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SKY캐슬]"첫 단추부터 잘못 뀄다…변시 자격시험으로"

[인터뷰]`한국형 로스쿨 설계자` 한상희 건국대 교수
“변호사시험 경쟁 치열해지며 SKY출신 로스쿨 점령"
"로스쿨 취지 맞는 변시는 자격시험…법무부 직무유기"
변호사 공급과잉 논란엔 "특성화교육으로 완화 가능"
  • 등록 2019-05-24 오전 6:14:00

    수정 2019-05-24 오전 6:14:00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23일 서울시청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사진=신중섭 기자)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로스쿨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습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는 최근 심화하고 있는 로스쿨 양극화 논란의 단초를 법무부가 제공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로스쿨제도 도입 당시 고려하지 않았던 변호사시험 합격률 규제와 상대평가제도가 지금의 부작용을 낳았다는 주장이다.

한 교수는 지난 2006년 로스쿨 설치인가 심사기준 연구의 연구책임을 맡아 로스쿨이 갖춰야 할 인가기준을 제시했다. 이 보고서에서 제시된 인가기준은 지난 2008년 전국에서 25개 로스쿨을 선정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 보고서 때문에 한 교수는 현재 운영 중인 한국형 로스쿨 시스템을 처음 구상한 설계자로 불린다.

한 교수는 법무부가 로스쿨 개원 뒤 입학정원(2000명) 대비 변호사 합격률을 75%(1500~1600명)로 제한할 때부터 지금과 같은 `로스쿨 판 스카이캐슬`이 이미 예견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처럼 변호사시험이 치열한 경쟁체제가 되면서 로스쿨 합격자 중 스카이 출신 비중이 커질 것이란 우려는 이전부터 제기됐다”며 “경쟁시험이나 암기에 능한 학생들이 변호사시험에 합격하면서 상위권 로스쿨일수록 스카이 출신을 선호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한 교수는 변호사시험(변시)을 자격시험으로 바꿔야 로스쿨 도입 취지를 살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로스쿨 합격생의 절반을 스카이 출신이 점유하는 로스쿨 판 스카이캐슬도 변시 자격시험화로 완화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로스쿨 취지에 맞는 변시는 변호사로서 갖춰야할 최소한의 법률지식과 소양을 요구하는 자격시험”이라며 “지금은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오답을 유도, 탈락시키기 위한 시험으로 변시를 운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법무부도 2012년 1회 변시를 앞두고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변시는 로스쿨제도 도입 취지에 맞게 자격시험으로 운용하기로 했다”며 “시험도 이에 맞춰 변호사로서의 자질이 있는지 여부만 판단한다”고 명시했다. 다만 변호사 자격을 부여할 합격점수를 설정하려면 성적자료가 쌓여야하기에 자격시험 전환 시점을 2014년 미뤘다. 하지만 법무부는 8회까지 이어진 올해까지 여전히 변시를 상대평가로 운영하고 있다.

결국 지난해 변시 합격률이 40%대까지 하락하자 박상기 법무부장관은 “변시 합격 결정방법에 대해 적합한 기준을 검토하겠다”며 한 발 물러섰다. 하지만 한 교수는 로스쿨 개교 10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야 변시 합격자 결정 방법을 검토하겠다는 법무부에 대해 “직무유기”라고 비판했다. 그는 “어느 정도의 법률지식을 갖춰야 변호사 자격을 줄 수 있는지, 이에 대한 고민을 그동안 전혀 해오지 않았다는 증거”이라고 비판했다.

한 교수는 로스쿨 교육을 정상화시키면 변호사단체가 우려하는 변호사 공급 과잉 문제도 완화가 가능하다고 봤다. 앞서 전국 25개 대학은 지난 2009년 정부로부터 로스쿨 인가를 받으면서 환경·IT·부동산·금융·기업법 등 다양한 특성화 분야를 제시했다. 하지만 로스쿨 3년 교육과정이 변시에 올인하는 기간으로 변질되면서 특성화 교육 자체가 유명무실해졌다.

한 교수는 “로스쿨은 다양한 전공 지식을 가진 법조인 양성을 위해 개설됐기에 특성화 교육이 가능하도록 인가기준을 정했지만 지금은 모든 로스쿨이 변시에만 매달리고 있다”며 “로스쿨 특성화 교육으로 다양한 직역에서 활동할 변호사가 배출되면 과잉 배출 논란도 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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