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플방지] "이젠 '무급'의 시간이 왔네요"

스키장 직원도, 헬스장 사장도 '인내의 시간'
방역 조치 비웃는 '꼼수'에 낙담
  • 등록 2020-12-27 오전 12:03:25

    수정 2020-12-27 오전 12:14:49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이젠 무급의 시간이 왔네요”

스키장 관련 회사에서 일한다는 한 누리꾼은 지난 22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대책에 따라 운영을 중단하게 된 스키장을 언급하며 이같이 전했다.

그는 “올 한 해 동안 수시로 회사가 문을 닫았다. 그래도 그때까진 급여 일부를 받아왔다”고 했다. 그러나 이번 조치로 그마저도 어렵게 된 것이다.

“온 식구가 수입 없이 생활해야 한다”는 그는 “약 한 달 후에는 아이의 심장수술도 해야 한다. 아이는 선천성 질환이라 그 어떤 보험도 들 수 없어서 보험 혜택도 받을 수 없다. 솔직히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그럼에도 그는 스키장 운영 중단을 지지한다고 했다. 지금은 잠시 힘들더라도 하루빨리 코로나가 진정되는 게 먼저인 것 같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생활비, 병원비… 대출을 더 해서라도 이겨내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발 ‘우리 가족은 4인이니까 다녀볼까?’ 하는 생각조차 하지 말아달라. 제발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이 누리꾼의 글에는 응원과 격려가 이어졌다. “20년 넘게 스키장(리조트) 협력업체로 살아온 사람”이라는 다른 누리꾼은 “올해 다른 일을 하면서 버티고 있다. 제발 자발적으로(사회적 거리두기) 참여해달라”고 호소했다.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대책에 따라 운영을 중단하게 된 경남 양산 스키장의 SNS
이 가운데 경남 양산의 한 스키장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또 다른 이유로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됐다.

해당 스키장은 이달 초 밤낮없이 제설기를 가동하고 있다며 “모든 직원이 오픈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오픈만 손꼽아 기다리는 중”이라고 SNS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러나 정부가 이 스키장이 문을 열기로 한 24일부터 국내 모든 스키장 운영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이러한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

이후 스키장 SNS에는 잘 차려진 크리스마스 파티 테이블을 뒤엎은 뒤 절망하는 남성의 그림과 울고 있는 ‘스파이더맨’의 얼굴이 올라왔다. 여기에 누리꾼들은 한목소리로 “안타깝다”며 함께 울었다.

헬스장 사장님도 “눈물이 앞 가리지만…”

심각한 코로나19 확산세에 정부 지침이 강화되면서 ‘인내의 시간’을 보내야 하는 건 스키장뿐만이 아니었다.

자신을 ‘서울에서 헬스장을 운영하는 딸 둘 아빠’라고 소개한 누리꾼은 지난 23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눈물이 앞을 가린다”고 썼다.

그는 “올해 7월부터 여유자금까지 바닥나서 대출을 통해 월세와 직원들 월급을 주고 있다”며 “5월부터 3개월 가량 건물주가 월세를 30% 할인해주고 7월부터 조금씩 회원이 늘어서 마이너스지만 운영은 가능했다”고 했다. 그러나 겨울이 문제였다. “안 그래도 비성수기인데다 코로나19 재확산 우려” 때문이었다.

그는 “아니나 다를까 11월부터 급격하게 매출이 줄었고 결국 11월 말부터 문을 닫고 있다”며 “다 놓아버리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저뿐만 아니라 코로나로 인해 피해를 보는 자영업자들이 같은 마음일 것 같다”고 자위했다.

그러면서 “염치 없지만 또 건물주에게 연락을 드렸다. ‘열심히 한 번 해보려고 노력 중인데 너무 힘들다’(고 했더니) 돌아오는 대답은 ‘이번 달 월세는 내지 않아도 된다’였다”며 “통화하면서 펑펑 울었다. ‘너무 감사하다’고, ‘잘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렇게 전화를 끊었지만 상황이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으니 막막하다”던 그는 “답답한 마음에 적어봤다. 모두 힘내라”며 글을 맺었다.

대한피트니스경영자협회와 헬스클럽관장연합회 관계자들이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코로나19로 인한 체육시설 집합금지조치 관련 기자회견에서 생존권 보장을 촉구하며 삭발식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글의 댓글 중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내용은 “최대한 버틸 대로 버텨라”였다.

“장담하건대 안정세로 돌아오면 그동안 운동에 굶은 사람들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코로나19) 100명 안쪽으로만 떨어지면 코로나도 결국 몸이 건강해야 견디고 비켜갈 수 있다는 생각에 운동 붐이 일어날 거다. 아무쪼록 힘내시고 제발 성공하시길 빌겠다”는 내용이었다.

방역 조치 비웃는 ‘꼼수’

새해가 다가오면서 해넘이, 해맞이도 ‘특수’가 아닌 ‘공포’의 대상이 됐다. 31일 서울에서 강원도 강릉으로 향하는 KTX 승차권이 매진 행렬을 이어가는 등 인파가 몰릴 조짐이 보이자, 강릉시는 내달 3일까지 해맞이의 상징적 공간인 정동진과 주문진 등 8곳의 출입을 전면 통제키로 했다.

‘5인 이상 집합금지’에 이 같은 조치까지 더해지면서 주변 상인들은 울상일 만도 한데, 정동진의 한 카페 사장님은 YTN 방송에서 “아쉽긴 많이 아쉽다”라면서도 “뭐 어떻게 방법이 없다. 정부에서 하는 대로 따라가는 게 맞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의 담담한 모습에 누리꾼은 카페의 ‘좌표’를 찍으며 “기억해놨다가 꼭 찾아가겠다”, “돈쭐내러 가고 싶다”, “눈물 난다. 다 같이 어려운 시기 잘 버텨내자”고 격려했다.

강원도 양양의 한 클럽 MD(영업 담당)로 추정되는 남성이 다수의 여성에게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부터 사흘간 클럽을 오픈한다고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로 얼어붙은 경제활동 속에 서로 다독이는 이들을 낙담하게 하는 건 방역 조치보다 ‘꼼수’였다.

여전히 SNS와 커뮤니티에는 수도권을 벗어나 연말 파티를 연다며 함께 놀 사람을 구하는 글이 수두룩하다.

강원도 양양의 한 클럽 MD(영업 담당)로 추정되는 남성은 다수의 여성에게 24일부터 사흘간 클럽을 오픈한다고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며, “여긴 (사회적 거리두기) 1.5단계 지역이라 전혀 문제 될 거 없으니까 맘 편히 놀러 와!”라고 해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또 “해맞이 가서 숙소를 못 구할 거 같으니 찜질방에서 자야겠다”는 등 방역 대책에 역행하려는 조짐이 보이자 강릉시는 찜질방과 사우나시설 모두 집합금지 대상에 포함했다.

한 가정을 책임져야 하는 스키장 직원과 헬스장 사장의 호소, 그리고 “제발 오지 말아 달라”는 강릉시장의 부탁이 누굴 위한 당부인지 생각해봐야 할 때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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