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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야, 광고야'…지리산 덮은 PPL이 남긴 것

[마켓인]국내 콘텐츠 PPL 투자 거부감↑
오징어게임 열풍에 달고나 인기 '여전'
드라마 '지리산' PPL에 예상밖 찬바람
기존 투자방식 고수하다 '거부감' 과제
투자방식 개선 없다면 경쟁 뒤쳐질수도
  • 등록 2021-11-11 오전 1:30:00

    수정 2021-11-11 오전 1:56:42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번화가 한편에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다름 아닌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나왔던 달고나를 사려는 인파였다. 어쩌면 처음으로 접했을 인파에 상기된 달고나 아저씨는 쌀쌀한 날씨에도 땀을 흘리며 달고나를 힘차게 젓고 있었다.

‘오징어 게임’ 방영 두 달이 다 돼가도록 이어지는 달고나 열풍이 시사하는 바는 적지 않다. 누구 하나 경험해보라고 한 적 없지만 드라마를 보고 난 시청자들의 여운이 자연스레 드라마 속 소재를 찾아 몰려들며 화제를 낳은 것이라 봐도 무방하다.
최근 방영 중인 드라마 ‘지리산’에서 아쉬운 점을 꼽으라면 드라마 전체를 뒤덮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대대적인 PPL(간접광고)이라고 할 수 있다. (사진=tvn)
대대적인 PPL 활용 ‘지리산’…시청자들 ‘눈쌀’

그런데 최근 방영 중인 드라마 ‘지리산’은 달고나 열풍에 정반대되는 행보를 걷고 있다. 김은희 작가와 전지현, 주지훈 배우 등 내로라하는 라인업을 꾸렸지만 아직 예상했던 화제성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방영 중인 드라마 성패를 논하는 것은 이르다. 그러나 첫 방영부터 이어지는 아쉬움을 꼽으라면 드라마 전체를 뒤덮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대대적인 PPL(간접광고)이라고 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오징어 게임의 성공 요인으로 그동안 접하지 못한 콘텐츠의 신선함을 꼽아왔다. 국내 콘텐츠 업계에서 구현할 수 없던 내용 제작을 지원한 넷플릭스의 뚝심과 넉넉한 자본도 성공의 밑거름으로 보고 있다.

또 다른 성공 요인을 찾자면 오징어 게임은 시청자들의 몰입을 방해할만한 요소(PPL) 없이 스토리에만 집중했다는 점이다. 반대로 국내 제작사의 손길을 거쳤다면 뜬금없는 장면들이 적잖았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초록색 트레이닝복에 특정 브랜드가 선명히 박힌 옷을 입거나 달고나를 만드는 장면에서 설탕 자루에 쓰여 있는 회사명이 스치는 장면과 마주해야 했을지 모른다.

‘혹시나 했던 문제는 현실’이 됐다. 드라마 ‘지리산’을 보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PPL과 차례로 마주해야 한다. 지리산 깊은 곳 대피소에서 유명 샌드위치를 먹거나 극 중 등장 인물의 복장이 특정 브랜드로 도배된 장면을 감수해야 한다.

’나도 사야지’ 대신 ‘갑자기 저게 왜 나와?’라며 반문하는 시청자들의 취향을 아는지 모르는지 등산복 제작을 지원한 ‘네파(NEPA)’는 꿋꿋한 모습이다. 자사 온라인 몰에 들어가면 ‘지리산’과 연계한 대대적인 마케팅을 엿볼 수 있다. ‘지리산 전용몰’까지 만들어 드라마 속 제품을 파는 적극성마저 보이고 있다.

네파가 드라마 제작에 어느 정도의 지원을 했는지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주연 배우들이 적극적으로 의상 보여 주기에 참여하고 자사에서도 대대적으로 마케팅에 활용하는 것을 보면 적잖은 규모라는 것은 유추해 볼 수 있다. 네파로서는 드라마 지리산 제작 지원에 사실상 승부수를 던졌다고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래픽=김일환 기자)
PPL로 매출 신장 노리다 ‘거부감’ 새 과제 직면

그도 그럴 것이 네파의 실적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네파의 연결기준 매출액은 2016년 3854억원에서 지난해 2804억원으로 4년 새 27.2%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87억원에서 67억원으로 77%나 쪼그라들었다. 당기순손실도 1167억원으로 최근 5~6년새 가장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반등이 절실한 상황에서 지리산 PPL이란 카드를 꺼내 들었다고 볼 수 있다.

대대적인 PPL 이면에 네파의 최대주주인 국내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MBK파트너스의 상황이 깔렸다는 관측도 나온다. MBK는 지난 2013년 네파 지분 94.20%를 9970억원에 인수했다. 아웃도어 시장 잠재력에 1조원 가까운 금액을 베팅했지만 인수 이후 매출이 계속 떨어지면서 ‘아픈 손가락’으로 남아 있다.

이윤을 남겨 새 주인에게 팔아야 하는 PEF 운용사 특성상 지리산이란 흥행 카드에 투자를 집행한 것이다. 드라마를 자사 등산복으로 수놓아 매출 신장으로 이끌겠다는 그들의 전략은 ‘시청자들의 거부감’이라는 새로운 과제와 마주한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국내 콘텐츠 업계 정서상 PPL에서 완전 자유로운 분위기를 만들 수 없다는 견해도 있다. 수십년간 이것저것 따져야 했던 제작 정서를 감안한다면 이해가 가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러나 급변하는 콘텐츠 시장에서 대대적인 PPL을 계속 고집한다면 넷플릭스나 디즈니 등 외국 자본과의 콘텐츠 경쟁에서 이길 가능성은 점차 희박해질 것이란 반론도 있다.

한 콘텐츠 업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시청자들이 PPL을 순순히 이해하고 넘어가는 분위기가 아니라 몰입에 방해가 된다고 보고 있다”며 “제2의 수익 창출을 위한 고민 없이 기존의 PPL 방식을 고수한다면 외국자본이 제작하는 콘텐츠와의 격차는 좁혀지기는커녕 더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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