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85편] 가르쳤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 등록 2019-06-20 오전 12:15:00

    수정 2019-06-20 오전 12:15:00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우리 기업이나 조직에서는 위기관리를 주로 강의로 배우려 한다. 한 시간의 경영진 조찬 강의나 수백명 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강의를 통해 자사 위기관리 역량을 강화해 보려 하는 거다. 물론 강의를 듣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강의만’ 들으며 실질적 위기관리 역량 강화 노력은 하지 않는 것이다.

마치 가끔 교회나 절에 가 마음을 순화시키고, 그 다음 날부터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신자들 같다. 그런 순화(?) 의례가 일상화 정기화 되면 또 모르겠다. 어느 정도 심리적으로 탄탄해 보이는 믿음이 생겨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위기관리 강의는 그렇게 일상화나 정기화 되지도 않는다. (물론 그렇게 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

요즘 사람들이 하는 말 중 재미있는 표현이 있다. “사랑을 책으로 배웠다”는 말이다. 실제로 이성과 사랑은 해 보지 않은 채 처음부터 책만 보고 이러 쿵 저러 쿵 사랑을 배우고 해석 적용해 보는 아마추어를 그리 부른다. 우리가 생각하는 위기관리, 우리가 배운 위기관리라는 것도 마치 그런 스타일 아닐까 돌아볼 필요가 있다.

위기관리는 기본적으로 가르쳐서 되는 것이 아니다. 배우는 과정은 실행하기 위한 준비 과정 중하나 일 뿐이다. 배우고 이후 익힌다는 말의 의미가 합해져 학습(學習)이 된 것이다. 우리 기업에서는 실질적인 학(學)이 존재하는지, 그리고 더 중요한 습(習)의 기회를 임직원들에게 제공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강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위기관리 개념은 대략 “우리도 위기에 대비해야 하겠다”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 이상도 이하도 될 수 없다. 많은 기업의 실제 위기관리 사례를 강의에서 듣는다 해서 실제 위기관리 역량이 느는 것은 아니다. 강사의 정리된 위기관리 인사이트를 열심히 받아 적고 사진을 찍어 보관한다 해서 실제 위기관리를 잘 하게 되지는 않는다.

위기관리에 대해 아예 강의 수준 조차도 진행하지 않는 기업의 경우에는 무슨 소리인가 하겠지만, 실제 이미 위기관리 역량 강화 노력을 하고 있는 기업을 위해 몇가지 조언을 해 본다.

첫째, 정기적으로 이슈 트래킹 미팅을 가질 것. VIP를 중심으로 한 경영진 상위 1%가 위기관리의 99%를 한다. 흔히 위기관리 강의를 일선직원을 대상으로 듣게 하는데, 위기관리 역량 강화 차원에서는 별 효과가 없는 대상이다. 실제 위기관리를 가장 잘 알아야 하는 사람들은 지휘관이다. 전쟁을 모르거나 전투에 익숙하지 않는 지휘관들은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 매주 또는 매월 자사 관련 이슈들을 경영진이 함께 모여 들여다보는 미팅을 먼저 해보자.

둘째, 경영진이 먼저 훈련 받을 것. 조찬강의나 인문학 차원의 위기관리 강의는 그만 듣자. 실제 위기가 발생했을 때 어떤 상황이 벌어지고, 경영진은 어떤 의사결정에 내 몰리게 되는지 정확하게 배워야 한다. 다른 기업이 쉽게 관리한 것처럼 보이는 위기유형을 자사에 적용해 처음부터 실행해 보자. 경영진이 정확하게 훈련되어 있으면 초기 위기 대응은 훨씬 빨라지고 안정화된다.

셋째. 훈련 받았으면 시뮬레이션을 해 볼 것. 훈련은 단순 기초 체력을 키우고, 싸우는 방법을 일부 배운 것이다. 시뮬레이션은 실제와 유사한 스파링 파트너와 함께 실전을 치러 보는 것이다. 진짜 위기를 경험해 보는 것이 가장 좋다 이야기하지만, 위기관리를 위해 실제 위기를 경험해 보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시뮬레이션은 실제와 가장 가까운 위기관리 경험을 제공한다. 시뮬레이션 해 보아야 자사의 취약성과 수준을 알 수 있다.

넷째, 그 다음은 자사의 원칙과 가이드라인을 수정하고 개선할 것. 시뮬레이션을 해 보면 자사가 보유한 원칙과 가이드라인이 얼마나 취약하고 부족하고 유효하지 않은 지 알 수 있다. 시뮬레이션은 개선을 전제로 하는 과정이다. 평시 위기관리 핵심은 개선이다. 개선된 원칙과 가이드라인이 일선을 움직인다. 그 준비를 해야 한다.

다섯째, 마지막으로 투자할 것.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부분을 개선하고, 위기 방지 및 대응을 위한 시스템을 만드는 것, 이 모두에는 예산이 든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잘하는 것 만으로는 제대로 된 위기관리를 한다 볼 수는 없다. 진짜 위기관리는 상황관리 부분에서 피부에 와 닿는 변화를 기하는 것이다. 예산은 그 변화의 리트머스다. 임직원들을 지속 훈련하고, 준비시키는 노력 자체도 예산이 기반이다.

위기관리를 더 이상 강의로만 배우려 하지 말아야 한다. 강의를 많이 들었는데 실제 위기관리는 왜 그렇게 잘 안되느냐고 임직원들을 비판해서도 안된다. 더구나 위기관리 강의는 일선 직원들이 들어야 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자리를 뜨는 경영진이 대부분인 기업은 현 상황이 위기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한 걸음 더 나가 변화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하자. 그래야 위기는 관리할 수 있다.

필자 정용민은 누구?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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