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3개월 차 농협 직원 극단 선택…유서엔 ‘지속적 괴롭힘’

유가족 “지난해부터 직장 간부에게 폭언 들어”
숨진 직원, 결혼 3주 앞두고도 극단적 선택
농협, 자체 조사서 ‘혐의없음’ 판단
  • 등록 2023-01-26 오전 12:05:54

    수정 2023-01-26 오전 1:49:58

[이데일리 이재은 기자] 전북의 한 지역농협에서 간부의 지속적인 직장 내 괴롭힘으로 30대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북의 한 지역 단위농협에서 간부의 지속적인 직장 내 괴롭힘으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유족들은 25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형은 전북도지사 상을 받기도 할 만큼 열성적으로 일을 하던 직장인이었다. 얼마나 괴로웠으면 이런 선택을 했는지 가족들은 한이 서렸다”고 말했다. (사진=뉴스1)
25일 A씨의 가족 등에 따르면 전북의 한 지역농협 직원 A(33)씨는 지난 12일 자신의 일터 앞 주차장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해 숨졌다. 그가 남긴 유언장에는 이 농협 간부 B씨 등 2명에게 지속적으로 괴롭힘을 당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2019년 입사한 A씨는 지난해 1월 간부 B씨가 부임한 뒤 그에게 수없이 모욕적인 말을 들었다. B씨는 직원들이 모두 보는 앞에서 A씨에게 “왜 일을 그렇게밖에 못하냐”, “머릿속에 뭐가 들어 있는지 모르겠다” 등의 말을 했다.

그는 A씨가 직원 주차장에 주차하자 “네가 뭔데 (이런 편한 곳에) 주차를 하냐”고 핀잔을 주거나 “너희 집이 잘사니까 랍스터를 사라”는 등의 눈치를 주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B씨가 결혼을 앞둔 상황에는 “매수철인 10월에 결혼하는 농협 직원이 어디 있느냐, 정신이 있는 거냐” 등 폭언을 했다고 가족들은 설명했다.

괴롭힘을 견디지 못한 A씨는 지난해 9월 결혼을 3주가량 앞두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당시 그는 가족의 신고로 발견돼 목숨을 구했고, 전주의 한 병원에서 정신과 진료를 받으며 2주간 입원치료를 받았다.

이후 농협 측은 직장 내 괴롭힘 자체 조사를 시작했고 지난해 12월 5일 정식조사결과 심의위원회를 통해 B씨 등 2명이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다.

A씨 가족들은 농협이 가해자와 피해자의 업무를 분리하지 않은 채 조사를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A씨는 B씨의 괴롭힘으로 시작된 우울증 등으로 병원에 입원하기까지 했으나 B씨는 A씨의 인사를 받아주지 않는 등 모욕적인 행동을 지속했다.

결국 A씨는 지난 12일 자신이 일하던 농협 근처에 차를 세워둔 채 극단적 선택을 해 숨졌다. 그가 남긴 유서에는 “열심히 해보려 했는데 사무실에서는 휴직이나 하라고 해서 (힘들었다)”며 “이번 선택으로 가족이 힘들겠지만, 이 상태로 계속 간다면 힘들 날이 길어질 거라는 생각이 든다”는 내용이 담겼다.

A씨 가족은 이날 전북경찰청 기자실을 찾아 “직장 내 괴롭힘 때문에 아들이 숨졌다. 신혼 3개월 만에 목숨을 스스로 끊어야만 했던 아들의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호소했다.

A씨 동생은 “형은 전북도지사 상을 받기도 할 만큼 열성적으로 일하던 직장인이다. 하지만 얼마나 괴로웠으면 이런 선택을 했는지 가족들은 한이 서렸다”고 말했다.

이어 “형은 괴롭힘을 당할 때마다 세세하게 노트북에 정황을 기록해뒀는데 이 사실을 알게 된 농협 측이 노트북을 무단으로 폐기하기도 했다”며 “이 사건을 제대로 규명하고, 형을 괴롭힌 간부와 이 사건을 방관한 책임자들이 합당한 처벌을 받았으면 한다”고 했다.

A씨 가족들은 이날 고용노동부에 직장 내 괴롭힘 진정을 넣고 경찰에도 고소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A씨가 근무했던 지역농협 측은 고용노동부의 매뉴얼대로 이 사건에 대해 조사를 했다고 설명했다.

농협 관계자는 “A씨와 B씨를 포함해 함께 근무한 직원들을 상대로 조사를 했고, A씨의 주장에 동의하지 못한다는 직원들 의견 등을 토대로 직장 내 괴롭힘 신고와 관련해 ‘혐의없음’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신고 뒤 A씨에게 한 달간 명령 휴가를 내리고 이후 A씨 부서를 변경하는 등 B씨와 분리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만일 경찰 수사나, 고용노동부 조사 등이 이뤄지면 이러한 내용에 대해 성실히 소명하겠다”고 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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