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 리포트①]직장인 30명에게 묻다..'당신은 未生입니까?'

  • 등록 2014-11-06 오전 7:41:01

    수정 2014-11-06 오전 7:42:01

‘미생’ 포스터.(사진=tvN 제공)
[이데일리 스타in 강민정 기자] 2014년 하반기 문화 키워드가 ‘미생’에 맞춰지고 있다. 마니아 팬덤을 안고 있던 원작은 ‘TV’라는 매스미디어에 ‘온라인’이라는 이슈미디어를 타고 터졌다. 케이블채널 tvN 금토 미니시리즈 ‘미생’이 열렬한 공감 속에 방송되고 있다.

최근 ‘미생’의 오상식 과장을 연기하고 있는 배우 이성민은 출근길 여의도를 찾아 직장인들을 안아줬다. 그 열기는 정말 대부분이 체감하는 온도 그대로일까. 그 기운을 직접 느껴보기 위해 ‘직장인 동네’라 불리는 서울 곳곳을 찾아갔다. 여의도 금융로를 비롯해 강남 학동사거리, 시청과 광화문 일대 등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30명에게 물었다. ‘미생’이 첫 방송됐던 다음 날부터(10월 18일) 6회가 방송된 지난 2일까지 진행됐다. 1952년생부터 1987년생까지 20명의 남자, 10명의 여자 직장인이 답했다. ‘당신은 미생(未生)입니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

‘미생’ 원작 만화 세트.(사진=출판사 제공)
△‘미생’의 짧은 프로필

‘미생’은 지난 2012년 1월 포털사이트 다음을 통해 선보인 윤태호 원작의 웹툰, 그리고 이 웹툰을 기초로 만화와 드라마가 만들어졌다. 바둑이 인생의 전부였던 장그래(임시완 분)가 프로입단에 실패한 후 종합무역상사 인턴으로 들어가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미생’(未生)은 ‘바둑에서, 집이나 대마가 아직 완전하게 살아 있지 않음. 또는 그런 상태’를 뜻한다. 마치 불안한 현대인의 모습과 닮았다. 장그래를 필두로 안영미(강소라 분), 장백기(강하늘 분), 한석율(변요한 분)의 사회초년생부터 김동식 대리(김대명 분), 오상식 과장(이성민 분), 워킹맘 신차장(신은정 분)까지 회사 곳곳의 풍경에 녹아든 직장인들의 모습을 보여줘 현실과 같은 드라마로 호평 받고 있다.

△이것을 물었다

웹툰, 만화, 드라마 등 형식에 상관없이 ‘미생’을 본 적이 있다고 답한 직장인들에게만 설문을 조사했다.① ‘미생’에 대한 공감의 정도 ②‘미생’에서 가장 마음에 끌렸던 포인트 ③‘미생’을 보며 가장 많이 들었던 감정 혹은 생각 ④‘미생’을 본 뒤 갖게 된 나만의 각오 혹은 꿈 등 4가지와 그 이유를 물었다.

‘미생’의 이성민과 임시완.(사진=tvN 제공)
△결과는 이렇다

① ‘미생’에 대한 공감도는 높았다. 1(가장 낮음)부터 5(가장 높음)까지 기준으로 30명 중 18명이 ‘4’를 꼽았다. 6명이 ‘5’를, 5명이 ‘3’을, 1명이 ‘2’를 적었다. 24명, 즉 80%가 ‘미생’에 높은 공감대를 느꼈다.

② 가장 마음에 끌렸던 포인트엔 여러 답이 나왔다. ‘현실’(11명), ‘빡센 처지’(8명), ‘위로’(6명), ‘동질감’(5명) 등의 답이 등장했다. 이 중에서 현실과 빡센 처지라는 답은 일맥상통의 의미를 담고 있다. 설문에 응한 대다수는 ‘미생’에 높은 공감을 보인 것과 마찬가지로 작품 속 내용은 ‘빡센 현실’로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③드라마와 웹툰, 만화를 본 직장인들의 감정은 다양하게 표출됐다. ‘오상식’이라는 멘토가 있음에 부러워하는 이들(10명)이 많았다. ‘그럼에도 일이 있다’는 현실적인 안도감(8명)을 갖기도 했다. 명대사로 꼽히는 ‘혼자가 아니지만 혼자다’라는 말에 동감(7명)했고, ‘그럼에도 진심은 통한다’라는 희망에 하루를 사는 긍정론자(5명)도 존재했다.

④ ‘미생’은 이들에게 단순히 소비되지 않았다. 현실의 나와 함께 하는 ‘성장통’(9명)이 돼줬다. 지금은 비록 미생일지라도 언젠가는 완생할 하나의 ‘과정’(8명)으로 위안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장그래와 아이들’(7명)은 나를 외롭지 않게 한 거울이었고 ‘오상식 과장’(6명)은 내가 가야 할 길을 제시한 워너비이기도 했다.

‘미생’의 브레인 스토밍.(사진=강민정기자)
△‘미생’, 넌 그런 존재다

서른 명의 직장인 중 3명을 뽑아 심층적인 질문을 던졌다. 가장 나이가 많았던 1952년생 남자, 내년 상반기 진급을 앞둔 1976년생 남자, 지난해 하반기 입사한 1987년생 여자였다. 이들의 직장과 직급은 각각 제1금융권 은행장, 대기업 쇼핑 계열사 팀장, 중소기업 광고 마케팅팀 사원이다.

이들과 나눴던 대화와 30명의 설문조사를 추려 ‘미생’의 브레인 스토밍을 완성했다. 직장인들의 힘든 처지는 예상한 그대로다. 물가 상승률 반영이 너무 느린 박봉의 현실, 진급을 위해 각종 영어 시험과 업무 미션을 통과해야 하는 관문, 당신의 입사 때는 없었던 영어 프레젠테이션(PT)에 대한 스트레스, 일에 치여 죽어버린 불쌍한 연애세포까지 포함됐다.

혼자 하는 일 없이 모두가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하는 것이 직장에서 벌어지는 일. 그럼에도 각개전투로 성과와 싸워야 하는 전쟁터가 직장이기도 하다. 그 안에서 거창하지 않게 담담하게 전해지는 장그래의 혼잣말은 직장인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창구가 되고 있다. ‘길이란 걷는 것이 아니라 걸으면서 나아가기 위한 것이다. 나아가지 못하는 길은 길이 아니다’ ‘언제나 그렇듯 세상은 나보다 빠르다’ ‘그래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바둑이 있는 거다’ 등의 대사다. 설문에 응한 한 직장인은 “‘미생’의 상황이나 대사 하나 하나가 동질감이라는 감정 아래 자책하고 위로할 수 있는 일기장 같은 존재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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