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N 영화 리뷰]'고사' 감각적 영상의 공포로 지적하는 교육문제

  • 등록 2008-08-02 오전 11:07:34

    수정 2008-08-02 오전 11:11:00

▲ 영화 '고사'


[이데일리 SPN 김은구기자] 한국의 학생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성적이다. 개인의 개성이나 능력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오로지 똑같은 문제를 풀어 누가 더 많은 정답을 맞히느냐로 순위가 매겨진다.

사회 정서가 이렇다 보니 성적을 올리기 위해 부정한 짓도 서슴지 않는 학생, 학부모, 교사들의 이야기도 뉴스에 오르내린다. 기발한 기법으로 커닝을 하는 학생, 시험 전 문제지를 훔치는 학생, 내신성적 조작을 청탁하며 돈을 건네는 학부모와 이를 받는 교사 등등. 그러면서 묵묵히 공부만 열심히 하는 학생들은 때로는 피해자가 되기도 한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은 한국 교육현실에도 적용되는 말이다.

2008년 유일한 한국 공포영화를 표방한 ‘고사(死):피의 중간고사’(감독 창, 제작 워터앤트리, 이하 ‘고사’)는 단순히 관객들에게 서늘한 공포감만을 안겨주는 영화가 아니다. 한국의 교육이 갖고 있는 이런 문제점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영화다.
 
▲ '고사'


영화는 주인공 이나(남규리 분)의 악몽으로 시작된다. 교실처럼 책상이 줄지어 놓여있는 운동장, 그런데 책상은 불이 타오르고 있고 이나는 그 사이를 지나 교복을 입고 책상 앞에 앉아있는 학생에게 다가간다. 그런데 그 학생은 얼굴, 눈빛은 살아있는 사람의 것이 아니다. 그리고 이나 뒤로 역시 교복은 입었지만 좀비처럼 보이는 학생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러나 악몽에서 깬 현실은 평범한 고등학교 기숙사. 이나는 언제 악몽을 꿨느냐는 듯 명효(손여은 분) 등 룸메이트와 웃고 떠들며 하루를 시작한다. 그리고 맞은 토요일, 전교 1등부터 20등까지 우등생들만을 위한 특별엘리트 수업이 진행되는 중 교실 TV가 켜지면서 전교 1등 혜영이 물이 차오르는 수조 안에 갇혀 있는 모습이 나오고 친구의 목숨을 건 ‘피의 중간고사’는 시작된다.

시간 내에 주어진 문제를 풀지 못하면 친구가 죽는 상황, 그렇게 학생들은 한명씩 잔혹한 시체로 발견되고 이나를 비롯한 학생들은 그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친다. 그 과정에서 학생들은 이 사건의 출발점이 어디인지를 밝혀낸다.

씨야, SG워너비, 보아, 바이브, 나얼, 성시경 등 인기 가수들의 뮤직비디오를 연출했던 창 감독은 영화연출 데뷔작인 ‘고사’에서도 뮤직비디오를 연상케 하는 감각적인 영상으로 화창한 날의 학교와 이나의 악몽, 공포스런 분위기를 대조적으로 그려냈다.
 
▲ '고사'


두려움에 떠는 친구를 감싸며 친구들을 위해 나서는 여자 주인공 이나 역으로 첫 영화에 출연한 씨야 멤버 남규리는 때로는 쌀쌀맞고 때로는 의리 있는 모습을 무난하게 보여준다.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반전과 엔딩자막이 올라가는 순간이다. 학생들을 처참한 죽음으로 몰고 가는 사건이 어디에서 시작된 것인지는 맨 마지막에, 그것도 뜻밖의 결말을 통해 보여준다. 영화가 담고자 하는 메시지도 여기에 있다.

공포영화라고 하면 짓눌리는 듯한 무거운 분위기에서 관람하게 되고 극장을 나서면서도 그 무거운 기분이 남게 되는 것이 다반사. 하지만 ‘고사’는 엔딩자막에 어이없는 웃음이 터지게 하면서도 전체 스토리와 관계가 있는 화면을 삽입해 그 무거움을 덜어준다.

이 영화에는 남규리와 손여은 외에 학생들에게 인기가 있는 정의파 훈남 국어교사 창욱 역에 이범수, 학생들을 생각하는 마음은 창욱 못지않지만 성격이 까칠한 신입 영어교사 소영 역에는 윤정희, 반항적이고 사고뭉치지만 머리가 좋고 이나를 좋아하는 강현 역에는 김범이 각각 출연한다.
 
블록버스터가 쏟아지는 세상에 순수 제작비 10억원으로 제작된 영화라는 점도 이 영화가 갖는 의미다. 

6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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