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票되는 법만 처리"..국회, 마지막까지 `직무유기`

현실성 낮은 체크카드·선박금융公 설립안 앞다퉈 발의
금융소비자 보호와 보험사기 방지 등 민생법안은 외면
  • 등록 2012-02-08 오전 9:00:00

    수정 2012-02-07 오후 5:04:35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2월 08일자 18면에 게재됐습니다.
[이데일리 김도년 기자] 18대 국회가 마지막까지 민생을 외면한 채 선심성 법안처리에 몰두하면서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금융소비자보호와 보험사기 방지 등 긴급한 민생 법안은 뒷전으로 밀어놓은채 현실성이 떨어지지만 이해관계자가 명확해 표심을 자극할 수 있는 체크카드·선박금융공사 설립안 등은 앞다퉈 발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7일 국회와 금융권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한국체크카드공사법과 한국선박금융공사법 등을 논의했다.   체크카드공사법은 체크카드 발급을 전담하는 공기업을 정부가 출자해 새롭게 설립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공사가 체크카드 활성화에 앞장서 자영업자들의 카드 가맹점 수수료 부담을 덜어주자는 취지다.   선박금융공사법은 대출과 보증, 투자 등의 방식으로 해운업계의 유동성 지원을 전담하는 금융 공기업을 설립하자는 내용이다.   문제는 이 두 법안 모두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체크카드 발급을 위해선 가맹점 네트워크 구축 등을 위해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요되는 만큼 결국 국민 세금으로 자영업자들의 수수료 부담을 덜어주자는 논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선박금융공사 역시 기존에 정책금융공사와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해운업계의 유동성 지원을 담당하고 있는 금융기관들이 이미 존재하는 만큼 ‘옥상옥’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해운업계의 유동성 위기의 원인이 금융지원 부족이 아니라 해운업황의 악화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영업정지된 저축은행 예금자들에게 예금보장한도를 넘는 금액을 보장해준다는 내용의 저축은행 피해자 구제법도 다시 논의되고 있어 금융권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반면 정작 처리가 시급한 법안들은 서랍속에서 잠자고 있다.   금융소비자 보호를 강화하는 내용의 금융소비자보호법과 사기설계사 영구퇴출 등 보험사기 방지를 위한 보험업법 개정안, 금융권 부실채권 인수를 위한 한국자산관리공사법(캠코법) 등 다수 법안들은 법안소위에 계류 중이거나 기약없이 통과를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다.   금융권 구조조정을 위한 구조조정기금 시한 연장안과 저축은행 특별계정 연장안 등 저축은행 구조조정 지원을 위한 긴급한 법안들도 2월 국회 통과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국회의원들이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시급한 현안은 내팽개친 채 표로 연결될 수 있는 생색내기용 법안에만 열을 올린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현실성이 없는 것을 잘 알면서도 지역구 표심을 의식해 `일단 법안부터 내고보자` 식이 대부분이라는 얘기다.   특히 이번에 법안처리가 무산될 경우 19대 국회가 제대로 자리를 잡기까지 법안처리가 지연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현안법안 처리를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는 "정치인들이 어느 정도의 포퓰리즘에 빠지는 건 어쩔 수없지만 금융의 기본 질서는 깨지 말아야 한다"며 "구조조정 기금 연장, 저축은행 특별계정 연장은 시급하게 통과돼야 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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