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을 끄는 것은 속도 조절이다. 필요하다 싶은 순간에는 협상 속도를 끌어올리다가도 필요에 따라서는 속도를 확 늦추는 ‘템포 조절’이 투자 전략의 핵심으로 꼽힌다. 유동성이 마른 시장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드라이파우더(펀드 내 미소진 금액)에 여유가 있는 상황을 유리하게 접목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
1일 자본시장에 따르면 MBK는 지난달 29일 3D 구강스캐너 업체인 메디트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매각 측인 유니슨캐피탈과 MBK 양측은 연말까지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을 목표로 일정을 밟을 계획이다. MBK가 메디트 인수에 써낸 가격은 2조원 중후반대로 알려졌다.
한 PEF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PEF 운용사는 투자결정 협의체가 외국에 있고, 한국팀에서는 결정권이 없다 보니 의사결정 구조가 지지부진하게 흐른 경향이 있다”며 “매각 측에서도 신속한 결정과 금액 보장을 중요하게 본 것 같다”고 말했다.
MBK는 빠른 의사구조에 걸맞게 자금 마련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MBK는 보유한 블라인드 펀드로 인수 대금을 부담하기로 했다. 드라이파우더(펀드 내 미소진 자금)가 풍부해 인수금융 비율(LTV)도 높게 가져갈 계획은 아닌 것으로 전해진다. 별도의 전략적 투자자(SI) 없이 MBK 자체적으로 거래를 종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부터 대금마련까지 전에 없는 ‘속공’을 보여준 빅딜로 남을 전망이다.
|
반면 현재 투자를 검토 중인 SK온 프리IPO(상장 전 투자유치)에서는 메디트에서의 속도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도리어 느긋한 모습이다. SK온은 전날(11월 30일) 한투PE 컨소시엄 등으로부터 6953억원을 조달하며 한숨 돌린 상황이지만, MBK의 투자 여부는 전체 프리IPO 규모에 미치는 영향이 적잖아 공을 들일 수밖에 없다.
MBK도 이런 사실을 모를 리 없다. 이 때문에 빠른 결정보다는 여러 조건을 찬찬히 따져본 뒤 결정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번 사안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MBK와 SK온과의 프리IPO 협상은 현재 진행 중인 국내 PE 컨소시엄 프리IPO와는 아예 다른 채널로 협상하고 있다”며 “이전부터 협상 이어오고 있었으며, 정중동 행보를 할 것이다”고 말했다. ‘급할 게 없다’는 메시지를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 때문에 MBK도 MFN 조항을 추종하는 조건을 받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들어 MBK가 전혀 다른 채널로 투자를 조율 중이라는 점이 부각되자 MFN 조항을 초월하는 조건을 받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세부 내용에서 MFN을 무조건 보장한다는 내용이 있다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MFN 조항이 공통적으로 유효하다는 것을 확언할 수는 없다”며 “MBK도 여러 제안을 던져놓았기 때문에 (제안에 대한) 성사 여부가 핵심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