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첫 선고’ 김용 유죄인데 유동규 무죄인 이유[판결왜그래]

法, 대향법 법리·불고불리 원칙 내세워
檢 수수 공범 기소…法 “수수 공범 아냐”
교부 공범 처벌하기엔 ‘불고불리 원칙’
檢 봐주기 기소했다는 의혹도 제기돼
  • 등록 2023-12-03 오전 7:00:00

    수정 2023-12-03 오전 7:00:00

[이데일리 김형환 기자] ‘대향범 법리’, ‘불고불리의 원칙’

재판부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게 무죄를 선고하며 밝힌 이유입니다. 재판부는 “유 전 본부장과 정민용 변호사가 불법적 정치자금 전달에 관여한 것은 명백하다”고 밝혔습니다. 그럼에도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대향범’, ‘불고불리’.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최대한 쉽게 설명드려보겠습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불법정치자금·뇌물 수수 관련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수수자’ 기소된 유동규…法 “교부 연관성↑”

우선 혐의에 대해서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남욱 변호사, 정 변호사, 유 전 본부장이 공통으로 받고 있는 혐의는 정치자금법 위반입니다. 검찰에 따르면 김 전 부원장은 이 대표 민주당 대선 예비경선에 참여한 지난 2021년 4월부터 8월까지 유 전 본부장에게 경선을 위한 정치자금을 요구했고 유 전 본부장은 대장동 민간업자인 남 변호사에게 이를 전달했습니다. 남 변호사는 안양시 박달동 탄약고 부대 이전 사업 및 부동산신탁회사 설립 허가 등에 대한 편의를 봐 달라고 하며 요청을 승낙했고 정 변호사와 유 전 본부장을 통해 총 8억4700만원을 전달했습니다.

재판부는 무죄 선고를 하며 ‘대향범 법리’를 내세웠습니다. 대향범이란 기부자와 수수자는 서로의 불법행위에 대해 공범이 될 수 없다는 원칙입니다. 즉 불법정치자금을 준 사람과 받은 사람은 공범이 될 수 없는데, 유 전 본부장과 정 변호사는 김 전 부원장(불법정치자금 수수자)의 공범으로 기소됐습니다. 재판부는 유 전 본부장과 정 변호사가 남 변호사가 조성한 자금을 김 전 부원장에게 단순히 전달하는 역할을 담당했을 뿐이기 때문에 김 전 부원장과의 공범 관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오히려 재판부는 유 전 본부장과 정 변호사를 불법정치자금 교부자와 연관성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유 전 본부장과 정 변호사는 남 변호사와 자금요구, 전달과 관련해 수시로 연락했다”고 봤습니다. 재판부 입장에서 대향범 법리에 따라 불법정치자금 수수자의 공범으로 기소된 유 전 본부장과 정 변호사를 불법정치자금 교부자의 공범으로 볼 수 없는 것입니다.

대장동 민간업자들에게서 불법 정치자금과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法 공소사실 검토 제안…거부한 檢에 봐주기 의혹도

그럼 재판부가 임의로 불법정치자금 교부자의 관점에서 유죄 판결을 내릴 수 있을까요? 불가능합니다. 바로 ‘불고불리의 원칙’ 때문입니다. 불고불리의 원칙이란 ‘소추(訴追)가 없으면 심판이 없다’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 검사의 기소에 대한 내용에서만 재판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검찰이 유 전 본부장과 정 변호사를 ‘불법정치자금 수수자’인 김 전 부원장과의 공범 관계로 기소했기 때문에 교부자의 공범으로 처벌할 수 없는 것입니다.

실제로 재판 과정에서 유 전 본부장과 정 변호사는 ‘정치자금 수수의 공범이 아니다’라는 취지의 주장을 이어왔습니다. 심지어 재판부 역시 검찰에 정치자금의 수수와 공여의 구조와 관련해 유 전 본부장과 정 변호사를 수수의 공범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한 공소사실의 검토를 권고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검찰은 공소사실을 변경하지 않았습니다.

이를 두고 법원 안팎에서는 검찰이 이른 바 ‘봐주기 기소’를 하지 않았냐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피고인들이 정치자금 수수의 공범이 아니라는 주장을 내세웠고 법원마저 공소사실 검토를 제안했는데 검찰이 공소장 변경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주장입니다. 게다가 유 전 본부장의 경우 현재 대장동 의혹 수사 관련한 ‘키맨’으로 불리는 인물입니다. 이번 재판에서도 유 전 본부장의 증언이 핵심 증거로 작용했습니다. 그러한 증언의 대가로 검찰이 이러한 기소를 했다는 것이 일각의 주장입니다.

물론 검찰이 공소장 변경을 하기 쉽지 않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유 전 본부장이 남 변호사의 공범으로 불법정치자금의 교부자로 보기에는 동기가 없다는 것입니다. 남 변호사는 안양 박달동 탄약고 부대 이전 사업 등 불법정치자금 교부의 동기가 있었지만 유 전 본부장의 동기를 내세우기에 마땅치 않습니다. 오히려 이 대표의 당선을 위해 정치자금을 수수했다는 동기가 더 설득력이 있다는 것입니다.

김 전 부원장의 실형 선고로 대장동 의혹의 첫 결과가 나왔습니다. 정진상 전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 김만배 씨 등 대장동 민간업자들 그리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까지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번 김 전 부원장의 선고는 향후 이들의 재판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이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법원의 올바른 판결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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