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구치고 오니 없던데?”…동거녀 암매장 사건의 전말 [그해 오늘]

“동생이 사라졌다” 홍대 간다던 22세 女 연락두절
동거남 이씨 “여친 짐 싸서 나가” CCTV 봤더니
드러난 진실…살해 뒤 이삿짐으로 위장해 암매장
  • 등록 2024-03-21 오전 12:01:00

    수정 2024-03-21 오전 12:01:00

[이데일리 강소영 기자] 2016년 3월 21일 경기도 안양의 한 오피스텔 앞에서는 동거녀를 살해하고 암매장한 30대 남성 이모(당시 36세)씨의 현장검증이 이뤄졌다.
20대 동거녀를 살해 후 암매장한 이모씨(당시 35세)가 2016년 3월 21일 광명시의 한 도로변 공터 범행현장에서 현장검증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1)
이날 이 씨는 남색 야구모자와 파란색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동거녀에 할 말이 없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미안하다, 잘못했다”고 짧게 말할 뿐이었다.

사건의 시작은 그해 2월 17일이었다. 이날 오전 9시쯤 이 씨의 동거녀 A씨(22)가 감쪽같이 사라졌다는 A씨 언니의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이후 경찰 조사가 시작되자 이 씨는 “한달 가량 동거한 여자친구가 2월 12일 짐을 싸서 집을 나갔다”고 말했다.

경찰은 A씨의 단순 가출을 염두에 두고 수사하다 5일이 지난 2월 22일 해당 오피스텔 CCTV 영상을 분석한 결과 A씨와 이 씨가 12일 자정쯤 오피스텔로 들어간 뒤 나오는 장면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또 2월 14일 오전 1시 25분쯤 이 씨가 대형 박스를 카트에 싣고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가는 장면도 확보했다.

참고인 조사 당시 이 씨는 CCTV에 찍힌 상황에 대해 “사무실 계약기간이 끝나 사무실에 있던 사무용품을 집에 가져가니까 A씨가 화를 냈고 싸운 뒤 나가서 친구와 밥을 먹고 당구를 치고 돌아오니까 나가고 없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이는 거짓이었다. 참고인 조사 뒤 잠적했던 이 씨는 그해 3월 14일 대구의 한 찜질방에서 붙잡혀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구속됐다.

사건의 전말은 이랬다. 그해 2월 13일 이 씨가 정리한 사무실 물건을 두는 문제로 A씨와 다퉜고 이 과정에서 욕설이 오가는 과정에 홧김에 A씨의 입과 코를 막고 살해했다.

이 씨는 살해 직후 친구와 인근에서 당구를 치고 오피스텔로 돌아와 다음 날 오전 1시 25분쯤 시신이 담긴 박스를 이용하던 렌트차량에 실었다.

현장검증에서도 이 씨가 A씨를 때리고 살해하는 과정과 함께 친구와 당구를 치고 오피스텔로 돌아와 A씨의 시신을 대형 박스에 넣어 카트에 실어 엘리베이터로 이동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재연됐다.

이 씨는 A씨 살해 사실을 감추기 위해 A씨 휴대전화로 A씨 언니에 ‘지금 홍대로 가고 있다’며 문자메시지를 보냈으며 단순 가출로 꾸미기 위해 서울 홍대 부근에 A씨의 휴대전화를 버리는 등 용의주도함을 보였다.

그리고 A씨의 시신은 안양 오피스텔에서 10km 가량 떨어진 광명의 한 공터에 암매장했다.

재판에 넘겨진 이 씨에 검찰은 이 씨가 범행 직후 시신을 야산에 묻은 뒤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갖고 홍대 부근에서 피해자의 언니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등 범행을 은폐하려 한 점을 들어 “계획적 살인”이라고 보고 사형을 구형했다.

이후 이 씨 변호인 측은 “이 씨가 학사 장교로 복무하면서 부대장 표창도 받았고, 이혼한 전처와 사이에 어린 두 딸이 있는 점, 과거 자살을 기도하는 등 정신과 치료를 받은 점” 등을 거론하며 선처를 호소했다.

재판부는 검찰의 ‘계획적 살인’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고 그해 7월 15일 이 씨는 징역 18년을 선고받았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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