백 단장의 행보를 연상케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야구팬들 사이에서는 성민규 단장에 대해 ‘남궁민규’(남궁민+성민규)란 애칭까지 생겨났다.

드라마를 집필한 이신화 작가는 “드라마 속 드림즈는 가상의 야구팀”이라며 실제 모델 및 구단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극중 선수 영입 과정도 실제 모델에서 모티브를 얻었을 것이란 추측들이 적지 않다. 극중 강두기(하두권 분)와 임동규(조한선 분)의 트레이드는 1988년 최동원, 김시진이 포함된 롯데와 삼성의 3대 4 빅딜을 연상케 한다. 병역 문제로 미국 시민권을 택한 로버트 길(길창주 분)은 청소년대표를 거쳐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시민권을 획득한 백차승(두산 인스트럭터)의 사례를 닮았다는 말도 나왔다.

이 드라마는 리얼리티를 높이기 위해 장소 제공·제작 지원을 맡은 SK와이번스를 비롯해 한화 등 여러 구단의 홍보팀과 분석팀, 운영팀, 스포츠 매니지먼트, 에이전트 업계에 종사한 관계자들로 구성된 18명의 자문위원을 도움을 받아 집필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철근 SK와이번스 홍보팀장은 “‘드림즈’의 사무실 세트장은 실제 SK 사무실과 거의 똑같은 수준으로 디테일까지 실감나게 구현해냈다”며 “트레이드 논의 과정에서 선수의 마케팅 효과를 언급하는 부분 등은 실제 회의에서도 나오는 이야기들이다. 우리의 일상과 이슈가 실제 대사로 읊어지는 과정을 보며 많은 실무자들이 짜릿함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백승수 단장이 도입한 ‘세이버매트릭스’ 역시 최근 2~3년 간 KBO에서 시도 중인 트렌드를 반영한 것”이라며 “전력분석원을 비롯해 운영팀장 등 각 배우들이 극 중 맡은 직책을 실감 나게 표현 할 수 있게 SK 구단 차원에서 역할에 맞는 실무자들을 직접 매칭해 도움을 줬다. 좋은 드라마 덕분에 구단 실무자들이 힘을 얻고 있다”고 덧붙였다.

소셜 댓글by LiveRe

많이 본 뉴스

이데일리

  •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
  •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발행인 곽재선 I 편집인 이익원
  •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