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꼬리 무는 처벌만능주의 입법, 으름장만이 최선인가

  • 등록 2022-03-03 오전 5:00:00

    수정 2022-03-03 오전 5:00:00

정부와 여당이 건설안전특별법(건안법) 제정을 강행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9월 더불어민주당에 의해 발의된 뒤 계류돼온 건안법 제정안을 국회에서 곧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은 방송에서,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원내 대책회의에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시민단체 간담회에서 잇따라 같은 입장을 밝혔다. 대통령선거만 끝나면 바로 팔을 걷어붙이고 나설 태세다.

한국경영자총협회와 대한건설협회는 그제 대다수 기업이 건안법 제정에 반대하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입법 추진 중단을 촉구했다. 두 단체가 공동으로 193개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 본 결과, 85%가 건안법 제정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반대 이유로는 산업안전보건법과 내용이 중복된다는 점과 중대재해처벌법이 한 달 여전 시행에 들어간 마당에 건설 분야의 별도 안전법 제정은 불필요하다는 점이 많이 꼽혔다. 특히 의무 위반으로 사망자가 발생하면 시공자·하도급자·감리자 외에 발주자까지 처벌할 수 있다는 조항을 심각하게 우려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산업현장 안전사고 사망자의 절반 이상이 건설 분야에서 발생하는 현실에서 이 분야 안전대책이 절실한 것은 맞다. 하지만 처벌법만 자꾸 만든다고 안전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뒤에도 안전사고 사망자는 계속 발생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월 말까지 한달 간 산업현장 안전사고 사망자는 42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52명에 비해 10명 줄어들었을 뿐이다. 지금은 다른 처벌법 제정을 서두르기보다 중대재해처벌법 취지에 부응하려는 기업들의 노력을 점검하고 부족한 점을 우선 보완해야 할 때다.

안전은 궁극적으로 안전한 작업 현장이 실현돼야 보장된다. 처벌보다 사고를 막기 위한 지원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안전에 충분히 신경 쓸 여력이 없는 중소 건설회사의 경우는 더 그럴 것이다. 공사비 산정과 공기 설정이 적정하게 이뤄지게 해 무리한 공사 진행을 막는 일도 필요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부와 정치권이 처벌 만능주의식 사고에 갇히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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