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패럴림픽에 '벙어리장갑'이 없는 이유

  • 등록 2018-03-11 오전 10:24:03

    수정 2018-03-11 오전 10:24:03

2018 평창 패럴림픽 기념품 가게인 슈퍼스토어에서 판매 중인 장갑. 왼쪽부터 수호랑 태극 장갑, 코리아 블루 장갑, 코리아 레드장갑(사진=이데일리 조진영 기자)
[이데일리 조진영 기자] 장갑은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 기념품 가게인 ‘슈퍼스토어’의 인기상품 중 하나다. 3월 중순에 접어들었지만 아침 저녁으로 기온이 영하를 오가기 때문이다. 개회식이 열린 지난 9일에는 평창 지역 체감온도가 영하 8도까지 떨어지며 방한용품이 인기를 끌었다.

엄지와 검지 부분만 빨간색으로 된 장갑은 이번 대회 히트상품이다. 수호랑·반다비 인형의 인기 못지 않다. 주먹을 쥔 상태에서 엄지와 검지를 모으면 붉은색 하트 모양이 만들어지는 형태다. 사진 찍을 때 ‘V’자 대신 ‘손가락 하트’ 포즈를 취하는데 착안해 만들어졌다. 이름 역시 ‘핑거 하트 장갑’이다.

‘벙어리장갑’ 대신 ‘코리아 장갑’..“패럴림픽 고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당시 인기를 끌었던 기념 장갑
엄지손가락은 따로 끼고 나머지 네 손가락(검지·중지·약지·새끼)은 함께 넣는 장갑도 있다. 흔히 ‘벙어리 장갑’이라 부르는 이 장갑의 공식 상품명은 ‘코리아 장갑’이다. 캐나다에서 열린 밴쿠버 올림픽 당시 인기를 끌었던 장갑을 참고해 만들어졌다. 태극기의 붉은색과 푸른색을 적용해 ‘코리아 레드 장갑’과 ‘코리아 블루 장갑’이라 이름 붙였다.

이 장갑을 ‘벙어리 장갑’이라 하지 않는 이유는 부적절한 표현이기 때문이다. 표준국어대사전은 벙어리에 대해 ‘언어장애인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슈퍼스토어 기념품 공급과 판매를 담당하고 있는 이정주 롯데백화점 상품1본부 라이센싱팀장은 “태극 디자인에 초점을 맞춰 상품명을 정했다”고 전했다.

장애인 비하 표현, 공문서에 쓰는건 ‘합법’

국립국어원 표준대사전 검색 결과
과거에는 말 못하는 사람의 혀와 성대가 붙어있다고 생각했다. 이 때문에 벙어리는 ‘막히다’는 뜻의 ‘벙을다’나 ‘버벅거리다’는 뜻의 ‘버우다’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그 자체로 비하의 뜻이 담긴 셈이다. 흥미로운 부분은 ‘벙어리장갑’이 표준어라는 점이다. 벙어리를 ‘언어장애인에 대한 비하 표현’이라고 규정한 것과는 차이가 있다. 대체 단어 역시 설명돼있지 않다.

표준어가 문제가 되는 또다른 이유는 국어기본법 때문이다. 이 법에서는 ‘공공기관 등은 공문서를 쓸 때 어문규범에 맞추어 한글로 작성해야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어문규범에는 표준어 규정이 포함된다. 다시말해 공공기관에서 장애인을 비하하는 표현(벙어리장갑)을 합법적으로 사용하게 되는 셈이다. 이러한 문제점에도 표준어가 바뀌지 않는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이를 ‘벙어리 장갑’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손모아장갑·엄지장갑이라 불러주세요”

그렇다면 ‘벙어리장갑’ 대신 어떤 표현을 써야할까.

사회복지법인 엔젤스헤이븐은 2013년부터 ‘손모아장갑’이라는 표현을 알리고 있다. 엄지를 제외한 나머지 손가락이 모여있다는 의미다. 이 단체는 손모아장갑의 표준국어대사전 등재를 위해 아웃도어 브랜드인 노스페이스와 공동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 공식파트너이기도 한 노스페이스는 벙어리장갑의 상품명을 ‘손모아장갑’으로 바꿔 판매하고 있다.

‘엄지장갑’ 역시 벙어리장갑의 대안으로 이야기되고 있다. 모아진 네 손가락에 착안해 만들어진 ‘손모아장갑’과 반대로 따로 떨어진 엄지를 강조한 작명이다. 이 명칭은 청각장애 어머니를 둔 직장인 원종건 씨가 대학생 시절 낸 아이디어다. 원 씨는 2016년부터 설리번이라는 공익단체를 만들어 ‘엄지장갑’이라는 표현을 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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