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못 돌아온 2루 주자' 임수혁 선수 사망[그해 오늘]

전 롯데자이언츠 야구 선수 임수혁, 2000년 2월 7일 경기 중 쓰러져
'공격형 포수'로 명성...응급 조치 제대로 못 받아 '식물 인간'으로 투병
팬들과 선수들 온정 이어져...투병 10년 만에 병세 악화돼 숨져
'의료진·구급차 경기장 상시 대기' 계기 마련하기도
  • 등록 2023-02-07 오전 12:03:00

    수정 2023-02-07 오전 12:03:00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1999년 10월 20일. 한국프로야구 롯데자이언츠와 삼성라이온즈의 플레이오프 7차전. 3대 5로 끌려가며 패색이 짙던 롯데 9회말 공격. 타석에 들어선 임수혁은 당시 삼성 마무리 투수 임창용을 상대로 2점 홈런을 때려냈다. 임수혁의 극적인 동점 홈런을 발판 삼아 롯데는 연장 끝에 삼성에 6대 5로 역전하며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단연 롯데팬들의 영웅은 임수혁이었다.

고(故) 임수혁 선수 생전 경기 모습. 사진=연합뉴스.
대학 2학년 때부터 줄곧 국가대표 포수를 맡았던 임수혁은 1994년 롯데 자이언츠의 2차 1순위 지명을 받아 프로에 데뷔했다. 당시 고질적 거포 부족 현상에 시달리던 롯데에 장타력을 갖춘 임수혁은 공격형 포수로서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임수혁은 처음 주전 포수로 나선 1995년 15홈런을 기록하며 그해 입단한 마해영과 33개의 홈런을 합작해 ‘마림포’라는 애칭까지 얻었다. 1995년 홈런왕이 25홈런을 기록한 OB베어스(현 두산베어스) 김상호였던 점을 감안하면 15홈런은 충분히 훌륭한 장타력으로 평가 받을만 했다. 이듬해인 1996년엔 타율 3할1푼1리에 홈런 11개 76타점을 올려, 타율 5위, 타점 3위로 커리어 하이를 기록했다.

하지만 1999년 플레이오프의 활약으로 기대를 한껏 모았던 2000년 시즌 초반 그는 안타까운 사고를 당하고 만다. 2000년 4월 18일 잠실 야구장에서 열린 LG트윈스와의 경기. 2회 2사 후 5번 지명타자로 타석에 들어 선 임수혁은 유격수 실책으로 1루에 진루했다. 이후 후속 타자 안타로 2루로 이동한 임수혁은 갑자기 호흡 곤란을 일으켜 쓰러졌다. 급성 심장마비로 쓰러졌지만 심폐소생술을 제대로 받지 못한 임수혁은 병원 이송 이후에도 의식을 찾지 못하고 오랜 기간 ‘식물 인간’으로 살았다.

그의 가족들은 어떻게든 그의 의식을 되찾게 하려고 백방으로 뛰었으나 차도는 없었다. 임수혁의 지난한 투병 생활이 이어지는 동안 동료들과 팬들의 온정도 쏟아졌다. 사고 1년 후인 2001년 4월 18일 롯데는 사직구장에서 열린 LG와의 경기를 ‘임수혁의 날’로 정했다. 특히 이날 경기에선 임수혁의 아들 세현 군이 시구를 하며 팬들의 심금을 울리기도 했다. 프로야구 선수협의회가 연 자선 경매 행사엔 비단 야구 선수뿐 아니라 다른 종목 선수들도 참여했으며 특히 메이저리그 강속구 투수 랜디 존슨까지 힘을 보태며 화제를 모았다.

이 같은 주위의 염원에도 그는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야속한 시간만 흘러갔다. 길어지는 투병으로 인해 생활고를 호소한 그의 가족은 2003년 4월 롯데와 LG를 상대로 8억원의 민사 조정 신청을 냈다. 선수 보호 책임이 있는 롯데와 당시 경기의 홈팀이었던 LG가 심폐소생술 등 응급 구호 조치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 것에 대한 피해를 배상해 달라는 차원이었다. 그해 7월 서울지법 동부지원은 두 구단에 총 4억2600만원을 배상금으로 지급하라는 강제조정 결정을 내렸지만 LG 구단은 이의 신청을 했다. 결국 2004년 롯데 2억1000만 원, LG 1억1000만 원의 보상금안에 임수혁 가족이 수용함으로써 조정은 끝났다.

투병이 길어지자 각계각층의 관심도 서서히 줄어들었고 임수혁은 병세가 악화돼 투병 10년 만인 2010년 2월 7일 결국 숨졌다. 향년 40세. 2루에서 3루를 돌아 홈으로 들어오길 바라던 많은 팬들의 간절한 바람이 결국 무산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의 죽음은 의료진과 구급차를 경기장에 상시 대기하게 하는 등 프로 스포츠 선수들의 안전 대책을 개선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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