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블로그] 덕아웃에서 감독과 선수로 만난 '박종훈 父子'

  • 등록 2010-07-13 오전 8:49:33

    수정 2010-07-13 오전 8:49:33


[이데일리 SPN 정철우 기자] 박종훈 LG 감독에겐 아들이 있습니다. 뭐 당연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조금은 특별한 존재이기에 소개해보고자 합니다.

널리 알려진대로 박종훈 감독의 아들은 SK서 외야수로 뛰고 있는 박 윤입니다. 김성근 SK 감독의 표현을 빌자면 박 윤은 아버지를 쏙 빼닮은 야구선수 입니다.

발이 빠르지는 않지만 우직하고 근성이 있으며 교과서적인 스윙폼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그의 훈련을 처음 지켜보던 날, 박종훈 감독의 스승이기도 했던 김 감독은 한참동안 “어쩜 저리 아버지랑 똑같지”라는 말만 반복했었습니다.

지난달 24일 문학구장에서 있었던 일 입니다. 박종훈 감독은 경기 전 기자들과 사전 인터뷰를 하고 있었는데요.

원정 덕아웃으로 SK 선수 한명이 불쑥 찾아왔습니다. 처음엔 박 감독이 SK 코치시절 인연이 있던 선수가 박 감독을 만나기 위해 들어오는 줄 알았습니다.


자세히 보니 박 윤 선수더군요. 사실 그 전까지 분위기가 썩 좋지는 않았는데요… 박 감독은 언제 그랬냐는 듯 SK 유니폼을 입고 있는 선수에게 환한 미소를 지어보였습니다.

하나의 일터에서 아버지와 아들이 일하며 만나게 된다는 건 참 보기 좋은 일이더군요. 비록 유니폼을 달리 입고는 있지만 결국 그들의 목표는 하나일거란 생각에 더 그랬습니다.

이날 아들은 2군 경기서 2개의 안타를 쳤다며 아버지에게 자랑을 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빨리 들려주고 싶어 용기를 내 덕아웃을 찾았는지도 모르죠.
 

이 사진은 LG 감독실 문을 찍은 것 입니다. 박종훈 감독이 심판 판정에 항의하다 퇴장당한 다음날 찍은 것 인데요. 그날 박 감독은 경기가 시작되기 전까지 감독실에 홀로 앉아 생각에 잠겨 있었습니다. 굳게 닫혀 있던 문을 보며 그의 마음 속 복잡한 마음을 조금은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감독은 참 고독한 자리입니다. 너무도 생각이 다른 70여명의 사람들을 모두 지휘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선수나 코칭스태프는 모두 자신을 먼저 생각합니다. 그건 인간이기에 무척 당연한 일 입니다. 그들의 생각을 팀으로 향하게 만드는 것이 감독의 역할 입니다.

그 과정에선 미움도 싹트고 유독 정이 가는 사람도 생기기 마련입니다. 감독은 그런 감정을 잘 조절할 수 있어야 합니다. 밉다고 제쳐두고 예쁘다고 더 챙기는 감독 치고 장수하며 성공하는 경우를 보지 못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박 감독은 좋은 감독이 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들이 다른 팀에서 뛰고 있다는 건, 감독 이전에 선수의 아버지로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걸 의미하니까요.

자신이 선수들에게 무언가를 이야기하기 전, 선수의 아버지로서 한번 더 생각해볼 수 있다면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올까요. 모르긴 몰라도 한번 더 선수들의 입장을 생각하고 이해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 과정이 쌓이다 보면 선수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지도자가 될 수 있겠지요.

야구는 선수들이 한다고들 말합니다. 결국 좋은 선수를 만나야 좋은 성적도 낼 수 있는 것이겠죠. 하지만 그들을 움직이게 하는 건 감독입니다. 감독이 선수들의 마음을 가질 수 있을 때 그 팀은 비로서 강팀이 된다고 믿고 있습니다. 참 어려운 일이지만 아버지의 마음을 갖고 있다면 충분히 해낼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박종훈 감독은 이제 감독 1년차 입니다. 걸어온 길 보다 가야 할 길이 훨씬 많이 남아 있습니다. 한참 세월이 흐른 뒤 사람들이 그를 보며 ‘아버지 같은 지도자였다’고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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