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려주셔서 감사해요”…어른들 울린 창녕 학대 아동의 한 마디

학대 피해 9세 여아, 퇴원해 아동쉼터로
건강상태 호전…안정 찾아가는 중
보호기관 담당자에 ‘살려줘서 감사하다’ 말해
  • 등록 2020-06-14 오전 12:05:00

    수정 2020-06-14 오전 8:51:27

[이데일리 장구슬 기자] 계부와 친모에게 가혹한 학대를 못이겨 목숨을 걸고 집에서 도망친 경남 창녕 학대 피해 아동 A(9)양이 입원 2주 만에 건강을 회복하고 퇴원해 아동쉼터로 옮겨졌다.

경남아동전문보호기관에 따르면 A양은 지난 11일 오후 경남 한 병원에서 퇴원해 학대피해 아동쉼터로 옮겨졌다. A양은 심리적으로도 많이 안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기관에서는 A양에게 놀이 치료 등 심리치료를 적용할 계획이다. A양은 법원의 임시보호명령에 따라 앞으로 쉼터에서 보호받게 된다. 정식보호명령이 나오면 법원의 판단에 따라 성인이 되는 만 18세까지 기관에서 지낼 수 있다.

경남 창녕 학대 피해 아동의 모습이 담긴 CCTV 화면. (사진=채널A 뉴스화면 캡처)
A양을 보호하고 있는 경남도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정현수 상담원은 이날 JTBC ‘뉴스룸’과 인터뷰를 통해 “처음에는 온몸에 멍이 있는 상태였지만, 지금은 상태가 많이 호전됐고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다”며 아이의 건강상태에 대해 전했다.

A양과 A양의 부모를 직접 상담한 당사자인 정 상담원은 “아이가 처음에는 많이 힘들어했는데, 저와 같이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제게 ‘살려줘서 감사드립니다’라는 이야기를 했다. 같이 가는 차 안에서 그런 이야기를 듣고 많이 울컥했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 저희가 (A양을 찾아) 갔을 때, 며칠을 먹지 못해서 굉장히 배고파했다. 빈혈도 심해서 아이가 어지럼증을 많이 느끼는 상태였다. 그래서 병원에서는 수혈도 진행하게 됐다. 수혈하는 과정에서 아이가 굉장히 힘들어했다”고 설명했다.

심각한 학대가 이어질 때까지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 정 상담원은 “아이가 친한 친구 몇 명에게만 부모에게 학대받는 내용을 이야기했고 어른들에겐 더 학대받을 것이 두려워서 이야기하지 못했다고 했다. 또 부모가 긴 팔, 긴 바지 등을 입혀서 학교에 보냈기 때문에 학교나 주변의 어른들이 아이가 스스로 말하지 않은 이상 알기 어려웠을 것이라 생각된다”고 전했다.

그는 “아이가 코로나19 때문에 학교를 가지 못하게 되면서 점점 학대 상황이 심해졌던 것 같다”며 “아이도 부모에게 더 맞을 것이 두려워서 이야기를 하지 못한 것 같다. 아이 입장에선 주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더욱더 상황이 악화된 걸로 보인다”고 전했다. 또 “아이가 지속적인 학대를 당하다 보니까, 많이 의기소침한 상태여서 도와달라고 이야기를 하거나 소리를 지르지는 못했다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이어 “온라인 학습도 (A양) 본인의 말에 따르면 2~3일 동안 본인이 했지만, 그 외에는 본인이 하지 않았다고 진술을 했다. 그래서 아이 부모가 아이를 대신해서 의혹을 숨기기 위해 온라인 수업을 하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달 29일 A양은 부모의 학대를 피해 4층 빌라 베란다 난간을 통해 비어 있는 옆집으로 도망쳤다. 옆집 출입문을 통해 밖으로 나온 A양은 도로를 뛰어가다 오후 6시20분께 주민에 의해 발견됐다.

당시 잠옷 차림이었던 A양의 양쪽 눈과 몸엔 멍 자국이 있었고, 손가락에는 화상으로 인한 심한 상처가 있었다. 당시 신고자는 A양이 “아빠(의붓아버지)가 프라이팬으로 (손가락을) 지졌다”며 화상을 당한 손을 보여줬다고 경찰에 전달했다.

경찰이 A양의 집을 압수수색한 결과 학대에 사용된 프라이팬, 쇠사슬, 플라스틱 재질 막대기 등이 발견됐다. 계부와 친모는 A양의 목을 쇠사슬로 묶거나 프라이팬에 손을 지지고, 불에 달궈진 쇠젓가락을 이용해 발등과 발바닥도 지지는 등 고문 같은 학대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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