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호스, 이정재 감독 '헌트'[박미애의 씨네룩]

  • 등록 2022-08-10 오전 7:50:00

    수정 2022-08-10 오전 7:50:00

[이데일리 스타in 박미애 기자]배우 출신 감독의 성공 사례가 거의 없다. 평단의 마음을 움직인 작품은 있었지만 대중의 마음까지 사로잡은 작품은 아직 없다.

‘헌트’는 200억원을 쏟아부은 배우 출신 감독의 영화로는 최대 규모의 작품이다. 연기 인생 30년 가까이 정상의 자리를 지키며 ‘오징어 게임’으로 글로벌 스타로 부상한 이정재의 첫 연출 영화다.

‘헌트’는 안기부 내 숨어든 간첩을 수색하는 과정에서 서로를 의심하는 박평호(이정재 분)와 김정도(정우성 분), 두 인물의 심리전을 구심으로 흘러간다.

국가의 일급 기밀 유출 문제로 안기부가 위기에 처하고 망명을 신청한 북한 고위 관리로부터 남파 간첩이 있음이 드러난다. 안기부 요원인 박평호와 김정도는 간첩을 찾기 위해 혈안이 되고, 서로를 용의선상에 올려놓고 수사망을 좁혀가던 중 뜻밖의 실체에 맞닥뜨리게 된다.

‘헌트’는 도심에서 벌어지는 총격전과 카체이싱, 대규모 폭파 시퀀스로 압도적인 스케일과 더불어 장르적 쾌감에 충실한 첩보 액션 영화다. 동시에 첩보물의 외피를 빌려서 개인의 신념에 관해 화두를 던진다. 각자가 옳다고 믿었던 신념이 충돌하고 흔들리는 순간들을 통해서, 그 신념이 옳은지 묻는다. 그리하여 점점 더 갈등이 심화하고 분열되는 오늘날 한국사회의 일면을 비춘다. 감독이 이념 갈등이 극에 달했던 1980년대를 시대적 배경으로 설정한 이유다.

영화에는 5.18 민주화 운동·이웅평 귀순 사건·아웅산 테러 사건 등 그 당시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한 사건들을 재해석해 서사의 재료로 삼는데, 첫 연출작에 실제 사건들을 모티브로 가져오면서 장르적으로 풀어낸 감독의 과감한 선택이 흥미로운 팩션영화를 탄생시켰다.

다만 영화 후반부에서 박평호와 김정도의 행동의 동기가 즉흥적으로 묘사되며 개연성에 힘이 빠지는 측면이 있다. 이를 친하다 못해 ‘부부’로 불릴 만큼 가까운 이정재와 정우성이 두 인물을 연기한 덕분에 느슨해진 연결고리를 커버할 수 있었다.

‘헌트’는 이정재와 정우성이 ‘태양은 없다’(1999) 이후 23년 만에 다시 호흡을 맞춘 영화다. 이정재는 연출을 하면서 동시에 주연을 했는데 빼어난 연출로 관객에게 놀라움을 선사할 듯하다. 정우성은 강직하면서도 과거에 대한 회한과 무게를 짊어진 인물로, 등장인물 중 가장 매력적으로 그려지는데 피사체에 대한 감독의 애정이 느껴진다.

‘헌트’는 올여름 대전의 마지막 주자다. 언론 및 일반 시사회 이후에 쏟아진 호평으로 인해 예매율 1위에 오르며 다크호스로 부상했다. ‘헌트’가 배우 출신 감독의 선입견을 깨줄 첫 번째 영화가 될지 관심이 쏠린다.

감독 이정재. 러닝타임 125분.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개봉 8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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