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플방지] "한강 의대생도, 평택항 노동자도 청년이다"

'한강 실종 대학생'과 '평택항 사망 대학생'
편중된 보도와 선택적 관심
김진숙 "죽음마저 외면당한 비참한 최후"
  • 등록 2021-05-09 오전 12:05:46

    수정 2021-05-09 오전 12:15:17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한강 의대생도 청년이고, 평택항 노동자도 청년이다”

‘평택항 대학생 사망’ 관련 기사에 누리꾼 푸른**이 남긴 댓글이다. 그는 ‘한강 실종 대학생’과 비교해 언론의 편중된 보도를 비판했다.

이 누리꾼뿐만 아니라 “의대생 죽음도 안타깝지만 노동자 청년의 억울한 죽음도 의대생 사건만큼 10분의 1만이라도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의대생에게만 눈길 주지 말고 이런 대학생에게도 눈길 좀 줘라”라는 댓글들이 다수였다.

“분노에 기준이 어딨나”

지난달 22일 평택항 야적장에서 아르바이트 중이던 대학생 이선호(23) 씨가 ‘300㎏’ 개방형 컨테이너에 깔려 숨졌다. 당시 상황을 목격한 이씨 아버지는 보름이 흐른 뒤에도 장례식장을 떠나지 못했다.

이 씨의 아버지를 포함한 유가족과 사고 대책위는 사고 조사가 여전히 더디다면서 지난 6일 철저한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해당 기자회견이 열리기 전날까지 이를 다룬 보도는 단 4건에 불과했다. 반면 서울 한강공원에서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된 손정민(22) 씨 관련 기사는 수천 건이 쏟아졌다.

손 씨가 실종되면서부터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퍼진 아버지의 절절한 사연에 관심이 쏠렸고, 아버지의 블로그 글이나 인터뷰 내용에서 각종 의혹이 제기되면서 화제가 이어졌다. 그렇지만 두 가지 사례만 놓고 보면 편중된 보도라는 지적은 피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사진=김진숙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 트위터
이 가운데 ‘무엇이 더 중요한 사건인가’라며 경중을 따지려는 댓글에 누리꾼 사이 갑론을박이 치열했다.

한 누리꾼이 “술 먹고 실종된 의대생보다 이런 산재 사고에 더 분노해야 상식 아닌가?”라고 댓글을 남기자 “공감한다”는 대댓글 사이에 “여기서 의대생 얘기가 왜 나오나?”, “사람 죽음에도 계급을 나누나”, “분노에 기준이 어딨나. 다 같이 마음 아픈 일인데”라는 반대 의견이 보였다.

또 다른 누리꾼은 “의대생이라는 타이틀에 대한 관심과 노동자 외면하는 사람들에 환멸을 느꼈다”고도 했다. 한강에서 사망한 청년이 의대생이 아니었다면, 그의 거주지가 서울 반포한강공원 인근이 아니었다면 여론이 다른 반응을 보였을까 하는 시각에서다. 평택항 사망 대학생 역시 청년노동자 고(故) 김용균 참사와 판박이로, 무관심 속 되풀이하는 산재 중 하나가 될 것이란 씁쓸함도 담겼다.

“그저 남의 이야기인 줄 알았다”

일부에선 ‘강남 의대생’과 ‘평택항 노동자’라는 프레임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누리꾼 ‘하늘**’은 “한강 실종 청년은 그가 의대생이어서가 아니라 단순 사고사 같지 않은 게 그렇게 처리될까 봐 화가 나고 염려스러운 마음 때문에 이슈가 되는 것”이라며 “이런 산재 또한 그냥 넘기면 안 되는 사회문제가 맞다”고 강조했다.

또 누리꾼 ‘페라**’은 “편견과 자격지심으로 세상을 보지 말자. 둘 다 아까운 청춘이다. 똑같이 바라봐야 한다”고 했다.

이선호 씨 누나의 댓글에는 모두 ‘남동생’이었다.

이 씨의 누나는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동생의 사망 관련 청와대 국민청원 참여를 독려하는 글에 댓글을 달았다.

댓글에는 “며칠 전 한강 사건의 그분도 내 남동생이랑 나이가 비슷해서 마음이 굉장히 착잡하더라”라며 “왜 이제 꽃 피울 청년들을 데리고 가는 건지”라는 내용이 담겼다.

분명한 건, 이 모두 아직 ‘사고’가 아닌 ‘사건’으로 남아 있다는 점이다. 뜻밖에 일어난 불행한 사고가 아닌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거나 주목받을 만한 뜻밖의 사건일 수 있다.

사진=고 이선호 씨 친구 페이스북
이 씨의 친구는 기자회견에서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사실 저는 평소에 TV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나오는 사고들을 보아도 무심히 지나쳤었다. 그저 남의 이야기인 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제 친구의 이야기였고 우리들의 이야기 였다”고 했다.

이 씨의 또 다른 친구는 페이스북에 연일 “묻히지 않도록 관심 부탁드린다”, “부디 관심 잊지 말아 주시길 간절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결국 우리의 ‘사건’일 수 있다.

김진숙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은 지난 6일 트위터에 “안타깝지 않은 죽음이 있으랴. 동년배 두 청년의 죽음”이라며 “한 청년은 한강에서, 한 청년은 휴학하고 평택항에서 일하다 컨테이너에 깔려 숨졌다”고 운을 뗐다.

그는 “죽음마저 외면당한 서럽고 비참한 최후. 노동자의 죽음은 너무 흔하게 널려서일까. 언론이 관심을 갖는다면 막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어쩔 수 없이 든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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