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사설]선진 한국의 길, 정치가 바로서야 열린다

  • 등록 2024-01-01 오전 5:00:00

    수정 2024-01-01 오후 1:55:35

갑진년(甲辰年) 새해가 기대와 희망 속에 출발했지만 불안과 어두움이 동시에 밀려온다. 무엇보다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 미·중 패권전쟁, 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 등으로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이 급속도로 이뤄진 지난해 우리나라는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느라 고전했지만 올해도 상황이 호전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세계경제는 여전히 좋지 않고, 우리 경제의 핵심 동력인 수출은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가들의 야성적 충동(animal spirit)이 사라지니 투자는 급감하고 있다. 고금리 고물가의 장기화로 ‘부채의 덫’에 빠진 가계는 이자 갚느라 지출 여력이 없다. 금리는 변곡점에 이르렀지만 가계부채가 시한폭탄처럼 경제의 뇌관으로 도사리고 있는 셈이다. 수출도, 내수도 크게 기대할 게 없으니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1%대 저성장이 올해에도 이어질 분위기다.

더 큰 위험 요인은 ‘정치리스크’다. 여당은 윤석열 대통령 취임 19개월 만에 3차례나 비대위를 구성할 정도로 리더십 부재를 겪었다. 대표의 사법 리스크 막기에 급급한 방탄정당으로 전락한 거대야당은 다수 의석에 취해 입법권력을 무소불위로 휘두르며 폭주를 일삼고 있다. 그러면서도 여야 모두 위기 불감증에 빠져 시대적 과제에 대한 절박함은 외면한 채 수십조원이 소요될 퍼주기 선심공세에 매달려 있다. 나랏빚 1100조원 시대에 무책임한 포퓰리즘 경쟁이 더해지면서 재정은 더 이상 우리 경제의 안전판 노릇을 하기 어려워졌다.

이런 상황에서 현 세대는 물론 미래 세대의 운명이 달린 노동 교육 연금 3대 개혁의 골든 타임은 하염없이 흘러가고 있다. 3대 개혁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다짐은 헛구호에 그치고 있다. 거대야당의 발목잡기도 문제지만 개혁에 대한 절실함이 묻어나지 않는다. 전 정부부터 단계적으로 고통을 분담했더라면 조금씩 해결할 수 있었던 해묵은 과제들이 한꺼번에 몰려오니 더 큰 짐을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런 면에서 4월 총선은 국가 명운을 가를 분수령이다. 여당이 패배할 경우 윤석열 정부는 여소야대의 족쇄를 벗어나지 못한 채 사실상 식물 정권이 되고 말 것이다. 정치사적으로는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여파 속에 ‘386세대’가 정치권에 유입된 지 올해로 20년이다. 이들 세대의 퇴장과 함께 새로운 정치 세대가 출현하는 전환기가 될지 주목된다. 어떤 정치 세력이 세대적으로, 이념적으로 미래를 담을 수 있는 새로운 정치를 구현하고 자기 변혁을 이뤄낼 수 있을지 여부에 따라 승부가 갈릴 것이다.

우리나라는 경제뿐 아니라 국방 문화 등 여러 지표에서 선진국 문턱을 넘었다지만 눈앞의 현실은 여전히 험난하다. 세계 최고의 자살률과 최악의 출산율은 한국 사회의 극히 어두운 단면이다. 특히 저출산 문제는 절체절명의 과제다. 2006년 저출산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380조원의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대한민국은 계속 쪼그라들고 빠르게 늙어가고 있다. 10년 뒤 5000만명 선이 무너지고 50년 뒤 3622만명으로 급감하는 등 인구 3분의 1이 없어진다는데, 그 절반을 65세 이상 고령자가 차지하는 기형적 구조로는 지속가능한 나라로 성장할 수 없다.

개혁을 미룬 대가와 고통은 미래세대에 전가될 수밖에 없다. 당면한 연금·노동·저출산·고령화 등의 난제가 고통 분담 없이 해결될 리 만무다. 2024년 새해는 밀리고 밀렸던 구조개혁에 본격적인 드라이브를 걸고 고정관념을 확 바꾸는 획기적 정책으로 저출산 극복, 인구문제 해결의 원년이 돼야 한다. 위기는 혁신을 위한 최고의 기회다. 해방 이후 숱한 역경을 헤치고 산업화와 민주화, 그리고 선진화를 이뤄낸 우리의 위기 극복 유전자가 푸른 용의 힘찬 비상을 보여주는 갑진년 새해에 다시 빛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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