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기 때문에 신경퇴행성 질환을 앓으시는 어르신들은 점차 모든 일상생활을 배우자, 자녀 등 가족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증상의 악화 속도를 늦추기 위한 투약부터 식사, 위생관리, 의복 착용, 신체적 건강 유지를 위한 가벼운 운동까지도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한 상황에 접어들게 되는 것이다. 많은 경우 함께 거주하는 가족이 돌봄의 역할을 맡게 되고 대부분의 경우 가족은 최선을 다해 헌신적으로 환자를 돌본다. 그러나 이 헌신적이기만 한 돌봄이 때로는 양쪽에 독이 되기도 한다.
박 어르신은 5년 전 치매를 진단 받으셨다. 남편이 치매로 진단 받으실 당시 부인은 자신이 병의 경과를 눈치 채지 못했다는 사실에 죄책감을 보이셨고, 치매가 진행되며 유난히 부인에게 의지하시는 남편을 한 순간도 혼자 두지 않으시고 자신의 24시간을 돌봄에 헌신하셨다. 필자가 부인에게도 개인적인 시간들이 필요함을 여러 차례 말씀드리고 장기노인요양보험 서비스를 통한 요양보호사 지원, 주간보호센터 등을 권해드렸으나 그 때마다 “선생님 마음은 고맙지만 저 사람은 나 아니면 안되요.”라고 이야기 하시며 거절을 반복하셨다.
매 순간 남편을 위해 헌신했던 부인에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일까? 부인은 남편의 돌봄에 헌신하였지만, 남편을 돌보는 자신에게도 돌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 채 수많은 시간을 견디기만 해왔던 탓이었다. 자기 자신의 감정이나 신체적인 상태에 관심을 가지고 스스로를 돌아보며 마음의 여유를 넓혀가고 재충전하는 스스로에 대한 돌봄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러므로 돌보는 이들에게도 돌봄은 필요하다. 지역에서 지원 받을 수 있는 서비스들을 이용하고 대인관계와 취미생활도 유지하며 재충전 할 수 있는 가족 스스로에 대한 최소한의 돌봄이 자신들 뿐 아니라 투병 중인 어르신들께도 꼭 필요한 것임을 당부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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