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템플 퀴진(Korean Temple Cuisine)`. 제목부터 멋스러운 그녀의 레스토랑에 도달했다. 대문 앞을 장식한 큼지막한 문구가 시선을 끈다. `The way to the east` `The journey to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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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3~4년간 뉴욕의 한인 식당은 빨리 먹고 빨리 나가라는 식의 소란한 불고기집에서 우아하게 식사를 즐기는 세련된 고급 레스토랑으로 변모해 왔다. 뉴욕타임스(NYT)는 한국 요식업계의 `뉴 웨이브(New Wave)`로 비유하며 "최고급 음식점으로 자리잡은 일식당을 능가할 야심이 엿보인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맹지선(25, 미국 이름 제니퍼 맹)씨가 운영하는 코리안 템플 퀴진도 그 중 하나. NYT에 6번 소개된 것을 포함해 뉴욕 매거진, 타임아웃 등에 20번 가까이 소개됐을 정도로 유명하다.
"32번가(코리안타운)를 벗어나서 한국 레스토랑이 많아졌어요. 이스트 빌리지에만 3~4개에 이르죠. 그만큼 외국인들이 한국 음식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어요"
때문에 외국인 손님 비중도 눈에 띄게 늘었다. 코리안 템플 퀴진의 외국인 손님은 전체 손님의 80%에 이른다고. 이쯤 되면 더 이상 한인만을 위한 식당이 아니다. 일주일에 꼭 한번씩 들르는 외국 손님들도 많다고 맹 사장은 말했다.
"매운 맛이 장애물이냐구요? 그렇지 않아요. 맵다는 것은 더 이상 외국인들에게 문제가 되지 않아요. 일본 스시가 처음 미국에 상륙했을 때 날생선을 어떻게 먹느냐는 인식이 있었어요. 하지만 지금 스시는 미국인들이 가장 즐기는 외식 중 하나입니다. 관건은 마케팅이예요. 김치를 요구르트처럼 발효시켰다고 표현하면 어떻게 썩힌 야채를 먹을 수 있냐고 반문하죠. 하지만 피클처럼 절였다고 표현하면 수월해요. 문화와 표현의 미묘한 차이를 극복하면서 어떻게 마케팅 하느냐가 승패를 좌우한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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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1학년이었던 95년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 온 맹 사장의 올해 나이는 25세. 언니와 함께 시작한 레스토랑을 언니가 결혼하면서 완전히 인수했다. 뉴욕 대학교(NYU)에서 경제학과 호텔 경영학을 전공하고 있는 그녀는 언론의 주목을 받고 손님이 많아지면서 학업마저 중단하고 레스토랑 일에 매진해 왔다고.
처음엔 어린 나이 때문에 고생도 많이 했다. "어린 게 뭘 아냐, 얼마 안가 문 닫을 거다. 그런 말들이 가슴 아팠어요. 그럴 때마다 오히려 외국 손님들이 힘이 됐어요"
유명세를 타 장사가 잘 된다는 말에 프렌차이즈를 낼 생각이 없냐고 물었다. 맹 사장의 대답은 의외였다.
"투자를 하고 싶다는 사람도 있었고, 프렌차이즈를 하고 싶다는 사람도 많았어요. 하지만 가게가 크건 작건 이 요리를 이 장소에서만 먹을 수 있다는 고유성이 퇴색되는 것이 싫어 거절했죠. 지금은 상품 쪽으로 새로운 사업을 추진 중이예요"
맹 사장은 코리안 푸드를 상품화해보고 싶다는 야무진 포부를 밝혔다.
"아직 밝힐 수 있는 단계는 아니지만, 미국 슈퍼마켓에 코리안 푸드 섹션을 만드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요. 만들어진 요리, 식재료는 물론 한국의 전통 그릇과 수저 등 모든 관련 상품을 판매하는 사업이예요. 이 사업을 오랫동안 계획해 왔어요. 시장은 이미 활짝 열려 있어요. 누가 먼저, 어떻게 뛰어드느냐가 관건이죠"
레스토랑 사장인 만큼 요리가 주특기라는 그녀의 꿈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미국 쿠킹 채널에서 자신의 이름을 걸고 `쿠킹 쇼`를 해보고 싶단다. "지금까지 한국 퓨전 요리의 레시피가 소개된 적은 있지만 전통 요리의 레시피가 소개된 적은 없어요. 제 이름을 건 쿠킹 쇼를 통해 한국 전통 요리의 레시피를 소개하고 싶어요"
맹 사장의 레스토랑과 그녀의 포부는 이스트 빌리지에서 발견한 보물 가운데 하나로 기억됐다. 언젠가 그녀의 꿈이 모두 이뤄져 `뉴욕의 대장금`으로 이름을 떨치고, 한국의 구절판이 세계인의 외식으로 자리잡게 될 그날이 오게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