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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을 상대로 23년만에 안방에서 당한 패배였다. 토트넘에게 패했다는 결과 보다도 경기 내용은 더욱 실망스러웠다. 이날 패배는 단지 1패의 의미 이상이었다. 현재 맨유의 고민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것이었다.
우선 맨유는 수비에서 심각한 약점을 드러냈다. 맨유의 센터백 리오 퍼디낸드와 조니 에반스는 토트넘의 빠른 돌파를 제대로 막지 못했다. 이날 허용한 3실점 장면을 모두 살펴보면 맨유 수비수들이 토트넘의 공격수들의 스피드를 전혀 당해내지 못했다.
부상으로 결장한 네마냐 비디치를 포함해 맨유의 수비수들은 전체적으로 공중볼 장악에는 뛰어나지만 스피드가 좋은 편이 아니다. 상대의 빠른 돌파에는 약점을 보일 수 밖에 없다.
특히 박지성의 경우 측면 공격수로 활약하면서도 상대 진영에서부터 왕성한 활동력으로 상대를 몰아붙였다. 상대의 역습을 저지하고 공격 속도를 줄이는 큰 효과가 있었다. 박지성이 강팀과의 경기에서 더욱 위력을 발휘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팀 공헌도가 어마어마했다.
하지만 지금 맨유에는 박지성이 없다. 박지성을 대신해 맨유 유니폼을 입은 카가와 신지는 수비에서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현재 라인업으로 놓고 보면 전방 압박을 기대하기 어렵다.
미드필드에서 수비진의 부담을 덜어줄 역할을 해줄만한 능력을 갖춘 선수도 눈에 띄지 않는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가장 믿는 스콜스나 라이언 긱스도 전성기만 못한 모습이다.
카가와의 재능이 살기 위해선 미드필드에서 카가와를 거쳐 전방으로 공이 들어가야 한다. 하지만 중원이나 측면에서 들어가는 패스는 카가와에게 제대로 연결되지 못했다. 후반전에 퍼거슨 감독이 왼쪽 측면 미드필더로 이동시킬 때까지 카가와의 역할은 실망 그 자체였다.
어쨌든 맨유로선 심각한 상황이다. 시즌 초반 6경기에서 벌써 2패를 당하면서 우승권 경쟁에 빨간 불이 들어왔다. 이긴 경기에서도 불안한 모습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계속 불안한 경기력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퍼거슨 감독이 과연 어떤 해법을 들고 나올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