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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다른 한쪽엔 룩소티카와 비교도 안 되는 거대 독점 기업군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들 때문에 인플레가 안 일어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FAANG으로 불리는 미국의 IT공룡, 빅테크 기업 얘깁니다. ‘아마존 효과’란 단어에 응축돼 있는 이 현상은 ‘거대(Bigness)할수록 싼 제품을 만들 수 있다’로 설명할 수 있을 듯합니다. 팀 우 보좌관은 ‘독점 역사상 가장 큰 문제가 미국의 공룡 IT’라며 이들을 못 잡아먹어서 안달입니다. 전보다 싸게 음악도 듣고 해외 직구도 하게 해줬는데, 왜 문제 삼는 것일까요.
월마트가 임금 올리는데, 아마존도 올려야지
아마존 효과가 전과 같지 않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올해 금융시장의 화두가 무엇이냐고 물어본다면 단연 ‘일시적(transitory) 인플레이션’일 텐데, 이와 관련해서 아마존 효과는 매우 중요합니다. 마진 비용을 대폭 줄인 온라인 세상이 생긴 뒤부터 인플레가 생각보다 잘 일어나지 않는다는 이 효과가 약해진다면, 다시 인플레가 진행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도비 디지털 인사이츠 조사를 인용한 KB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미국 온라인에서 판매되는 상품의 가격은 15개월 연속 상승했습니다. 8월 온라인 상품 지수는 전년 대비 3.1% 올랐고 전월 대비 0.1% 상승했습니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온라인 상품 가격은 연간 3.9% 하락했지만, 하락 추세가 반전된 이후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어도비는 ‘공급 차질과 낮은 재고가 가격 상승을 이끌고 있지만, 노동비용 증가가 앞으로도 가격 상승세를 이끌 것’이라며 ‘노동비용 증가가 앞으로도 가격 상승세를 이끌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과거 전자상거래 시장의 비중이 낮았을 때는 전자상거래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역할을 했지만, 지금은 새로운 영역으로 진입하고 있다’고도 진단했습니다.
안기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50개주 중 절반 가까운 주에서 사람을 많이 뽑는 기업이 어디냐 하면 월마트다”라며 “지금 미국의 임금 상승률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업종은 (임금 수준이) 가장 밑단인 소매업으로, 월마트는 임금 올리는 것을 주도하고 있다”라고 전했습니다. 이어 “경쟁사인 아마존도 따라서 임금을 올려야 하는 구조”라고 덧붙였습니다.
결국 아마존 효과가 사라지느냐는 임금 상승이 지속되느냐, 코로나로 떠난 노동자들이 돌아올 것이냐에 달린 것입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이와 관련 흥미로운 관측을 내놓았습니다. 실현된다면 아마존 효과 약화 요인입니다. 이 연구원은 “과거 사례를 봤을 때 젊은 층(24세 이하)은 경기가 좋을수록 오히려 노동시장참여가 하락하는 모습이 나타나는 경향이 있었다”라며 “그도 그럴 것이, 경기가 좋을 때 젊은 시절 자신의 꿈도 펼쳐보고 대학도 가는 것이지, 경기가 어려우면 오히려 꿈을 접거나 대학진학을 포기하고 일찍 노동시장에 뛰어들게 된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장년층(55세 이상)은 복지정책이 강화되고 자산가격이 상승할수록 조기에 노동시장을 떠나는 경향을 보인다”라며 “중간층(25~54세)은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하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이들만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기대대로 경기가 좋을 때 노동시장 참여율을 높이는 경향을 보인다”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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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우 보좌관은 역설적으로 이는 이들의 독점적 위치를 견고하게 한다고 지적합니다. 그에 따르면 독점 기업이 독재정권에 경제적 수혈을 하는 탓에, 나치와 세계대전이란 재앙까지 이어졌습니다. 경험을 통해 배운 인류는 ‘솜씨 좋은 정원사’에 비유되는 질서자유주의를 통해 삐져나온 독점 기업의 싹을 잘 잘라냅니다. 1960~1980년대 당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모두 장악하고 있던 IBM은 미국 법무부가 반트러스트 소송을 계획하고 있다는 소식에, 최초로 열일곱 개의 응용프로그램을 대여용으로 분리해 내놓습니다. 이날이 1969년 6월 23일인데, 이를 소프트웨어 산업계에선 ‘독립기념일’로 부른다고도 합니다. 1981년 IBM이 PC 시장에 진입했을 땐 더 큰 파격성을 보입니다. 하드 드라이브는 시게이트, 프린터는 엡손, 프로세서는 인텔 제품을 쓴 것입니다. OS는 마이크로소프트 것을 사용합니다. 당시 빌 게이츠는 스물 다섯살로 대학교 졸업도 하기 전입니다. 공룡기업 IBM을 압박한 덕에 마이크로소프트가 세상에 나온 셈입니다. 비슷한 루트로 당시 최대 공룡인 AT&T은 작아졌고, AOL과 컴퓨서브가 탄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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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우 보좌관은 ‘소비자의 복지라는 기준을 널리 채택하면서 (중략) 단지 한 세대가 지난 후 우리는 상업과 금융의 세계화에 힘입어 경쟁과 경제적 자유의 이상을 조롱거리로 만들고. (중략) 이것이 바로 우리 시대 기업 집중의 저주가 만들어낸 현실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빅니스의 원제가 바로 ‘거대함의 저주(The Curse of Bigness)’입니다. 싸게 또는 공짜로 쓸 수 있다고 능사가 아니란 것입니다. 제2의 FAANG을 만들 수 없으며, 정경유착 시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됩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팀 우 보좌관을 올 3월 6일 임명했습니다. 그 뒤 7월 ‘아마존 저격수’ 리나 칸이 미국 연방거래위원장으로 임명됐습니다. 리나 칸은 4년 전 예일대 법학대학원 재학 시 ‘빅테크 아마존이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으며, 반독점을 재해석해 이들을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당시 28세였습니다. 같은 달 법무부 반독점국장엔 ‘구글의 적’으로 유명한 조나단 캔터가 임명됐습니다. 반독점 3인방의 완성입니다. 아마존 효과로 반독점법에서 생존할 수 있었던 아마존입니다. 아마존 효과, 적어도 조 바이든 정부에선 안 사라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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