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스타K5'을 보내며..'악마의 편집, 당신은 무엇이었습니까'

  • 등록 2013-11-16 오전 8:36:09

    수정 2013-11-16 오전 9:18:07

지난 생방송 무대에서 라이벌 미션으로 대결했던 박재정(왼쪽)과 박시환.(사진=Mnet 제공)
[이데일리 스타in 강민정 기자] 누구도 이러한 결론에 도달하고 싶진 않았을 거다. ‘케이블채널 Mnet ‘슈퍼스타K’의 원동력은 결국 ‘악마의 편집’이었던 걸까.’ 이런 생각 말이다.

15일 ‘슈퍼스타K 5’가 박재정을 우승자로 배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어떻게 보면 지루했고, 어떻게 보면 안타까운 시간이었다. 그렇게 ‘슈퍼스타K 5’는 조용히 단 하나의 슈퍼스타를 배출했다.

‘슈퍼스타K’의 다섯 번째 시즌은 시청률로 보나, 화제성으로 보나, 즐거운 성적표를 보여주진 못했다. 과거 ‘슈퍼스타K’에 참가했던 이들이 포털사이트에 ‘화제 인물’로 등록된 것과 비교해 이번 시즌의 참가자들은 그런 프로필이 어울리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지난 시즌과 비교해도 ‘슈퍼스타K 5’는 실패에 가깝다. 시청률에선 밀렸어도 화제의 중심에서 밀리지 않았던 ‘슈퍼스타K’였는데. 무엇이 달랐나 생각해보면, 놀랍게도 ‘악마의 편집’의 부재다. 도대체 ‘슈퍼스타K’에게 악마의 편집이란 어떤 존재였던 걸까. ‘악마의 편집’, 당신은 무엇이었습니까?

‘슈퍼스타K 5’의 방송화면 캡쳐. 일부 참가자를 두고 과거 시즌이 보여준 ‘악마의 편집’이나 ‘낚시성 편집’이 있었던 ‘슈퍼스타K 5’는 이러한 화제성을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으로 직결시키지 못하고 ‘기존 행태의 답습’이라는 데 그쳤다.(사진=Mnet)
◇‘악마’는 집중력 향상제였다

‘악마’ 그리고 ‘편집’. 악마처럼 나쁜 편집, 독한 편집, 이런 걸 두고 ‘악마의 편집’이라고 했다. 자기 실력을 인정하지 못하고 탈락의 고배를 마신 도전자가 심사위원의 포스터를 발로 걷어차는 모습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것. 자기 위주로 미션을 주도하는 참가자의 행동을 가감 없이 보여주고 그의 모습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참가자들의 표정을 확대해서 편집하는 것. 이런 걸 ‘악마의 편집’이라고 했다.

그런데 조금 더 생각하면 ‘악마의 편집’은 결국 프로그램에 집중하게 만드는 ‘향상제’ 역할을 했던 것 같다. 참가자들의 기분이 드러나는 표정, 손짓, 눈빛, 시청자들이 놓칠 수 있는 세심한 부분에 제작진은 집중했다. 10시간의 촬영 분량을 10분으로 줄이는 과정에서 왜곡은 당연히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것. 참을 만큼 참았다가 불만 어린 표정을 지은 건데 마치 표정 관리 못하는 사람처럼 비춰진 ‘희생자’가 있었다면 억울할 수 있지만 전체적인 미션의 갈등을 구성하고 긴장감을 높이는데는 대단한 촉매제였다.

일명 ‘낚였다’고 분개하게 만들었던 편집 또한 ‘악마’의 짓이었다. “아, 실망인데요”, “연습하라고 하지 않았던가요?”, “탈락입니다” 등 심사위원들의 독한 한 마디 뒤에 화제의 참가자가 울고 있는 모습을 편집하거나, 짐을 싸서 떠나는 듯한 이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식의 예고편 편집 등이 그것. 사실은 그게 아니었지만, 방송이 끝난 뒤 “OOO이 탈락한거야?”는 식의 시청자 반응 덕에 프로그램은 매회 화제의 중심에 놓일 수 있었다.

시청자를 속였다는 데서 ‘악마의 편집’이 부작용을 낳긴 했지만, ‘슈퍼스타K’는 그러한 과정을 통해 프로그램을 살려왔던 거다. 지금의 서인국, 허각, 울랄라세션, 로이킴, 버스커버스커 등이 국내 가요계에서 활발히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이 됐던 건 그만큼 프로그램 자체가 화제의 중심에 있었던 덕도 컸다. 이러한 의미에서 ‘슈퍼스타K 5’의 우승자인 박재정은 아쉬움을 남길 수 밖에 없다.

한 가요관계자는 “‘슈퍼스타K’는 어찌보면 논란을 거듭하며 자기 성장을 해온 듯 보인다. 일명 ‘악마의 편집’으로 특정 출연자의 캐릭터가 나쁘게 보이고, 좋게 보이는 식의 콘트롤이 시청자들의 호와 불호를 좌우했다”고 말했다. 이어 “시청자의 아젠다를 ‘슈퍼스타K’에 맞추는데 역할한 것이 결국 제작진의 편집 실력이었다는 거다. 촉진제가 있으니 이에 반응하는 이들이 생기고, 반응이 있으니 과정과 결과가 있었다는 건데 이번 시즌엔 그 부분이 너무 약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슈퍼스타K 5’의 톱10에 오른 이들. 기억에 남는 참가자, 몇이나 될까.(사진=Mnet)
◇‘편집’은 관심 유발제였다

우승자는 물론 이번 시즌을 통틀어 기억에 남는 참가자가 없다는 건 ‘편집’이 그만큼 무의미했다는 뜻과도 연결된다. 사람의 특징을 살리고 이를 캐릭터로 만드는 과정은 편집에서 완성된다. 24시간 촬영하며 붙어 있는 제작진과 달리 시청자들은 정해진 짧은 시간 내에 참가자들과 친해져야 한다. 이 또한 전작의 시리즈에서 ‘악마의 편집’을 통해 과하거나 약해진 부분이 있었지만 이번 시즌은 편집이라 말하기 어려울 만큼 지루하게 늘어지는 방송 때문에 참가자들이 시청자들에게 각인될 만한 순간이 많지 않았다.

결국 관심을 유발하는데 탁월한 역할을 해왔던 편집 영역이 약해지면서 ‘슈퍼스타K 5’는 힘을 잃었다. 심지어 알면서도 가슴을 치게 만드는 “60초 후에 공개됩니다”라는 고정 멘트도 고집하지 않은 탓에 생방송에서 긴장감을 주는 유일한 편집 기능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물론 제작진이 의도한 바였다. ‘슈퍼스타K 5’는 애초에 ‘착한 편집’, ‘있는 그대로의 모습’, ‘진정성’ 등을 앞세웠다. 의도가 좋지 않았던 건 아니지만 오히려 ‘진정성’을 강조하려다 오해만 낳은 꼴이 됐다.

박시환의 과거 이야기를 전하며 ‘제 2의 허각’이라는 자기 복제 결과를 낳았고, 그의 실력이 뒤쳐진다는 일부 지적과 맞물려 ‘박시환은 이야기로만 성공한 참가자’라는 반대 여론도 목소리가 높았다. 박재정 역시 뒤 늦게 할아버지의 이력을 공개해 ‘제2의 로이킴’이라는 수식어에 맞춤표를 찍었다. 제작진 입장에서는 참가자의 외부적인 면면을 부각시키기 보단 그가 가진 무기로만 승부하길 바라는 마음에 이같은 내용을 밝히지 않았던 것이지만 시청자들이 입장에선 “화제가 안 되니 이제와서 과거 이력을 밝힌다”는 이견이 나오기도 했다.

또 다른 가요관계자는 “‘악마의 편집’이란 덕목을 부정적인 영역에만 가둬둔 게 문제였다”면서 “적절히 균형감을 가졌다면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을 유도할 수 있는 촉매가 됐을 거고, 이를 통해 더 많은 도전자들이 시청자의 눈에 들고, 누가 좋다, 누구가 잘한다, 누가 나쁘다 식의 ‘가치 판단’ 또한 발생했을 거다”고 밝혔다. 이어 “아마 다음 시즌에서 다시 본 모습을 찾아 문제가 되고 논란이 생긴다면 ‘결국 또 악마의 편집이네’하고 반론을 제기할 거다”며 “결국 중요한 건 ‘악마의 편집’을 해서 생겼을 때의 문제와 하지 않아서 생겼을 때의 부작용을 모두 경험한 제작진이 그 중간 지점을 찾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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