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부활의 비밀, 팔 위치에 있었다

  • 등록 2014-04-26 오전 9:35:32

    수정 2014-04-26 오전 10:00:45

[이데일리 스타in 정철우 기자]‘국민 타자’ 이승엽(38.삼성)이 시즌 초반을 기분 좋게 출발하고 있다. 폭발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돌아가는 방망이에선 확실히 힘이 느껴진다. 25일 현재 타율 3할3푼3리, 3홈런 14타점. 홈런은 팀 내 공동 3위, 타점은 공동 2위다.

지난해와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성적이다. 특히 꼭 필요할 때 한 방을 쳐내는 능력이 달라졌다. 아니, 원래 그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지난해 이승엽은 주자가 있을 때 타율이 2할6푼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시즌엔 주자가 있건 없건 3할3푼3리의 타율을 유지하고 있다.

무엇보다 다시 이승엽 다운 스윙을 하고 있다는 것이 고무적이다. 3개의 홈런 모두 어쩌다 얻어 걸린 것이 아니라, 진짜 이승엽이 친 것 같은 제대로 힘이 실려 날아간 것이었다. 특히 24일 대구 LG전서 때려낸 홈런이 그랬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승엽의 변화를 이끌어 낸 것일까.

답은 그의 팔 위치에 있었다.지난해와 다른 자세에서 공을 기다리는 전략이 잘 통하고 있는 것이다.<사진 참조>

자료 제공=베이스볼 S. 노란 원 안이 지난해와 올 시즌의 차이.
사진은 지난해와 24일 경기에서 이승엽의 변화를 담은 것이다. 이순철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하이라이트 프로그램 베이스볼 S의 한 코너인 ‘진짜 야구’에서 이승엽이 팔 위치를 바꾼 것이 맹타의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엔 준비 자세에서 배트를 앞으로 세운 자세에서 공을 기다렸다. 하지만 올 시즌엔 배트를 눕혀놓고 공을 본다.

이 위원은 “올 시즌엔 미리 왼 팔꿈치가 올라가 있다. 배트를 눕히며 발사 위치에 있는 것이다. 지난해엔 배트가 서 있다 보니 발사 위치까지 갔다가 다시 내려오는 탓에 방망이가 돌아나오며 몸이 열렸다. 그러나 올해는 바로 나오면서 공 맞히는 시간이 그만큼 줄었고 여유가 생겼다”고 분석했다.

김정준 SBS스포츠 위원도 이승엽의 바뀐 자세에 주목했다. “배트를 눕혀 팔을 올린 것이 타격의 리듬이 살리는 역할을 했다. 타격의 단계를 1부터 10이라고 한다면 이승엽은 앞에 1,2를 생략한 것이다. 그 만큼 시간을 벌었다. 공을 오래 볼 수 있게 됐다. 결국 리듬을 살릴 수 있는 것이 지금 이승엽의 가장 좋은 점”이라고 말했다.

이승엽의 파워 포지션은 일본 프로야구에서 뛰던 시절 힘 좋은 외국인 선수들도 부러워할 만큼 높고 각이 좋았다. 힘을 쓸 수 있는 최고의 파워 포인트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타구에 힘을 실을 수 있는 가장 좋은 위치를 그는 알고 있다.

다만 지난해엔 그 지점까지 가는데 시간이 걸린 것이 문제였다. 올해는 앞 단계를 과감히 생략하며 시간과 여유를 벌 수 있게 된 것이다.

세월은 한국 최고의 홈런왕도 빗겨갈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또 다른 변신 노력을 통해 그 시간을 최대한 늦추고 있다.

최고의 자리에서 자신이 가진 것을 바꾼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추락하는 것을 알면서도 쉽게 변하려 하지 않는다. 화려했던 과거의 영광 뒤에 숨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승엽은 또 한 번 과감히 자신을 버렸고, 그 결과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곳으로 스스로를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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