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돌려차기男 반성문 첫줄에는"...피해자는 못 본다?

  • 등록 2023-06-14 오전 12:00:17

    수정 2023-06-14 오전 12:00:17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도대체 누굴 위한 반성문인가라는 생각을 했다”

13일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 가해자 A씨의 반성문 내용이 알려진 가운데 피해자가 한 말이다.

피해자는 이날 YTN 뉴스라이더에서 ‘피해 당사자인데도 증거자료를 열람하고 자료를 보는 데 어려움을 겪었나’라는 진행자의 물음에 “특히 (A씨의) 반성문을 보는데 저는 열람 권한이 없다. 항상 그 반성문 첫 줄에 ‘존경하는 재판장님께’라는 문구가 있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12일 오후 부산 연제구 부산 법원종합청사에서 돌려차기 사건 피고인 A씨가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20년을 선고 받은 뒤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피해자에게 단 한 번도 제대로 사과하지 않은 A씨는 재판부에 11차례 반성문을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지난해 12월 항소이유서에 “저와 비슷한 ‘묻지마 범죄’의 죄명과 형량이 제각각인데, 왜 저만 이렇게 많은 형량을 받는지 모르겠다”고 썼다.

심지어 “피해자는 회복되고 있으며, 말도 (잘하고) 글도 잘 쓰는 것을 봤다”며 “피해자라는 이유로 진단서, 소견서, 다 들어주는 것 아니냐”며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이랬던 그가 올해 초 반성문에는 “잘못을 반성하고 후회하고 있다”는 말을 수차례 반복하면서, 판사를 향해 “가련한 처지를 살펴 선처해달라”며 감형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피해자는 항소심 재판에 앞서 SNS에 A씨의 반성문 내용 일부를 공개하며 “탄원서에 적어야 할 법한 이야기들을 반성문에 쓰고 본인의 입으로 감히 제가 회복되고 있다는 말과 피해자 신분이기에 다 받아들여 주는 것 아니냐며 검사, 의사들까지 모욕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도대체 이 사람이 어느 부분에서 반성하고 있다는 것인지 전혀 모르겠다”며 “피해자가 처벌 불원서를 쓴 것도 아닌데 왜 반성문이 감형의 사유가 되나”라고 덧붙였다.

피해자는 “언제쯤 이 가해는 끝날까. 저는 언제까지 고통받아야 할까”라며 반성문으로 감형하지 말자는 공개 청원에 나섰다.

12일 오후 부산 연제구 부산고등법원에서 열린 ‘부산 돌려차기 사건’ 항소심을 마치고 피해자가 인터뷰를 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전히 피해자는 “피해자에게 알 권리를 먼저 찾아줘야 된다고 생각하고 무조건 재판에서 피해자는 빠질 수가 없고, 재판 기록을 열람시켜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내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박성배 변호사는 이날 YTN을 통해 “범죄의 모든 피해자가 수사 기록을 전면적으로 열람, 복사해 보길 바라고 있지만 현실에선 불가능하다. 민사 재판과 달리 형사 재판은 당사자가 검찰과 피고인이고 피해자는 당사자에서 빠져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그 이유가 피해자가 피해를 입었다고 하더라도 범죄 유무를 가려서 형벌을 부과하는 주체는 국가다. 따라서 국가를 대표하는 검사와 범죄 혐의 여부에 대한 재판을 받아야 하는 피고인이 당사자이고 피해자는 한발 물러서 있는 구조”라고 부연했다.

이어 “이 사건처럼 초기에 합리적인 의심이 드는 사안인데 사건의 실체가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피해자가 스스로 수사기록을 열람, 복사해서 사건의 실체를 밝혀내기 위해선 부득이하게 민사 소송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마저도 피해자의 개인 정보가 가해자에게 넘어갈 수 있는 문제가 발생한다.

박 변호사는 “민사재판은 당사자인 피해자와 가해자의 이름과 생년월일, 주소가 명시돼야 한다. 강제집행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건 피해자는 형사 1심 재판 중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형사 재판에서 소송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수사와 재판 기록을 보여달라는 요구가 매번 거절당했기 때문이다.

민사소송으로 확보한 자료를 통해 A씨의 추가 범죄 정황이 드러났고 2심에서 더 무거운 형을 받는 결정적 역할을 했지만, 이 과정에서 피해자의 개인 정보가 A씨에게 노출됐다.

실제로 A씨가 피해자의 바뀐 집 주소까지 외워가며 보복을 암시했다는 증언이 나와 피해자는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박 변호사는 “특별한 유형의 범죄 피해자가 제기하는 민사소송은 인적사항을 노출하지 않고 집행 단계에서 원고의 인적사항을 정확히 파악해 온전한 집행이 이뤄지도록 관련 절차를 개선할 여지가 있다”며 “절차의 번잡성 보다 피해자의 온전한 권리 보장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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