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 입사한 A씨는 지난해 1월 간부 B씨가 부임한 뒤 그에게 수없이 모욕적인 말을 들었다. B씨는 직원들이 모두 보는 앞에서 A씨에게 “왜 일을 그렇게밖에 못하냐”, “머릿속에 뭐가 들어 있는지 모르겠다” 등의 말을 했다.
그는 A씨가 직원 주차장에 주차하자 “네가 뭔데 (이런 편한 곳에) 주차를 하냐”고 핀잔을 주거나 “너희 집이 잘사니까 랍스터를 사라”는 등의 눈치를 주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B씨가 결혼을 앞둔 상황에는 “매수철인 10월에 결혼하는 농협 직원이 어디 있느냐, 정신이 있는 거냐” 등 폭언을 했다고 가족들은 설명했다.
괴롭힘을 견디지 못한 A씨는 지난해 9월 결혼을 3주가량 앞두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당시 그는 가족의 신고로 발견돼 목숨을 구했고, 전주의 한 병원에서 정신과 진료를 받으며 2주간 입원치료를 받았다.
이후 농협 측은 직장 내 괴롭힘 자체 조사를 시작했고 지난해 12월 5일 정식조사결과 심의위원회를 통해 B씨 등 2명이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다.
결국 A씨는 지난 12일 자신이 일하던 농협 근처에 차를 세워둔 채 극단적 선택을 해 숨졌다. 그가 남긴 유서에는 “열심히 해보려 했는데 사무실에서는 휴직이나 하라고 해서 (힘들었다)”며 “이번 선택으로 가족이 힘들겠지만, 이 상태로 계속 간다면 힘들 날이 길어질 거라는 생각이 든다”는 내용이 담겼다.
A씨 가족은 이날 전북경찰청 기자실을 찾아 “직장 내 괴롭힘 때문에 아들이 숨졌다. 신혼 3개월 만에 목숨을 스스로 끊어야만 했던 아들의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호소했다.
A씨 동생은 “형은 전북도지사 상을 받기도 할 만큼 열성적으로 일하던 직장인이다. 하지만 얼마나 괴로웠으면 이런 선택을 했는지 가족들은 한이 서렸다”고 말했다.
이어 “형은 괴롭힘을 당할 때마다 세세하게 노트북에 정황을 기록해뒀는데 이 사실을 알게 된 농협 측이 노트북을 무단으로 폐기하기도 했다”며 “이 사건을 제대로 규명하고, 형을 괴롭힌 간부와 이 사건을 방관한 책임자들이 합당한 처벌을 받았으면 한다”고 했다.
A씨 가족들은 이날 고용노동부에 직장 내 괴롭힘 진정을 넣고 경찰에도 고소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A씨가 근무했던 지역농협 측은 고용노동부의 매뉴얼대로 이 사건에 대해 조사를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신고 뒤 A씨에게 한 달간 명령 휴가를 내리고 이후 A씨 부서를 변경하는 등 B씨와 분리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만일 경찰 수사나, 고용노동부 조사 등이 이뤄지면 이러한 내용에 대해 성실히 소명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